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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6.25전쟁 60주년- 경제적 풍요와 안보불감증 속에 잊혀져가는 “참전용사의 눈물”
김천예술고 ‘호국보훈의 달’
지역 참전 용사 위문
2010년 06월 16일(수) 03:39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최근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북한의 도발에 따른 국가안보 확립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한 고등학교가 수년째 관내에 거주하는 6.25참전 용사들을 방문해 호국보훈을 몸소 실천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이 학교 학생들은 스스로 성금을 모으고 위문품을 마련해 참전용사의 집을 직접 방문, 당시의 처참한 전시상황을 육성으로 전해 들으며 경제적 풍요와 안보불감증 속에 잊혀져가는 6.25전쟁의 교훈을 되새기고 있다.
 김천예술고등학교 학생회와 교직원들은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풍요와 안보불감증 속에서 잊혀져가는 6.25참전용사의 가정을 찾아서 위문하기로 계획하고 김천지역에 있는 6.25참전용사 명단을 보훈청으로부터 통보 받았다.
 학생과 교사들은 보훈청으로부터 받은 김순만, 정경원, 이시영 참전용사의 방문계획을 세우고 성금과 후원 물품을 준비한 후, 방문일정을 협의했다.
 지난 5일 현충일 행사를 마친 학생 대표와 교사들은 세 팀으로 나눠 미리 준비한 성금 등을 챙겨서 참전용사 방문에 나섰다.
1학년 학생 대표들과 지도 교사 2명은 개령면 서부리 정경원 참전용사 가정을 방문하고 2학년 학생 대표들과 주광석 교감은 개령면 서부리 김순만 참전용사, 3학년 학생대표들과 지도교사 2명은 황금동 이시영 참전용사 가정을 각각 방문했다.
 위문에 나선 학생들과 교사는 마음이 설레면서도 “어떻게 생활하고 계실까?”하는 궁금증이 앞섰다.

ⓒ 중부신문

(사진설명 : 학생들이 전쟁 당시의 상황을 청취하고 있다.)

ⓒ 중부신문

(사진설명 : 정경원 참전용사가 전쟁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

ⓒ 중부신문

(사진설명 : 학생들이 준비한 성금과 물품을 이시영 참전 용사에게 전하고 있다.)


아! 조국과 민족위한 처절한 고통...
“이 분이 진정한 애국자 였구나!” 탄성

 김순만 참전용사의 집을 방문하기로 한 2학년 학생대표 6명과 주광석 교감은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학교를 출발한지 30여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한적한 시골 길을 따라 동네를 들어서 주소를 찾아 간 곳은 전형적인 농촌가옥이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마당 한켠에는 계절을 상징하는 예쁜 꽃을 피운 화분들이 가지런하게 서서 손님들을 반갑게 맞았다.
 “아! 생사를 넘나들면서 조국과 민족을 위해 처절한 고통을 당한 참전용사가 잊혀진 세월 속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구나.” 마당을 들어선 한 학생이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며 탄성을 쏟아 냈다.
 김순만 참전용사와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학생들과 주 교감을 반갑게 맞이한 참전용사 김순만(84) 할아버지는 팔순의 고령에도 농사일을 하는 인심 좋은 이웃 할아버지였다. 순간 학생들의 눈은 “이 분이 진정한 애국자였구나!” 하는 존경어린 눈빛이 표정에 가득했다.
 주 교감이 “어르신, 그 당시의 전쟁 상황을 얘기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라고 말씀을 청하자 김 할아버지의 얼굴에 한숨과 눈물이 동시에 범벅이 됐다.

23살에 국군 입대, 총탄에 쓰러진 전우위해 死力
생사 넘나드는 아비규환 속 “살아 돌아가야 한다”

 김 할아버지는 “23살에 국군에 입대해 백마고지 전투를 비롯해 598고지 전투, 제주도 등 전국 방방 곳곳의 전장을 누비며 9년 반 동안의 군 생활을 했다”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백마고지는 풀 한 포기 없는 아비규환의 고지를 뺏고 빼앗기는 혈투의 장으로 낮과 밤에 주인이 바뀌는 시체들의 야적장이 되다시피 했어. 중공군의 화염방사기에 동료가 불에타 숨지기 일 수 였어. 그 뿐이 아니여. 함께 매복을 나간 동료 전우의 머리가 적의 총탄에 맞아 허물어지는 그 참상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일순간 학생들의 눈가에 눈물이 번지면서 모두들 머리를 바닥에 떨어뜨린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땅은 붉은 피로 물들었고 동료 전우의 상흔이 그대로 있는 물을 마시면서 철모에 벼와 보리를 넣고 곡괭이로 빻아 죽을 끓여 먹으면서도 한 치의 땅이라도 적들의 손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했지. 처절한 전투 속에서 수백 번 수류탄으로 자살하려고 마음먹기도 했지만 자살한 전우들의 그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 살아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되돌리곤 했어.”
 김 할아버지는 그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괴로운 듯 담배를 꺼내 물었다.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중간 중간 말의 이어짐이 침묵을 지켰다. 방문한 학생들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그것은 꿈이 아니었고 현실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아파올 수밖에 없었다.
 김 할아버지는 주먹밥 하나에 무 2∼3조각이 담긴 소금국을 마시면서 사력을 다해 싸웠다. 돌격 명령을 받고 사력을 다해 고지를 향해 전진하다가 기운이 떨어지고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후퇴하면 용서하지 않았다.
 젊은 청춘을 죽음의 고통 속에서 시달리며 전력을 다해 조국을 지킨 6.25참전용사가 오늘도 이름도 빛도 없이 경제적 풍요로움 속에 잊혀져가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황혼을 맞고 있다.

“아직도 6.25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풍요로운 삶에 감사, 국가안보 중요성 일깨워

 김 할아버지의 말씀이 끝날 무렵, 학생대표가 준비한 성금 봉투를 내밀자 또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난 전쟁의 참혹함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시던 김 할아버지에게 학생들이 따뜻한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하자 자랑스러움에 해맑게 웃어 보였다.
 방문을 마친 학생들은 “북한과 남한은 그저 다른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역사가 아직도 이렇게 진행되고 있고 아픈 기억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고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이신화 김천예술고 교장은 “참전용사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는 어떤 안보교육 보다 값지고 의미 있다”며 “아직도 6.25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분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매년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학생들에게 안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김천예술고는, 지난해 호국보훈의 달 기념사업으로 강원도 동해의 해군 제1함대사령부를 방문해 동해문화예술회관에서 제1함대사령부 전장병과 동해시장과 의장, 시민들이 함께 대대적인 위문공연행사를 펼친바 있다.

정재훈 기자 gamum10@hanmail.net
박미영 기자  tks38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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