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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시론] 아침의 묵상, 치열함 또는 버림을 위하여
이강룡
본지 논설위원
시인
2011년 08월 23일(화) 01:04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인생 백세 시대라 한다. 하더라도 그 백년이 온전히 활동하는 데 다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1/3은 준비하는 데 사용하고, 1/3은 잠자는 데 쓰고, 나머지 30년 채 안 되는 세월을 활동하는 데 사용한다.
 백년을 날수로 환산하면 36,500일이니 인생 백세라 하더라도 정작 활동에 쓰는 날수는 10,000일 남짓하다. 시간으로 환산해도 200,000시간 정도이다. 끝없는 시간의 흐름 위에 서면 강가의 모래알 하나에도 지나지 않는 찰나에 불과할지나, 보기에 따라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다.
 인생은 이 시한부 삶을 살아가면서 오욕칠정에 얽매어 울고 웃으며 자신의 역할에 배당된 연기를 하다가 간다. 어떤 이는 타고난 좋은 재질에 훌륭한 수업을 받아 명연기를 펼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보잘 것 없는 졸작을 남기고 이름 없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지금 이 시간도 끝없이 떠나는 행렬이 있고, 뒤를 대어 새로운 연기를 위해 또 다른 배우가 줄을 서서 오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극장의 본질이다.
 그러면 어떻게 사는 사람이 명연기자인가. 이 역시 보기에 따라 판단의 기준이 다를 것이다. 어떤 스승은 ‘치열하게 살라’ 가르치고, 어떤 구도자는 ‘버리는 데 참 행복이 있다’고 일러준다. 실제로 주어진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 세상에서 명연기자가 되기도 하고, 버리기에 성공하여 명배우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 보면 ‘치열’과 ‘버림’ 또한 그 경계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잘 아는 독립투사와 정·재계, 문화·종교계를 구분할 것 없이 성공한 사람은 치열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뜻한바 한 가지를 성취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버리기에 성공한 사람이요, 세상에서 좋은 것 모두를 다 버리기에 성공한 사람 또한 그 높은 구도의 경지에 들기까지 얼마나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살아왔겠는가.
 그러나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의 인생을 살펴보면 대체로, 젊은 피가 돌 때는 가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다가 그 피가 서서히 식어 가면 세상 것 모두가 부질없음을 깨닫고 버리기에 열중하다 이 세상을 떠나는 삶을 사는 것 같다.
 버리기 작업에서 마지막까지 버티고 앉아 떠나기를 거부하는 것이 ‘명예욕’이라 하던가. 사회적 국가적으로 원로라는 이름, 명연기자라는 이름을 얻어 떵떵거리며 살다가도, 권력과 재물과 명예욕과의 싸움,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실패하여 하루아침에 진흙 속으로 추락하게 되고, 자신은 물론이요 가족 친지들, 나아가 사회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는 사례가 남의 일이기만 한 것인가.
 부와 권력과 명예를 비롯한 모든 욕심에 대한 유혹을 떨쳐 버리고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경지는 어디쯤인가. 자문자답하다가 문득 지금 내가 선 자리를 돌아보고 아연해 한다. 아직도 나는 가진 것이 너무너무 많다. 무어라고 변명을 해 보지만 따지고 보면 전부 내가 세속을 살아가기 위한 방편을 구실로 가진 것들이며, 이것들이 결국은 짐이 되어 내 어깨를 이렇게 무겁게 하고 있다.
 적지 않은 세월의 역을 거쳐 와 얼마 남지 않은 종착역을 바라보는 자리에까지 와서도 아직도 더 못 가져 안타까워하고 있는 못난 나를 직시한다. 졸작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엑스트라 배우라도 면하기 위해서는 내게 남은 날을 ‘버리기에 치열한 삶’으로 채워야 할 것 같다.
 아침의 창을 열어본다.
 신선한 새로운 공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산새 들새 소리가 그윽한 산기슭, 세속의 눈으로 보면 배소(配所)와 같을지라도 이 풍성한 자연 속에서 또 하루를 무상의 선물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오늘을 즐겁고 보람 있게 살기를 기도한다. 내일은 신(神)의 영역이니 내가 무얼 하리라 계획하는 것은 오만한 짓이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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