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가끔 필자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볼 때가 있다. 세종대왕께서 지금 우리나라에 오시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 언어가 얼마쯤 소통이 되실까. “사람마다 쉽게 익혀서 날로 씀에 편안하게” 하기 위하여 한글 자모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셨는데 현재 우리의 언어 상황을 보신다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
맞춤법이란 헌법이나 법률처럼 ‘법을 만들어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강제 규정이 아니다. 언중(言衆)이 사용하는 언어 현상을 정리하여 만든 규정이다. 그러므로 눈만 뜨면 우리가 사용하는 낱말들도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 그것이 법이 되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 언어 현상은 너무 심한 것 같다. 꼭 외국어 내지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자리에 생소한 외국어를 사용하여 우리의 언어 현장이 혼탁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냥 쉽게 눈에 들어오는 낱말들을 몇 개 들어 보기로 하자. “무빙워크, 페키지투어, 슈트게임, 허니문, 셀프 체크인, 스톱오버, 워케이션, 트레킹 ……” 예로 들자면 한정이 없다. 이와 같은 외국어 내지 외래어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마구 생짜백이로 우리 언어생활 속에 뛰어들어 쓰이고 있다. 제목으로 든 ‘부스터 샷’ 또한 마찬가지이다. ‘추가접종’이라 하면 안 되고 꼭 ‘부스터 샷’이라 해야 할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를 정부 당국에 묻고 싶다. 신문에서는 부스터 샷이라 써 놓고 괄호를 쳐서 추가접종이라 표시해 놓는다. 이해력이 낮은 구독자를 위한 배려이다. 그냥 ‘추가접종’이라 했으면 이런 현상은 없어도 될 일이 아닌가.
우리 젊은이들이 가요나 체육을 비롯한 문화계 각 부문에서 세계를 주름잡고, 세계 최고 인기 드라마 10위 안에 세 편이 우리나라 작품이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 교역 규모 10위를 넘나드는 자랑스런 나라가 되었음에도 아직도 무언가 우리말을 쓰는 것은 없어 보이고 외국어를 얹어야 있어 보이는가. 외국에 나가 ‘코리어’에서 왔다 하면 그 나라 원어민이 곧장 ‘감사합니다’라는 우리말 인사가 나오는 나라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우리 것은 좋지 않은 것, 뒤떨어진 것이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열등의식에서 비롯된 현상은 아닌가. 세계 우수 글자 겨루기 대회가 열릴 때마다 ‘최우수 글자’의 자리를 한글이 도맡아놓고 차지해도 우리 글자는 볼품없다는 우리 것 경시 풍조를 버리지 못한 데서 기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굳이 모든 말을 순수 우리말, 우리글로 바꾸어 쓰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예를 들어서 ‘코너킥’을 ‘모서리 차기’로 고쳐 쓰는 등의 국수주의 또한 세계 문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니, 그것 또한 열등의식 못지않게 나라에 해로운 사고방식이다. 세계적 언어 마당에서 공인된 것은 얼마든지 널리 사용하여 우리의 언어생활을 풍성하게 하되 생소한 외국 언어를 가공도 하지 않고, 쓰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생각 없이 마구 구기박질러 넣는 일은 우리의 말 자리를 혼탁하게 하는 것이니 좀 신중히 하자는 것이다.
나라의 언어 정책을 담당한 공무원이나 지도자급에 있는 많은 사람들, 직접 새 말을 만드는 자리에 있는 각계각층의 전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새로운 물건이나 기계를 만들어 내는 기업 등에서 새로운 이름이 필요할 때는 실용성이 높고 아름다운 우리말, 글을 창출하는 데도 깊이 고민한다면 우리 말, 글의 자리가 한결 아름답고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강룡(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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