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다음 세대(世代)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난 11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가 있기 며칠 전, 지역 대학의 한 교수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공학도 출신인 그는 “인생의 7부 능선을 넘긴 우리야 그렇다고 쳐도, 다음 세대가 구미에서 ‘밥벌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그나마 국가산업단지라는 큰 그늘 밑에 잘 살았지만, 중심축이 돼온 대기업이 하나, 둘씩 떠나고 나면 결국 ‘허울 좋은 하눌타리’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달 전, 정부가 세종시를 ‘기업형 도시’로 전환하는 수정안을 내 놓을 당시, 구미시와 지역 경제인 단체 등은 ‘정부 수정안이 발표된 후 입장을 결정 하겠다’고 밝혔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은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라는 거대한 블랙홀로 지방에 소재한 국가산업단지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지방에 있는 기업을 세종시로 옮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지만, 엘지공장 파주 이전과 삼성전자 연구소 건립 백지화 때도 같은 말을 되풀이 한 적이 있다.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 지난 11일, 구미시와 시의회, 경제인 단체 등이 뒤늦게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나섰다.
왠지 윗선(?)의 눈치를 보다 뒤늦게 입장을 발표한 것 같아 씁쓸한 여운을 지울 수 없다.
기자와 친분이 두터운 한 기업인은 “오늘의 구미는 20년 전 대구와 많이 닮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1980년대와 90년대, 호황을 누리던 섬유산업이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국내 재계를 주름잡던 유수한 기업들이 힘없이 쓰러진 뼈아픈 기억을 지울 수 없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섬유산업의 호황이 멈추자 전국 3대 도시를 자부하던 대구 경제는 모든 것이 멈춰 섰다.
성장 없는 20년을 보낸 대구는 문화산업과 첨단의료복합산업을 신 성장 동력으로 채택해 와신상담(臥薪嘗膽)한 결과,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 속담에 ‘허울 좋은 하눌타리 같다’는 속담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훌륭한 듯하나 실속은 보잘 것이 없는 사람이나 물건을 지칭하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 40년 간 국내최고의 내륙 국가산업단지로서 명성을 자랑하며,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견인차역할을 담당해 온 구미공단이 새로운 기로에 섰다.
구미가 다가올 미래의 40년, 다음 세대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냉철한 판단과 가치관으로 자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새 감각 바른 언론” - Copyrights ⓒ경북중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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