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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최중근의 세상 내시경] 실패에서 배운다
최중근 원장
탑정형외과
2011년 12월 06일(화) 12:51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사무실의 책상에서 빠지지 않는 문구류 중 하나인 포스트 잇. 중요한 사항을 메모해 책상 여기저기 붙여놓기도 하고, 수첩 사이에도 끼워두는 용도로 세계적으로 히트한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처음 발명되었을 당시에는 실패작이었다는 것을 아는가. 접착용 풀을 개발 중이던 3M의 한 연구원은 강력한 접착력을 가진 제품을 만들려고 했지만, 고심 끝에 개발한 접착제가 생각보다 접착력이 약했던 것이다. 쉽게 떨어지는 접착제는 아무 쓸모가 없었고, 실패작으로 남았다.
 그런데, 한 젊은 사원의 우연한 발견이 이 실패작을 히트상품으로 만들게 된다.
 예배를 보는 도중 찬송가 사이에 끼워두었던 쪽지들이 자꾸 떨어지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낀 이 사원은 그 순간 쉽게 붙었다 떨어지는 실패작을 떠올린 것이다.
 접착제는 절대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실패작으로 개발된 지 5년 후, 이 새로운 발명품은 ‘포스트 잇’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선을 보였고, 이 실패작은 3M사에 천문학적인 이익을 가져다준다.
 지난 서울 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실패했다. 전국 유권자의 5분의 1이 넘는 서울 시민, 그 중에서 절반 가까이가 투표에 참여했으니 서울시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국민이 지금의 정권에,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백번 양보해 당이나 공약이 아니라 철저하게 인물을 보고 선택했다고 생각해보자.
 당선자 박원순 후보는 어떤 사람인가. 시민운동가라는 것 외에 사람들은 그에 대해 잘 모른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되었고, 이렇다 할 해명도 없었지만, 결국 서울 시민들은 박원순 후보를 택했다.
 시민들에게 그런 의혹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좋아서가 아니라 지금의 정권이 그저 싫었던 것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였는지 이번 선거는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거기다 20대 ∼ 40대 유권자들은 지역에 상관없이 박원순 후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가장 핵심 세대들이 그들의 불만을 선거 참여로 표현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총체적으로 심판받은 것이고, 철저하게 실패했다.
 필자는 이번 선거에서 서울 시민들의 선택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서울 시민들, 우리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대해서 얼마나 실망이 컸으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우리 국민들은 과연 한나라당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일까. 등록금 걱정 없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는 사회, 부정과 부패가 없는 깨끗한 사회, 경제가 활성화되어 일할 맛 나는 사회,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이 많은 기대들이 있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그 모든 기대들을 이루어줄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여지없이 무너졌던 것이다.
 실패는 많은 것을 남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는 실패한 본인들의 몫이다. 서울 시민들이 그들의 수장을 잘못 뽑았다고 후회하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지금의 실패를 더 깊은 실패의 늪으로 빠뜨리는 일이다.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오늘의 실패를 내일의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현명한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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