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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최의 세상 내시경] 필립 뢰슬러 독일 부총리
최중근 원장
탑정형외과
2011년 06월 14일(화) 12:58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정치는 다이내믹이다. 한 나라의 정치가 보여주는 역동성은 그 나라의 미래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주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독일 자민당은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수인 귀도 베스터벨러가 물러났다. 선거결과에 책임을 지는 지도부의 모습에서는 우리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4월 6일 당 간부회의에서 새 당수 자리에 뢰슬러 보건장관이 지명됐다.
 자신의 잠재적 라이벌로 무섭게 떠오르는 서른아홉 소장파에게 선뜻 당수 자리를 내어준 베스티벨레의 모습에서 독일 정치의 역동성이 엿보인다.
 적수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일단 싹부터 자르고 보려는 정치 풍토는 여전히 우리 정치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라이벌 힐러리를 국방장관에 선뜻 임명한 오바마나, 당 내 대척점에 선 뢰슬러를 차기 당수로 지명한 베스터벨레나, 아직은 우리가 따라잡지 못하는 선진 정치문화의 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
 독일 자민당의 신임 당수이자 연방정부 부총리로 등극하면서 독일 정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필립 뢰슬러'란 인물에 단연 시선이 쏠린다.
 서른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는 누구인가? 독일은 2009년 총선에서 자민당, 기독교민주당, 기독교사회당 연합이 승리하면서 연립내각을 구성했다. 당시 최연소 보건장관으로 세상에 얼굴을 알렸던 뢰슬러가 베트남계 입양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베트남 전쟁 통에서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잃어버린 뢰슬러는 생후 9개월이 되면서 먼먼 독일로 입양되었다. 하노버 의대를 졸업한 그는 29세에 의사가 되고, 36세에 독일 연방정부 보건장관직에 오른 후 거침없이 승승장구해 38세에 자민당 당수와 연방정부 부총리 직까지 낚아챈 것이다. "나는 내게 많은 것을, 그리고 모든 것을 안겨준 조국에 감사합니다. 독일은 미국보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더 좋은 나라입니다." 뢰슬러가 한 이 말은 그의 삶을 통해 충분히 입증되었다.
 이런 그를 두고 사람들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종종 비교한다. 피부색과 출신 성분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정상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 젊고 똑똑하며 호남형의 미남자라는 점도 유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에 참신함을 불어 넣어준 유망한 젊은 피이자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닮았다.
 독일 최초의 아시아계 연방정부 보건장관, 독일 최초의 외국계 연방정부 부총리, 뢰슬러에게는 항상 이처럼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맞닥뜨렸을 고난과 시련을 짐작하면 그 영광이 거저 얻은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독일은 인종주의가 여전히 강한 나라다. 나치의 순혈주의적 민족관은 2차 대전 후 이후 독일 정부의 반인종주의 추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다. 심지어 신나치주의자들이 활개를 펴고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이와 같은 독일사회에서 황색 피부의 아시아계 정치인이 연방정부의 부총리 자리까지 올랐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념비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선진국들에서도 타민족 혹은 이주자들이 정계 요직에 오르기란 쉽지 않다. 그동안 독일에서 타 민족 출신의 정치인을 보기란 거의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뢰슬러의 등장으로 뢰슬러 본인의 말처럼 독일 역시 아메리칸 드림의 가능성을 입증해 보인 셈이다.
 만일 우리나라에도 피부색이 다른 정치인이 등장하게 되면 어떨까?
 능력 보다는 출신지역주위의 장벽이 큰데 선뜻 상상이 안 될 만큼 아직은 우리 현실에서는 요원한 일 같다. 그런 점에서 뢰슬러가 이룬 쾌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45세가 되면 깨끗하게 정계에서 물러나 본연의 직업인 의사로 돌아가겠다"는 뢰슬러의 선언에 눈길이 머문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 언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예측불허의 정치판에서 과연 이 약속이 지켜질 지는 미지수지만 나는 그 자체로 의미를 두고 싶다.
 떠날 것을 작심하고 하는 정치라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안간 힘을 다해 남을 밟고 올라서는 구태정치와는 근본이 다를 테니까. 적어도 쿨한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으리라.
 독일의 젊은 지도자 뢰슬러로부터 정치의 역동성과 쿨한 정치의 가능성을 기분 좋게 읽게 된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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