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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사] 의병 이끌고 항일전 지휘한 충신 ‘허위’
전장 경영과 실용적 경제학 실천
2012년 09월 26일(수) 14:26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허위는 30대 후반인 1890년 경 선산 임은을 떠나 진보의 신한에 이주하였다. 이곳은 산수가 아름다운 곳으로 허씨 가문의 전장이 있는 곳이었다. 1894년 동학농민항쟁을 피해 방산 허훈이 진보의 흥구로 이거하기 전부터 마련해 두었던 전장으로 보인다.
이즈음 허위는 백형 허훈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여 전장을 관리하기 시작하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허위는 전장을 경영하면서 실학에 대한 관심과 각처의 우국지사들과 교유관계를 넓히며 현실에 대한 인식을 보다 철저히 하기 시작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1892년 진보 신한에서 백형 허훈에게 올린 편지를 보면, 허위의 실학에 대한 관심은 이미 전장의 경영에 적용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허위가 실용적인 경세가로서 뛰어난 지질을 보여 주고 있는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형주 전상서(임진)
 여름 들어서 하서를 처음 받자왔습니다. 이에 살피오니 여중 기체후가 만안하시옵고 지정 여러 집도 여전하니 매우 기쁩니다. 사제는 임은에 있을 때 허구 많은 빛 문서를 헤어나지 못하고 산에 들어 와서도 땔나무까지 곤란해서 눈썹을 펴지 못하고 날을 넘기고 있습니다. 지금 보리가 비록 익으나 본래부터 수학할 것이 없는 자로서 한결같이 군색함을 면하지 못합니다. 막내 조카 집 아이들이 번갈아 윤증(-정질부사)을 앓아서 온 봄 내내 편한 날이 없었습니다. 근일에는 천령을 제 젖먹이 아우와 함께 길렀다가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나 뒷조심이 없지 않습니다. 저는 신한에 다시 와서 살고부터는 큰 이불 긴 베개가 평생에 근래만큼 화락한 적이 없습니다. ○ ○ 가 함께 하지 못함이 한스럽습니다. 걸아 혼인은 연당 정씨 집에 지냈는데 범절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이곳 산수는 매우 아름답습니다. 땅은 메말라도 백성들이 검소해서 경솔하거나 천박한 풍습과 사납거나 넘치는 버릇이 아주 없습니다. 자손을 위해서는 터를 잡아 살 만한 곳이지만 생활할 근거가 아주 없어 놀러 살아 갈 계획은 없습니다. 믿는 바는 오직 물레방아를 경영하는 일이지마는 자본이 없어서 이번 봄에는 설시할 수가 없고, 또한 전에 없던 가뭄을 당해서 더구나 탄식이 됩니다. 가을에는 특히 도모할 참이오나 돈을 끌어다 쓸 곳이 도무지 없으니 어찌하겠습니까. 양벽도가 청주에 갔으나 또한 자본이 없어 크게 실시하지 못하고 겨우 시험했을 뿐인데 물이 과연 부딪쳐 올라서 비록 천 섬지기 땅이라도 관개하기에는 염려 없다 했습니다. 그러나 금년 가을에는 이익을 얻을 것이 없습니다. 물레방아를 설치할 만한 곳은 여기보다 나은데가 없습니다. 천 가까운 돈을 해변에서 모쪼록 구체해서 보낸 다음이라야 많은 식구를 보존하는 방책에 어김이 없을 것입니다. 하랑하시고 반드시 시행하기시를 천만 복망합니다. 숙부주 대상 때에는 임은으로 갈 참입니다. 형님께서도 반드시 올라오시겠지요. 나머지는 상답서에 다 적지 못합니다.
 진보의 신한은 현제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로 산간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1894년 선산 임은에서 방산 허훈이 동학농민의 나을 피해 진보의 홍구로 이어가기 이전인 1892년 허위는 신한에서 이미 전장을 경영하고 있었다. 이때 허위는 벽도 양제안의 도움을 받아 물레방아를 설치하여 관개를 시도하고 있다.
 양제안은 1896년 김산의진에서 허위와 함께 창의에 차여하는 인물로 용력은 말할 것 없고, 과학적 재능이 뛰어난 인물이다. 허위와 양제안의 만남은 매우 주목되는 사실이다. 1892년 허위와 양제안이 물레방아를 설치하여 관개를 시도하는 것은 실학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을미의병 이후 허위가 정계로 진출하여 경세와 경륜을 펼칠 수 있었던 인품의 형성도 이 시기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때 벽도 양제안과의 만남을 통해 경상도뿐 아니라 충청도를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교유관계를 넓히고 있었으니, 허위의 경세와 경륜은 이 때부터 점차 형성되어 갔던 것이다.
◇ 자료제공: 구미 왕산기념관(465-6622)
중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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