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수능시험이란 매운 바람 앞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교회와 사찰을 비롯한 종교 단체에서는 수험생을 위한 기도가 한창이고, 각 고등학교에서는 지금까지 지도해 온 과정을 마무리하느라 부심(腐心)하고
2003년 11월 04일(화) 04:52 [경북중부신문]
인생 길을 가는 데는 몇 번의 매듭이 있습니다. 출생, 진학, 혼인, 죽음 등이 그 예가 될 것입니다. 지금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은 인생의 한 매듭을 맺으려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시점에서, 여러분과 함께 호흡해 온 한 학교의 책임자로서, 그리고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써 보려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더라도 당황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어려운 문제 앞에서 마음이 혼란하기 시작하면 다음부터는 쉬운 문제도 답이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은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잘 알고 있는 일이지만 어려운 문제는 일단 뒤로 미루고 자신 있는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합니다. '내가 어려운 문제는 다른 친구들도 어려울 거야. 차근차근 생각하면 풀 수도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자신감(自信感)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로는 마지막 신체 리듬 조절을 잘해야 합니다. 적당한 수면과 충분한 음식물 섭취를 통하여 내 몸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학생이야 없겠지만 D-day가 가까워온다고 하여 지금 무리하게 밤을 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수학능력시험이란 짧은 기간에 암기를 많이 하여 고득점을 얻을 수 있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12년 동안의 짧지 않은 학교 생활을 얼마나 충실하게 해 왔는가, 학생의 추리력, 분석력, 탐구 및 사고 능력(思考能力)이 어떠한가를 측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로는 불필요한 잡념을 떨어버리는 일입니다. 옛말에도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 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 왔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그야말로 밥 먹고 잠자는 시간 빼고는 온전히 학력 향상을 위하여 노력해 왔습니다. 이제 속에 든 것, 컴퓨터 안에 저장된 지식을 끄집어내야 하는데 그 중요한 Key 중 하나가 집중력입니다.
끝으로 학부모님께 간곡히 부탁드릴 것은 자녀의 실력에 비하여 과도한 기대치를 가져서 수험생에게 부담감을 주지 말자는 것입니다. 물론 자녀가 학교에서 우등생이 되고 세칭 일류대학에 입학하여 승승장구하는 인생을 살아가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짧지 않은 인생 길을 가야 하는 자녀들의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가 겉으로만 승승장구하며 살아가는 데 있는 것도 아니며, 그것이 이 시험 하나에서 결판나는 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은「이것 아니면 저것」식으로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이 무수하게 산재해 있습니다.
자녀가 편안하게 시험장으로 향할 수 있도록 하시고, 혹시 기대한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자녀 앞에서 서운함을 보이기보다는 위로와 평안을 주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점수가 얼마이든 그것은 자녀가 하루 종일 시험장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입니다.「당당한 꼴찌」를 흔쾌히 격려할 수 있는 아량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생각하면 매듭 맺기와 새로운 출발은 그 선 자리가 같습니다. 하나의 과정을 매듭짓는 수험생에게 가족과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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