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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학금, 보상이 아니라 희망이어야 한다
김용창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2013년 12월 03일(화) 13:45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최근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의 구슬픈 사연이 언론에 소개되고 우리 사회는 잠시 숙연해졌다. 재수와 삼수를 거쳐 수능 만점을 받을 때까지 묵묵히 막노동으로 아들을 뒷바라지해 준 아버지의 구구절절한 사연도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없는 돈으로 낡은 교과서를 들추며 필사적으로 공부했을 아이와 그 부모를 생각하니 애처롭기까지 했다.
 그러나 감동적인 이야기는 모두 허상이었다. 수능 만점자의 서러운 삶은 언론에서 모두 꾸며낸 일이란 게 밝혀지자 우리는 너도 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 수능 만점자는 집안도 넉넉했고 강남의 유명한 학원에 비싼 돈 내고 다녔다며 양심 고백을 했다. 수능 만점자를 보며 당장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어도 노력하면 분명히 좋은 미래가 기다릴 거라고 마음을 다잡던 가난한 학생들의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남은 건 언론이 그렇게라도 꾸며야 했을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의 볼품없는 알맹이였다.
 지금은 공부하고 싶어도 공부할 수 없는 시대다. 있는 집 자녀가 성적이 좋은 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됐다. 오로지 공부만 하면 되는 환경에서 남들보다 훨씬 비싼 사교육을 받는데 성적이 낮은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렇게 좋은 성적으로 더 좋은 고등학교, 더 좋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더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 건 우리 사회의 지독한 병폐이자 정형화된 공식이 아닌가! 마지막 기회일지 모를 교육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자리 잡은 것이다. 적어도 교육만큼은 그래선 안 되는데 이미 자본의 논리가 깊게 배여 어디서부터 도려내야 하는지도 막막한 현실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그 흔한 과외 한 번 시켜주지 않은 아버지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배움에서만큼은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물론 완벽한 평등을 바라고 또 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학생 스스로가 원하는 교육만큼은, 단지 환경 때문에 그 기회조차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고 확신한다.
 2009년부터 나는 구미장학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헌데 말이 이사지 정작 단체에서 내가 하는 일은 미미하다. 나와 이사단이 생각하는 장학금의 기준이 많이 다르다 보니 의견 조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도무지 현행 장학금 지급 기준을 이해할 수가 없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모든 장학금을 지급하는 건 모두가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나 먹힐 기준이다. 앞서 말했듯이 지금은 잘사는 집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시대다.
 학교에서 성적 상위권인 학생들의 가정 형편을 보면 이는 너무나 명확히 드러난다. 성적표를 보며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분명히 시험 점수로 매긴 등수인데, 가정 형편 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게 지금 교육의 현실이다. 물론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가난한 학생도 있기에 어느 정도 성적순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되, 대부분의 장학금은 가정 형편 때문에 마음 놓고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가야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돈으로 공부하는 요즘, 장학금마저 가난한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세상 사람들에게 엄중히 묻고 싶다.
 최근 구미장학재단에서 서울권으로 대학교에 진학한 구미 학생들을 위해 서울에 기숙사를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대부분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다. 기숙사에 들어갈 아이들을 살펴보면 딱히 지원을 받지 않아도 곧잘 할 학생들이다. 정작 우리 구미에 기숙사를 지어도 모자랄 판에 결국 있는 집 자녀들에게 또 혜택이 돌아간다.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도 이 굴레는 벗어날 수 없다. 가난은 끈질기게도 따라 붙는다. 꿈이 있어 찾아간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지식보다 값비싼 등록금 청구서를 먼저 내민다. 부담 없이 돈을 내고 공부하는 학생과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의 성적 차이가 없을 수 없다. 비단 잘사는 집 아이가 유독 똑똑하지는 않을 터다. 그렇다면 장학금은 대체 누구에게 어떤 의미로 줘야 하겠는가.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한참 전에 막을 내렸다.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다.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기도 전부터 자본주의의 병폐를 깨닫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해결할 수 없다면 적어도, 우리 사회가 기회만큼은 평등하게 주려 부단히 노력한다는 걸 보여 줘야 한다. 선택사항이 아닌,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어른들이 우리의 미래에게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다.
중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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