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출산 문제로 인해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학교의 취학대상자 수가 매년 급감하고 있지만 이에 아랑 곳 없이 유치원 신·증설은 끊이지 않고 있어 자칫 과잉 공급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 된다. 특히 최근 들어 4대강 개발사업, 국가공단 개발 사업 등 굵직한 대형 국책사업들이 지방에 유치되면서 두둑한 보상금을 챙긴 일부 지주들이 영유아 교육에 뛰어들고 있어 이 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구미교육청에 따르면 2010년 3월 현재, 구미시에는 유치원에 입학 할 수 있는 만 3∼5세의 아동 수는 총 1만4천624명. 이 가운데 38개 공립유치원(단설·병설 57학급)에 1천140명이 등록해 있으며, 43개(270학급) 사립유치원에 6천187명이 등록해 전체 대상 아동의 절반 정도가 유치원에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은 유치원에 등록하지 않은 나머지 50%의 아동은 영유아 보육시설(어린이집)이나 교습소, 학원 등에 다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유치원에 등록해야 할 아동들이 이 같은 대체시설을 이용하고 있지만 감독관청인 교육청은 이를 감안하지 않고 신규 설립 및 학급증설 요구를 허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 구미지역 유치원 대부분이 정원 못 채워
구미시 어린이집 원장들은 올초 구미교육청이 올초 관내 A유치원 학급증설 신청에 대해 시설 가인가한 것에 대해 구미시와 교육청을 항의 방문했다.
지역 사립유치원 원장들도 지난 달 21일, 구미 교육청을 방문해 구미시가 ‘어린이집 심의위원회’를 통해 신규 설립을 규제하고 있는 점을 들어, 구미교육청도 유치원 신·증설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또 “적절한 경쟁은 교육발전에 시너지 효과를 내지만 과도한 경쟁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며 교육청의 시정을 촉구했다.
22년째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Y유치원 원장은 “지난 해 인근 동네에 신설 유치원이 새로 문을 열면서 정원이 240명에서 50명으로 줄어 이제는 유치원을 폐원해야 할 형편”이라며 “교육청이 이러한 어려운 실정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신·증설 허가해주고 있다. 기존의 유치원에 대한 배려가 없이 허가해주는 것은 유아교육에 대한 교육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구미교육청 관계자는 “기존 유치원이 어려운 여건에 있는 상황을 이해 하지만, 관련 규정에 맞춰 증설을 요구할 경우 인가를 막을 명분이 없다”며 “향후 어린이집의 등록 아동 수를 감안해 수용계획을 수립 하겠다”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는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행정을 실현하도록 노력 하겠다”면서 “현행 법률 가운데 일부 잘못된 부분은 현실성 있게 개선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 한다”고 밝혀 제도상의 문제점을 일부 인정했다.
◆ 무분별한 신·증설, 상업화 우려
구미시 S읍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얼마 전 인근에 어린이집을 지어 올 해 개원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고 보니 최근 낙동강 살리기 사업으로 얻은 보상금으로 어린이집을 짓는다고 하더라”며“최근 4대강 개발사업과 국가공단 개발 사업 등으로 보상금을 탄 일부 지주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설립해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게 된다면 바람직한 유아교육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아교육은 전문 지식을 갖추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상업적으로 운영한다면 유아교육의 질 저하는 물론, 폐원에 따른 피해가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 유치원 신·증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구미교육청은 “최근 신설유치원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과다한 경쟁이 우려가 돼 신설 허가를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설유치원을 설립하기위해 교육청에 방문한 한 시민은 “기존 유치원에 대해선 신·증설을 희망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며 가인가를 해주면서도 신설 허가는 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처사는 특정유치원에만 혜택을 주는 특혜가 아니냐”면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F유치원 원장은 “구미교육청에서 법적 근거가 없어 기존유치원의 신·증설을 막을 방안이 없다면, 신설을 희망하는 시민 누구에게라도 신설유치원 설립을 허가해 서 이같은 불만과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객관적이고 투명한 행정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와 같은 현행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미시가 어린이집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어린이집 설립을 규제하는 것처럼, 유치원도 ‘유치원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신·증설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유치원 심의위원회’ 설치 통해 규제해야
지역 사립 유치원 원장들은 “현재 영천시, 칠곡군 등 타 지역에서는 기존 유치원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무분별한 신설이나 증설에 대해 자율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구미시에서는 자율규제를 하고 있지 않아 기존 유치원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구미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심의위원회’는 과거 관련 법령이 있어 구성, 운영되어 왔지만 현재는 규정이 없어 자문기능에 머물고 있다”면서 “앞으로 경북교육청과 도교육위원회 등과 협의해 조례안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정재훈 기자 gamum10@hanmail.net
박미영 기자 tks3818@naver.com “새 감각 바른 언론” - Copyrights ⓒ경북중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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