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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최의 세상 내시경] 해평 철새도래지
최중근 원장
탑정형외과
2011년 06월 28일(화) 01:39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지난 주말 밤늦게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다큐멘터리 한편을 보게 됐다. '나의 살던 고향은'이라는 제목의 다큐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전국 곳곳에서 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시골 강촌 마을의 모습과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육성을 담담히 담았는데, 보는 내내 가슴에 싸한 바람이 불더니 온 몸에 미열이 퍼지는 듯 했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맹목적 개발로 사라져가는 고향의 풍경과 자연 파괴의 현실을 고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이토록 내 마음까지 아린 것일까. 아마도 그곳에 바로 너와 나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투영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질 만능주의를 신봉하며 앞만 보며 달려오는 새 어느덧 순수가 사라지고 때로는 스스로의 양심마저 파괴하는 부끄러운 우리들의 자화상이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축복받은 천수답을 일구면서 다정하게 살아온 강원도 홍천 구만리 마을 사람들이 소개됐는데, 그 순박한 주민들이 골프장 개발이 시작되고 난 후 갈등을 빚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설상가상 골프장 건설업체는 주민들을 회유하기 위해 돈을 건네기까지 하면서 가족처럼 의지하던 주민들을 편 가르기하고 불신에 빠지게 만들었다. 한편 카메라가 잡아낸 구만리의 숲에는 천연기념물인 삵, 담비, 하늘다람쥐가 살고, 멸종 위기종으로 산삼만큼 귀하다는 산작약이 자생하는 그야말로 보물 그 자체였다. 그런 곳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다큐 속에는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 시인도 잠시 출연했는데 나지막한 목소리로 '보존해야 할 곳과 정말 손을 대서는 안 될 곳이 아무 개념 없이 파괴되고 있다'며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우리 모두에게는 살면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어떤 이에게 그것은 명예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 그것은 신의일 수도 있다. 다큐를 보는 내내 내 머리 속에는 이런 무수한 생각들이 들고 났다. 검게 그을린 얼굴 굵은 주름살이 패인 뺌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탄식하던 주민들의 표정이 눈을 감아도 선하게 떠오른다. 우리는 너무 쉽게 소중한 것들을 놓쳐버린다. 개발로 인해 축구장 15배의 숲이 사라진다는 구만리, 그러나 구만리 주민들이 잃는 것은 숲만이 아니다. 그 숲에 담긴 것은 추억과 세월을 품은 채 숨 쉬며 살아있는 우리네 고향이인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구미 역시 예외는 아닌듯하다. 구미시 고아읍과 해평면 일대 낙동강 제방 안팎의 습지로 760㏊에 이르며 모래톱과 물풀 등이 어우러져 10여년전부터 수많은 철새가 날아들면서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년 가을에 이곳을 거쳐 일본 이즈미로 갔다가 겨울을 나고서 다시 봄에 이곳을 거쳐 시베리아로 돌아간다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와 제228호 흑두루미, 제201-1호 고니 등 천연기념물을 비롯해 검독수리 청둥오리 등 많을 때는 하루 수만 마리가 날아든다.
 이 때문에 구미는 공업도시임에도 두루미가 찾는 청정지역이란 찬사를 받으며 국내외 환경 전문가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4대강 정비사업 준설공사 및 농지 리모델링 사업으로 상주보 아래 위치한 낙동강 구미보 인근의 세계적 철새도래지 해평습지가 크게 훼손됐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철새 수는 격감했고, 주변에는 야구·축구장 공사가 한창이다. 낙동강 곳곳에서 이곳처럼 하천이 원형을 잃고 둔치 식생대가 준설토로 덮이고, 습지와 하중도가 사라지게 되었다. 또한 5공단 조성으로 인하여 5공단 진입로인 낙동강 동쪽인 해평면 문량리와 반대편 고아읍 괴평리 사이에 교량 건설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교량건설이 추진된다면 공업도시 한가운데에 이렇게 흑두루미 등 희귀 철새들이 대거 날아오는 흔치 않은 해평습지가 훼손은 더 커지는 동시에 세계적인 철새도래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져 있다. 이 청정지역이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 된지 10년 지정기한이 끝났으나 지금까지 무방비상태로 방치돼 있다. 이같이 방치된 데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해평습지의 지속적 보호가 필요하며, 야생동물보호구역 재지정 또한 하루라도 빨리 지정되어 보존되어야 된다고 생각된다. 훼손된 습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구미시 또한 두루미가 찾는 청정지역을 지키기 위해 지역주민과 보다 적극적이고 성실한 대화를 통하여 다각적인 대책마련을 하여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해평습지는 꼭 지켜져야 할 것이며, 내가 살던 고향, 우리가 살던 고향의 소중한 장소와 추억을 간직하고 후손들에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한번 파괴된 자연은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나의 살던 고향은'을 보면서 강원도 홍천 구만리 같이 자연이 파괴하는 부끄러운 우리들의 자화상이 구미에서는 없길 기원한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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