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퀸 주연의 영화 ‘25시’ 원작자인 게오르규는 한국을 유난히 좋아한 작가였다. 생전에 자주 우리나라를 찾았던 그는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며 ‘한국 찬가’라는 책을 내는가 하면, 무궁화를 좋아하고 연날리기 같은 우리 전통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아마도 조국 루마니아가 소련 공산주의 치하에 들어간 뒤 결국 프랑스로 망명했던 게오르규였기에 공산주의와 분단의 아픔을 겪은 한국을 바라보는 감정이 특별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1974년 게오르규가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의 일화는 인상적이다. 한국에서 가장 가져가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의 가족문화”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서양인 작가의 눈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딸, 손자 손녀가 3대가 한 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가족문화와 우리 민족 특유의 핏줄로 뭉쳐진 끈끈한 가족애가 특별하게 비쳤던 것 같다. 특히 어른을 섬기고 공경하는 문화,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으로 대변되는 한국인의 유별난 가족문화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게오르규가 가져가고 싶다던 ‘가족문화’는 안타깝게도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수주 전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되었던 2가지 사건이 있었다. 지하철에서 귀엽다고 아기를 만진 할머니가 아이 엄마에게 폭행을 당하는 ‘지하철 할머니폭행’ 논란에 이어 가라앉기도 전에 ‘지하철 막말남’이 등장했다. 20대 남성 A씨는 지하철 안에서 다리를 꼬고 앉았다가 80대 노인이 청년에게 “신발이 옷에 닿으니 다리 좀 치워달라”고 말했다가 이 노인에게 ‘너 오늘 사람 잘못 건드렸어 개XX야’라며 심한 욕설을 퍼부는 등 노인은 이 같은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우리사회가 개인주의화 되어가면서 노인들의 공경에 빨간등이 커지기 시작 한 것이다. 이는 우리의 가족문화가 갈수로 핵가족으로 변해가면서 초래는 것으로 사료 된다.
최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노인복지시설에 들어가는 노인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2008년 11만 여명이던 것이 2009년에는 13만 여명으로 늘어났고 급기야 지난해는 16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는 치매나 혹은 암 같은 중병 진단을 받은 뒤 간병을 포기한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노인들도 있고, 요양원에 맡기고 간 뒤에 돌연 소식을 끊어버린 자녀들도 있다. 발길이 끊긴 오래여도 부양능력이 있는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지 못해 어렵게 생활하는 안타까운 노인들도 많다.
물론, 각 가정과 개인의 노력 외에도 버림받는 노인들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치매노인들은 확실히 법과 제도로써 지원해 주고, 경제적 능력이 안 되는 노인들은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공영주택을 마련해 주거나 보조금을 지원해 준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가족 중 치매에 걸린 노인이라도 하나 있으면 그 자체로 짐이 된다. 저소득 독거노인은 최소한의 생활도 보장받기 어렵다. 오죽하면 ‘100세 쇼크’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아놀드 토인비도 한국이 장차 인류문명에 크게 기여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부모를 공경하는 효 사상일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가정과 학교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효 교육'이 다시 되살아나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대화를 통한 ‘세대간 소통’이 되살아나도록 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지역사회가 나서서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임을 일깨우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가족문화’를 탐내는 제2의 게오르규도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저력인 효사상과 끈끈한 가족애의 회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새 감각 바른 언론” - Copyrights ⓒ경북중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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