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중공업사태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 국민적 관심이 높고 지난주 18일 청문회까지 열렸다. 유성기업, 한진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투쟁은 임금협상의 차원을 넘어 목숨을 내놓는 처절한 투쟁양상을 띄면서 우리 사회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폭염 속에 뜨겁게 달궈진 85호 크레인 안에서 7개월째 농성을 하고 있는 한 노동자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필리핀에 수빅조선소를 세운 뒤 한진중공업은 올 초 400명을 구조조정하고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170명을 정리해고 했다. 피땀 흘려 일한 노동의 댓가가 해외 일자리 빼돌리기로 되돌아왔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노동자들이 모습이 왠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노사관계를 중심으로 봤을 때 노동자에게 일터란 자신의 노동력을 주고 댓가를 얻는 곳이지만 삶을 지탱하는 근간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일터를 잃고 나서 다시 다른 일터를 구한다는 게 너무도 어려운 시기에 구조조정은 시한부 선고나 다름없다. 반면에 사용자에게 노동자는 냉정하게 보면 생산 요소의 하나이다. 토지나 설비투자, 노동 가운데서 특히나 노동은 가장 유동성이 높은 생산요소다. 호황기에는 자연스럽게 고용을 늘리고 불황기가 되면 가장 먼저 줄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는 한, 노사 간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해고는 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한 발 더 나가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는 이도 있다. 한진중공업의 수주가 늘면 고용도 늘 것이고, 수주가 줄면 남은 노동자도 잘리는 게 순리라는 주장이다.
모든 주장들이 일면 일리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리해고가 사용자에게 용인된 권리라 할지라도 노동자에게 있어서는 삶의 포기이며 막다른 골목이라는 사실이다. 기륭전자나 쌍용자동차, 홍익대 용역아주머니들, 유성기업, 한진중공업으로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외침을 보았을 때,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삶의 문제이라는 점이다.
지난 3월 기준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1706만 5천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831 만 2천 명에 달한다. 절반이 조금 못 미칠 만큼 큰 숫자다. 우리 주위에는 그만큼 많은 비정규직들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 노동시장처럼 경직성이 큰 곳에서는 비정규직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 상황에 따라서 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탄력적 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가차 없이 잘린다. 언제든 잘릴 수 있는 막다른 골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기에 적어도 임금에서만큼은 차이가 없어야 한다.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받는 돈에 차이가 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다. 최소한 동일 직무에 한해서는 정규직과 동일 임금을 보장해 줘야 한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은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지난 2003년 한진중공업 소속 노조위원장이 129일간 고공 농성을 벌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다. 한진중공업의 한 노동자는 그 때를 회고하면서 그의 죽음 이후 월급이 오르고, 해고가 철회됐지만 사람 죽여 놓고 받는 돈 같아 전혀 기쁘지 않았다고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해고와 구조조정이 없을 수는 없다. 기업이 망할 때까지 직원을 끌어안고 가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리 해고가 노동자들에게 막다른 골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을 보다 두텁게 해야 한다. 실직 수당 몇 개월로 그쳐서는 안 된다. 국가가 나서서 실업수당을 넉넉히 지급하고 재취업을 지원해야 한다. 북유럽처럼 구조조정이 빈번하고 노동 경직성이 큰 나라일수록 사회 안전망이 촘촘히 짜여 있는 이유가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는 가는 2011년 한국사회가 노동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의 척도가 될 것이다. 구조조정으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본받을 만한 사례를 남기길 간절히 바란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새 감각 바른 언론” - Copyrights ⓒ경북중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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