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그 소년을 만나곤 했습니다. 휠체어 위에 오른 소년의 뒤에는 늘 얼굴이 어두운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그 어머니는 버스에 그 소년을 실어보낸 후 돌담 밑에서 눈시울을 붉히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2006년 04월 25일(화) 04:08 [경북중부신문]
필자는 그 모습을 늘 보곤 했지만, 일년이 넘도록 답습되는 그 모습 속에서 따스한 말 한마디 건넨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출근길이었는데, 그날 소년은 혼자서 출근차량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를 횡단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저의 손이 휠체어를 붙잡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행사문제로 구미장애인 복지관을 찾았었는데, 저를 먼저 알아본 그 소년이 제 손을 붙잡고 커피 자판기 앞으로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해맑은 웃음, 따스한 손마디, 3월의 맑은 햇살이 쏟아지는 양짓녘의 자판기 앞에서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소년의 휠체어를 끌어주던 어머니는 병원엘 계신다고 했습니다. 휠체어를 한번 끌어준 저를 잊지 않고 있던 소년, 주머니에서 꺼낸 동전으로 커피를 뽑아주던 그 소년을 지금도 잊을수 없습니다.
몸만 불편했지, 정신은 저 보다 더 싱싱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혼탁한 사회를 살아가다보면 도움을 주고 받는 일이 수없이 이어집니다. 도움을 받았지만 그 고마움은 하루를 넘기기 전에 잊고 마는 것이 아둥바둥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실입니다. 산다는 걸 싸움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싸움에서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우리들은 이미 생존을 위한 싸움이라는 빈곤한 사회적, 국가적 상황을 이미 극복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싸움은 부를 축적하거나, 입신출세를 위한 싸움이 거의 전부입니다. 그 싸움 속에서 우리의 정신은 힘에 부쳐 정도를 잃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1억을 갖고 있든 10억을 갖고 있든 밥상에 오르는 반찬이 죽고 살만큼 틀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출세를 했든 안했든 대접받기는 종이 한 장 차이도 없는 것입니다. 평범이 비범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혼탁한 사회 속에서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진정으로 결혼을 축하해 주고, 조의를 표해주고, 따스하게 웃어주고, 울어주는, 이 평범을 지키기가 얼마나 힘듭니까.
커피 한잔을 뽑아주던 그 소년은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우리들의 정신 세계를 지키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 소년을 생각할 때마다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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