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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최중근의 세상 내시경]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최중근 원장
탑정형외과
2011년 09월 06일(화) 01:06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최근 인터넷을 달구는 이슈 중 하나가 '유통기한 제도'를 없애고 '소비기한 제도'로 대체할 것인가의 문제다. 식품과 화장품 등에 적용되고 있는 유통기한 표시제도가 자원낭비는 물론 소비자 가격인상의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확히 말해 유통기한은 판매자들이 유통을 감안해 판매하기 위한 기한인데도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잘못 인식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다양한 용어로 분류된다. 우선 영어로 우리나라의 '유통기한'은 shelf life라고 한다. 단어 뜻 그대로 하자면 선반에 두고 사용 가능한 저장수명인데, 사실은 유통기한보다는 '사용기간'이라고 말해야 옳다. 반면, 섭취가 가능한 최대기간은 '소비기한'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유통되는데 걸리는 시간과 유통 시에 남용될 수 있는 온도 등의 조건들을 고려해서 과학적으로 설정한 것이 '유통기한'이다. 이는 '판매기한'이라는 말이 더 바람직하다. 그 다음 제품이 갖고 있는 최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품질유지기한'이 있다.
 모든 제품은 품질유지기한과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갖게 되는데 그것들을 식품유형별로 나누어 생각하는 오해를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듯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엄격히 다른데도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인식해 구매를 안 한다고, 또 대형매장 업주들이 유통기한 임박한 물건들을 납품업체에 빼라고 강요함으로써 자원 낭비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뉴스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들을 정부가 적발하는 것을 보아온 소비자로서는 유통기한이란 게 어기면 벌을 받을 만큼 중요한 위생의 잣대로 여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히려 유통기한보다 더 중요한 식품안전의 잣대는 온도다. 가령 유통기한이 36시간인 편의점 삼각김밥은 이틀 지나면 상할 위험이 높다. 하지만 라면은 5개월이지만 6개월 된 것을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유통기한이 5일인 냉장보관두부를 상온에 두면 이틀 만에 상할 수도 있다. 따라서 샌드위치나 김밥 같은 식품들은 오히려 좀 더 강력한 제도로 가고, 그 외에는 소비기한 제도를 두는 것이 자원낭비도 막고 또 소비자 안전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주저하던 정부가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국민의 먹거리와 건강을 생각하는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아닌 기재부가 주도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유통기한 제도가 상품가격의 인상요인이 된다는 것인데, 국민의 입장에서 달가울 수 없다. 국민의 건강을 마치 경제논리로 재단하겠다는 걸로 비치기 때문이다.
 정부가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은 부패나 변질여부와 상관없이 판매를 금지하는 현행 방식을 폐지하고 소비자 건강이나 안전에 이상이 없는 식품들은 '소비기한제'로 바꾼다는 것 그 자체는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안전과 절약도 가능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서 결정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은 있다. 그중에서도 유통기한을 폐지할 경우 제조업체들의 비용 감소분을 정부가 의도한 대로 제품가격 인하에 반영하느냐도 중요하다.
 사실상 외국은 구매를 하는 순간부터 소비자 책임으로 넘어간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체에 상당수 책임을 물지만 외국에서는 그만큼 소비자가 책임을 지고 정확한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소비기한제 도입은 소비자 정보제공이라는 긍정적 기능을 한다. 또 한 가지,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이웃 일본의 경우는 식품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를 때 유통기한이 많이 남아있는 것은 놔두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부터 고른다. 우리와는 정반대다. 무엇보다 소비자 인식 개선이 필요한 부분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측면에서 소비기한의 제도는 정확한 정보제공이라는 차원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문가들과 검토를 거쳐서 도입되길 바란. 분류 방법이나 체계도 잡아야 하고 기술적 측면의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식품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진 다음,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에 단계적으로 시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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