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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룡
본지 논설위원
시  인
2009년 11월 17일(화) 04:18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지금 우리는 백성이 주인인 나라, 약자가 행복한 나라를 지향하고 있다. 상당 부분은 이미 이루어서 스스로 민주국가, 복지국가라는 말을 어색하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 도시의 쓰레기장에 가면 아직 얼마든지 쓸 만한 가구나 의류들이 그냥 버려져 있고, 음식점에서는 배를 두드려 가며 먹고 남은 음식이 넘쳐난다. 주거 환경 또한 궁궐 같은 주택이 즐비하다.
 그뿐 아니다. 병에 걸리면 병원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고 각종 연금과 보험 제도가 자리를 잡아 노후 보장을 비롯하여 갑자기 어려운 일이 닥쳤을 경우를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상당한 바깥 풍경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은 아직 민주와 복지의 증진에 목말라 하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국민이 갈증을 느끼고 있는 만큼 번지르한 바깥 풍경의 뒤안길에는 아직도 손이 미치지 않은 ‘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우선 거리를 유심히 살펴보자. 우리의 거리는 아직도 장애인의 휠체어가 자유롭게 다니기엔 까마득하다. 성한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작은 턱이 저들에게는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는 위험한 곳이다. 우리는 모두가 예비 장애인이다. 내일 일, 아니 일분 일초 뒤의 안녕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저들의 입장에서 거리를 살펴볼 눈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일쯤은 이제 꼭 중앙 정부가 움직일 필요가 없을 만큼 우리 경제와 사회는 성숙되어 있다. 지자체의 역량으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문제는 지방 정부들이 사업의 경중을 어디에 두느냐에 있을 뿐이다.
둘째는 공공기관, 그 중에서도 민원부서의 턱을 더 낮추어야 한다. 이 부분의 발전은 지금 괄목할 만큼 낮아진 대표적 사례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시간만 거슬러 올라가도 공공기관은 하늘이었다. 오죽하면 아이가 울면 “순사 온다.”고 했겠는가. 민원서류 한 장 떼러 가면 담당 공무원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던가. 금석지감을 금할 수 없다. 지금 민원부서를 찾아가면 그들의 친절하고 싹싹한 모습이 정말로 공복(公僕)으로서 자질을 잘 갖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
 그러나 그 싹싹함, 그 친절함의 뒤에는 아직도 ‘관행’이란 질긴 끈을 끊지 못한 일부 공무원들이 메스컴에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음은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물리적 차원에서의 수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귀중한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무원으로서의 책임을 자각하고 이제는 정말로 과감한 자기혁신으로 맡은 부서의 턱을 없애는 일 만이 나라를 살리고 자기를 살리는 첩경임을 명심해야 할 때이다.
셋째는 우리의 가슴속에 높이 쌓아 놓은 보이지 않는 턱을 허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온 한 외국인에게 “한국인을 본 첫 인상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성난 사람 같다.”고 했다는 말이 있다.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얼굴은 굳어 있지 않은가? 풍파 높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찌 가슴을 다 열어놓고 살 수야 있으랴만 이제 우리도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살 만큼 살게 되었으니 가슴을 활짝 펴고 활발한 얼굴로 세계를 활보해 볼만하지 않은가?
 어찌 없애야 할 턱이 이뿐이겠는가. 주위를 돌아보면 곳곳에 도사린 크고 작은 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이 턱을 낮추고 없애는 데 노력을 경주해 보자. 우리가 오천 년 역사를 흘러오면서 그렇게도 갈망하던 선진강국은 지금 바로 우리의 코앞에 다가와 있다.
 이 기회를 보지 못하고 잡지 못하면 행운의 여신은 언제 돌아설지 모른다. 기회는 잡는 자의 것이다. 선진강국의 기회를 잡는 일이 꼭 천문학적 예산과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이 있어야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그 꿈을 이루는 첫 걸음은 우리 각자가 내 가슴속에 도사린 크고 작은 턱을 없애는 작은 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흔히 일이 잘못되면 대통령 탓을 하며 머리띠 두르고 서울로 서울로 올라가는 버릇이 있다. 그러기 전에 “내 탓-내 턱”을 먼저 돌아보면 어떨까?
남민정 기자  da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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