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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특집] 쌀 등급표시제 ‘부작용’ 우려
쌀 1∼5등급, 단백질 함량 표시 의무화
제도적 실효성 의구심과 비용 부담 지적
2010년 10월 05일(화) 02:17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품질 표시의 하향 평준화와 소비자 불신 초래 우려
쌀 등급표시제 시행 시기 상조, 신중한 검토 촉구

 ‘쌀 등급표시제’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기존 양곡표시사항 가운데 권장사항인 ‘품위’와 ‘품질’ 기준을 폐지하는 대신 ‘등급’ 및 ‘단백질 함량’ 기준을 신설하고, 이에대한 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한 것이다.
 쌀 등급표시제 도입 취지는 기존의 양곡표시제가 품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밥맛이 직결되는 단백질 함량이나 완전립 비율 등의 품질, 싸라기·이물질 혼합율 등의 품위가 모두 권장사항이지만, 이를 표시하는 브랜드 쌀이 거의 없으며 양곡 표시제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품질을 세분화해서 고품질 쌀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등급 분류는 1∼5등급, 단백질 함량은 수·우·미 3단계로 나누며, 검사하지 않은 쌀은 ‘미검사’로 표시하게 된다.
 품종명이 확인되지 않은 쌀에 대해서는 ‘일반계’등 계통명을 쓰지 못하게 했으며, 여러 품종이 섞인 경우 혼합 비율, 품종명을 모를 경우는 ‘혼합’으로 표기토록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방안은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쌀 품질을 차별화하고 단백질을 줄여 고품질 쌀을 만들기 위해 등급 및 단백질 함량 표시제는 품질 고급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부의 방침이 지역 민심과는 다르다.
 지역 RPC 관계자들을 비롯한 상당수 농업인들이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보완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도적인 실효성의 의구심과 비용 등에 관한 부담 때문이다.
 단백질의 경우 정확한 함량 분석을 위해 1억원대의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경영이 어려운 미곡종합처리장들이 장비를 갖추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현 실정이다.
 그렇다고 단백질 함량 검사 없이 ‘미검사’로 표시하면 소비자에게 외면 받아 RPC는 곤경에 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품종 표시다.
 시중의 쌀들은 품종 순도검정의 어려움으로 통상 ‘일반계’로 표시한 경우가 많다.
 개정안대로라면 ‘일반계’ 대신 ‘혼합’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를 경우 오랫동안 쌓아 온 우수브랜드 명성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편, 품종·등급 및 단백질 함량별로 구분 보관할 사일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벼 매입 현장에서 일일이 등급과 단백질 함량을 검사한다는 것은 농업인들에게 불편을 야기시키게 된다.
 특히, 우리 쌀의 경쟁력 강화라는 도입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우리 쌀의 품질표시의 하향평준화와 우리 쌀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료곡 수매나 보관·도정 등의 과정에서 의무표시 사항 준수가 사실상 불가능해 ‘품종=혼합, 등급=미검사, 단백질 함량=미검사’라는 식으로 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쌀은 획일적인 공산품과 달리 재배농가, 토양, 품종 등에 따라 품질과 함량 등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며, 쌀 한포대마다 전수검사해 측정치를 표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부 샘플 결과가 실제와 다를 경우, 등급표시제 전체가 소비자들로부터 불신을 초래하고, 시중에 유통되는 우리 쌀에 대해 표시된 등급과 실제 성분이 맞지 않는다고 음해성 고발을 하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 중부신문

 정부가 윤곽을 그린 ‘쌀 등급표시제’가 설익은 내용으로 지역 농업인들에게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가운데, 농업인들의 주의사항도 요구되고 있다.
 쌀 등급표시제가 의무화될 경우 산지명이나 브랜드를 보고 쌀을 구입하던 소비자들의 구입 패턴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유통매장이나 동네 슈퍼마켓에서 저가미가 퇴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농가에선 질소질 비료를 가급적 적게 주고, 미곡종합처리장은 가공 과정에서 쌀이 깨지거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에대해 지역 RPC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쌀값이 약세를 보이고 태풍 피해마저 거의 없다 보니 농가들이 수량을 늘리기 위해 질소질 비료를 과다 시비하는 경향이 있다”며, “질소질 비료를 적게 주면서 품질을 높일 수 있는 표준재배 방법이 서둘러 보급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단백질 검사 방법이 빨리 보급되어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정부는 적정 시비법 홍보 등 등급표시제 정착을 위한 대농가 홍보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시비와 관련해 ‘밑거름→가지거름→이삭거름→알거름’ 4단계에서 ‘밑거름+가지거름→이삭거름’ 2단계로 줄이는 맞춤형 비료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간이 단백질 분석기를 산지 RPC등에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쌀 등급표시제 도입에 대해 김영찬 (사)한국농업경영인 구미시연합회장은 “품질이 좋은 쌀과 그렇지 못한 쌀을 차별화하고 단백질 함량을 줄여 고품질 쌀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등급 및 단백질 함량 표시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다만 단백질 함량의 경우 질소질 비료 시비량뿐만 아니라 토양, 품종, 지역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제도 도입을 좀 더 시간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지역 RPC 관계자는 “단백질 함량이 농가마다 모두 다른데 현장에서 원료곡을 수매할 때마다 검사하려면 인력이나 장비 문제가 생기고 구분 보관할 사일로가 없기 때문에 경영에 큰 압박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하기에 타당성이 낮은 만큼 제도도입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농협 모 조합장은 “수매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데 어떻게 모든 벼를 다 검사 할 수 있겠냐”며, “또, 등급별, 단백질 함량별로 벼를 별도 보관해야 하는데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쌀 등급표시제에 대한 지역의 분위기가 환영보다는 우려의 목소기가 더 높다.
 지역 농업인들은 정부가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등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오히려 우리 쌀의 품질표시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정부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촉구했다.

박명숙 기자 parkms0101@hanmail.net
박미영 기자  tks38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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