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불안이 기업하기 좋은 구미를 만드는데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해법으로 상생적 노사관계 풍토 조성이 제시되고 있다. 뻔한 말이지만 이것 밖에는 대안이 없다.
우리나라 일부 강성노조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도와 처우를 놓고서 대화와 타협보다는 투쟁을 강조하는 경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상생을 정착시키기 위해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는 노사안정의 실현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노사안정은 경제 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임금동결, 회사는 고용 및 투자 보장
KEC 사례 본받아야
2005년도 경북산업평화대상을 수상한 KEC는 노사상생을 위해 노조는 임금동결, 회사는 고용안정 보장과 투자확대를 실시했다. 노조가 회사를 위해 투쟁을 유보하자 회사는 2007년까지 2,00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건설하기로 한 것.
KEC의 노사상생은 구미공단 노사 윈윈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구미공단 일부 강성노조 사업장을 중심으로 1년에 한번 있는 임금협상, 2-3년에 있는 단체협상은 빠질 수 없는 투쟁의 단골 메뉴다. 해당 기업들은 이 시기가 되면 당연히 치러야 할 의식을 치르는 것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현재 구미공단에 소재한 대기업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업들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일부 강성노조 사업장들은 회사의 사활이 걸린 상황이며 노사간의 대타협이 요구되고 있다.
회사는 생존하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노조는 인적구조조정에 대해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면 마주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다보니 극단적인 요구만 있을 뿐 대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로 상생 도모해야
비용을 줄여 회사도 살고 인적 구조조정도 실시하지 않는 방법은 일자리 나누기 밖에는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방법에는 정리해고, 조기퇴직제, 배치전환, 타부서 지원, 타 공장 전출, 계열사 파견, 유무급 휴직제, 순환 휴직제, 임금억제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고용규모 축소없이 노동시간을 통한 대안은 일자리 나누기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나의 기업 내에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여 해고하는 대신 일감을 나누자는 일자리 나누기는 시간분할제와 직무분할제로 나뉘어져 시행할 수 있다. 여기에는 노조의 결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근로자들의 임금삭감이 수행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썩은 살을 수술하느냐, 약물요법을 통해 점진적으로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 결정을 해주어야 한다.
1980년대 상당수 유럽국가들은 work-sharing을 통해 대량 실업 완화 노력을 기울였으며 특히 벨기에는 3% 임금삭감, 5% 노동시간 단축, 3% 고용증대를 실시하자는 3-5-3 계획을 실행했으며 추가적인 고용창출을 못하는 기업은 임금삭감 이익을 고용기금으로 납부조치를 의무화하게 하는 방법으로 일자리를 줄이지 않고 고용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냈다.
△노조는 임금동결, 회사는 고용·투자 보장
회사가 내리막길을 걷는 시기에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내 몫만을 강조하다가는 자칫 전체가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는 전적으로 회사의 권한이다. 회사는 사업성이 있다 해도 강성노조가 존재할 시에는 투자를 꺼려한다.
네델란드의 노조는 2004년 기업이 임금이 싼 동구권으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는 대가로 임금동결을 수행했으며 구미공단 KEC도 노조는 임금동결을, 회사는 다른 곳으로 투자될 자금을 구미공장에 투자하면서 고용안정보장과 투자확대를 실시, 노사 상생의 틀을 마련했다.
투쟁의 대상에서 상생의 대상으로 발전한 모범적인 사례다.
법과 원칙의 테두리에서 노사문제 해결해야
유연안정성 위해 사회적 합의도 중요
△노사문제는 법대로 처리해야
노사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은 강한자로, 노조는 약자로 분류돼 관련 기관들의 대응책이 서로 달랐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회사는 회사대로, 노조는 노조대로 불만이 쌓여 왔다. 노사문제의 대응 잣대가 없었던 것이다.
원칙을 벗어난 임기응변식의 편법은 그 순간은 달콤하지만 그 근본원인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계속 꼬이게 만들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은 노사 양측의 법 위반에 대해서는 공평하게 법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 대다수의 지배적인 여론이다.
법이 살아있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줄 때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연안정성 확보도 중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고용안정은 수레의 두 바퀴처럼 함께 고려되어야 할 정책 과제다. 최근에는 유연성과 안정성을 포괄하는 유연안정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회자되고 있다.
구미공단 일부 강성노조 사업장은 단협사항으로 전환배치 등 회사의 권한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면서 유연성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연성이란 개념에는 노사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강성노조의 반대로 근로자의 해고가 쉽지 않기 때문에 유연성이 낮다고 생각하고 있고, 반면 노조는 주변에 많은 근로자가 고용조정으로 실직을 당하는 것을 보면 유연성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다.
유연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서로 머리를 맞댈 부분이 많다. 사회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불합리한 차별과 임금격차가 해소되어야 하고 언제 다른 직장으로 옮기더라도 소득과 고용이 보장될 수 있는 있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튼튼한 사회 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급속한 경제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취업, 재직, 실직, 재취직을 위해 끊임없는 직업능력개발을 실시해 산업수요에 적합한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와 함께 노동부는 직장이동을 돕기 위해 충분한 고용정보 제공, 심층상담, 눈높이 조절, 취업 알선 등 고용서비스의 선진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능력에 맞는 일자리 연결 등도 빼 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유연안정성은 중장기적인 정책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시스템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 근로시간 단축, 다양한 고용형태 도입 등의 점진적인 유연안정성을 확보함으로써 보다 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나눌 수 있는 사회적 합의 도출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노사관계는 정답이 없다. 서로가 얼마나 양보와 타협이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노사관계가 투쟁이냐, 상생이냐의 길을 걷게 된다.
한국노총 구미지부의 한 관계자는 “회사는 회사 경영상태에 대해 근로자들이 납득할 만한 투명한 공개가 이루어져야 하고 노조도 회사의 경영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적극적인 협조가 이루어져야 전체 근로자들이 희생당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 면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서는 노조는 근로자들을 설득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하기 좋은 구미는 노사가 서로 걱정해 주는 풍토가 조성될 때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안현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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