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소식은 국민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겨 주었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어겼고,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을 도왔던 한국정부와 국민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북한의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핵실험 성공여부에 대한 확인이 끝나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북 제재와 봉쇄를 확대하자는 격앙된 목소리가 가득하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강경론을 말하기는 쉽지만 강경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이 있든 없든 핵실험에 성공했건 실패했건, 북한 너에게는 항복이 아니면 붕괴가 있을 뿐이다. 다른 선택의 길은 없다.” 이것이 국제사회가 북에 던지는 섬뜩한 메시지다.
핵실험 강행은 북미갈등과 대결의 결과
일각에서는 핵실험이 정부의 퍼주기식 대북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북한 핵문제의 발생과 심화가 북미간 갈등과 대결의 결과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적어도 한국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핵실험의 원인이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에 있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북미간 갈등과 대결, 그중에서도 북한을 핵실험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던 결정적 요인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있었다. 금융제재는 북한의 체제유지와 경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해외유입 자금의 전면적 차단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바로 북한의 정권적 위기를 심화시켰다. 미국은 일관되게 북미 양자협상을 거부했고 압박과 봉쇄의 수위를 높아지고 있었다. 북한으로서는 막다른 길목으로 몰렸고 결국 핵실험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했다. 강경 압박을 통해 핵을 포기시키고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복귀시키려던 미국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
남북 화해협력정책은 죄가 없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에서 시작되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본격화된 남북 화해협력정책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남북간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의 조건위에서 16,346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했고 133만여명의 금강산관광이 이루어졌다.
또한 개성공단에 39개의 기업을 비롯 평양, 남포 등 북한에 우리 기업이 진출하여 북한 근로자들의 노동을 바탕으로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철도, 도로의 연결을 동시에 추진, 교류협력의 양을 확대하고 질을 높여가고 있다. 16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남북교역이 2005년 마침내 10억불을 넘어섬으로써 북한은 이제 시혜의 대상이 아닌 당당한 교역 당사자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퍼주기라는 주장은 왜곡된 정치공세일 뿐 사실이 아니다.
남북경협의 지속과 확대는 그 자체로 기업들의 경제활동임과 동시에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로서 인도적 지원과 함께 민족공동체 형성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비롯해 어떤 경우에도 남북경협의 모멘텀이 실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화해협력정책이 아니라면 한반도엔 오직 갈등과 대결만이 남을 뿐이다.
만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군사적 제재성격인 PSI에 참여하게 된다면, 한반도의 긴장은 그 어느 때 보다 고조될 것이며 그로 인한 경제·금융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북투자기업의 경제적 손실과 철수, 남북교역의 중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신인도 하락, 외평채 금리상승, 외자이탈과 주가하락 등이 이어진다면 우리 경제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치명상이 아닐 수 없다. 남북경협은 정세악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어기재다.
대북 금융제재는 저강도 체제전환전략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특정 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는 군사적 제재 이상의 치명적 무기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 마카오에 있는 BDA를 자금세탁우려기관으로 지정함으로써 대북 금융거래가 중단되었고 이로 인해 2,400만 달러의 북한 자금이 발이 묶여 있다. 그 이후 지금까지 24개의 각국 금융기관이 대북 금융거래를 중단,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시켜 왔다.
금융제재의 지속과 확대는 결국 북한의 경제를 위협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 붕괴시키려는 21세기판 저강도 체제전환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급자족과 물물교환으로 생존할 수 없는 21세기 국제금융시대에 전면적 금융제재는 북한경제의 대동맥을 끊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대북 강경책은 역효과 - PSI 가입은 위험하다
특히 PSI 가입과 협력은 해상봉쇄, 수색, 압수 등 가입국의 합동 군사훈련을 통해 북한을 포위하고 봉쇄, 압박하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군사제재적 성격이다. 그리고 이미 북한이 공언한 바와 같이 PSI에 입각한 북한 진출입에 대한 검색과 봉쇄는 대북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재와 압박의 강화가 북한을 핵 포기 내지 6자회담 복귀를 유도할 수 있는 실효적 조치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추가적 도발과 함께 한반도 긴장만 고조시킬 뿐이라는데 있다.
더구나 한국의 PSI 참가는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관계 전면중단의 빌미가 될 것이며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으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현시점에서 한국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북핵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한 선택 즉, 북미간의 대결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찾아 힘을 집중하는 것이다. PSI 가입은 한반도의 평화와 북미간 대화라는 핵문제 해결의 대전제에 역행하는 극히 위험한 선택이다.
북미대화가 북핵 해결의 선결조건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즉각 나서야 한다. 냉전 시 소련과도 대화했던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북핵문제는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게 대 전제다. 협상은 대화로 하는 것이지 제재로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6자회담을 시급히 재개해야 한다. 6자회담은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국제협상 틀이고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이다. 6자회담 정상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해제함으로써 북 체제를 붕괴시킬 의도가 없음을 증명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6자회담에 즉각 복귀함으로써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그것을 동시에 이행하는 것이다.
남북 핫라인 구축 시급하다
핵 위기 극복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북미간 대화와 직접협상이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7월 미사일 발사에 이어 이번 핵실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복원과 대화의 수준이 강경 일변도의 미국을 설득시키고 북미관계를 대화로 유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레버리지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남북관계는 경협의 기본적 교류와 제한적 접촉 이외의 어떤 대화창구도 남아있지 않다. 개성공단 1단계 조성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으며 금강산 관광은 취소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남북핫라인을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 대북 직접접촉을 통해 특사가 방북하고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때 북핵문제와 한반도 정세는 해결의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포기할 권리가 없다. 이 순간 누가 대화가 아닌 대결을 강요하는지, 누가 평화가 아닌 전쟁을 부추기는지 역사가 기억할 것이다.
김차옥 기자 cha-ok@hanmail.net “새 감각 바른 언론” - Copyrights ⓒ경북중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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