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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시론] 배수의 진
심정규
경북도의원
2011년 10월 05일(수) 02:15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진나라 진시황 폭정으로 중원의 영웅호걸들이 들판의 불길같이 일어났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초한지(楚漢誌) 주인공 항우와 유방이다. 각각 고향에서 뜻있는 인사들의 호웅에 힘입어 거병했지만 초기엔 그 세력이 미약했다. 항우와 유방은 함께 항우의 숙부인 항량장군 수하에서 장수역할을 하고 있었다.
 항량 장군이 진나라 장함장군에 패해 죽자 항우는 상장군이 되어 장함을 치기 위해 군사 5만을 이끌고 장하(?河)를 건너자마자 장졸들을 불러 놓고 명령을 내렸다.
 “타고 온 배는 모두 부수거나 바닥에 구멍을 뚫어 강에 가라앉히도록 하라! 우리가 그 배를 타고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군량은 사흘치만 남기고 모두 버려라! 진나라에 패하면 곡식 먹을 목숨이 붙어 있지 않을 것이요. 만일 이 전투에서 이긴다면 기름진 음식이 여러분을 기다릴 거다.” 그러니 “국과 밥을 짓는 솔과 음식을 찌는 시루는 모두 깨어 버리고 막사도 불살라 버리도록 하라!” 라며 필사의 각오를 내세워 장졸들을 분기시켰다.
 이를 “파부침주(破釜沈舟)”라 한다. 이에 감동받은 장졸들은 결연하고 비장한 각오로 결전에 임한 결과 9번 전투에서 모두 승리하며 20만 진나라 군사를 격파했다. 이 전투의 승리로 항우는 반군의 장수와 제후들을 떨게 했을 뿐 아니라 반군의 우두머리가 되어 진나라 수도 함양을 향해 진격하도록 명령한다.
 다소 무모한 전술이기도 하지만 적은 수의 병력으로 많은 군사와 싸워 이기는 방법은 상황을 극적으로 만들어 군사의 사기를 극대화 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그 이후 한나라 유방 휘하 대장군 한신이 항우와 결전을 벌이기 전, 배후를 튼튼히 하기 위해 조나라를 먼저 정벌 한다. 한신은 3만 병력으로 조나라 진여장군이 이끄는 20만 군사와 맞붙는다.
 이때 한신 장군은 저수 강을 등에 지고 진을 친다. 배수의 진 (背水의 陣)을 친 것이다. 당시 물을 등지고 진을 치는 것은 좋지 못하다는 것은 신통찮은 장수라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 말이다. 죽을 색이 되어있는 병사들을 향해 이렇게 명령한다.
 “여기가 결판을 낼 싸움터이다. 더 물러날 곳은 없다. 이기지 못하면 죽음뿐이다.”
 “어찌하겠느냐? 싸워 이겨 비단옷을 입고 고향의 부모처자에게 돌아가겠느냐? 개돼지처럼 죽음 을 당해 흰 뼈를 이 저수강가에 흩겠느냐?” 한신 장군의 외침에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상황을 파악한 병사들이 “싸우자! 어차피 죽을 바엔 싸우다 죽자!” 라며 결사의 전의는 빨리 번지는 열병처럼 분위기가 바뀌자 맹 열한 기세로 전진해 나갔다. 20만 군사라는 숫자만 믿고 기세 좋게 달려오던 조나라 군사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덤벼드는 한나라 3만 군사에게 산산조각이 났다. 전투를 승리로 이끈 후 부하 장수들이 한신 대장군에 묻는다.
 “병가(兵家)에서 배수(背水)는 흉(凶)이라고 합니다. 대장군께선 어찌 이런 방법을 사용하였는지요?” 라고 묻자 한신 대장군은 웃으면서 말한다.
 “이 또한 병법에 있는 계책인데 그대들이 살펴보지 않았을 뿐이다. 병법에 죽을 곳에 빠진 뒤에야 살게 할 수 있고, 망할 곳에 있어야 지켜 내 남게 할 수 있다. 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파부침주와 배수의 진은 중국의 병법에서 나온 고사 성어이다. 적은 수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모든 병사가 최후의 한명까지 모든 것을 걸고 펼치는 전술이다. 잘못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에 쉽게 쓰지 않는 병법이다.
 임진왜란때 육지에서는 신립(申砬)과 이일(李鎰) 장군이 있었다. 파죽지세로 올라오는 왜군을 당시 조선의 이일장군이 상주전투에서 대패를 하고 충주의 신립 장군 휘하로 온다.
 이때 이일은 순변사로 있는 김여물 부장과 함께 문경세재에서 험한 산세를 의지하여 왜군을 막자고 신립 장군에게 건의했다. 하지만 기마병을 이끌고 여진족을 쳐부순 공이 많은 신립 장군은 이를 무시하고 기마병 8.000명을 넓은 충주 탄금대에 배수진을 치고 왜군과 결전을 했다. 기마병은 통상 보병의 세배에 달하는 전력으로 외형상 조선군이 우세한 듯하나 “고시니 유키나가”가 이끄는 왜군 15.000명의 초총 앞엔 무력했다.
 더군다나 탄금대는 진흙탕 지역으로 기마병이 활동하기엔 아주 나쁜 지형이었다.
 그 결과 대패를 했고, 신립과 김여물 장군은 남한강에 투신하여 생을 마감한다. 잘못 선택한 배수의 진으로 인해 신림은 모든 것을 잃고 나라마저 위태롭게 하였다.
 이기고 지는 것은 싸우는 이들에는 늘 있는 일 즉, 숭패병가상사(勝敗兵家常事)라 하지 않는가? 한 번 패하더라도 다시 재기하여 최후의 승자가 되어야 하지만 배수의 진은 벼랑 끝 전술이다. 실로 위험한 방법이다. “High risk, high return" 이라 하기도 하고, 위험한 장사 마진이 좋다”고 하지만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선택은 아니다.
 얼마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놓고 일전을 벌렸다. 병법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상으로 친다. 일본의 전설적인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 는 “적을 배어서 이기지 말고 이겨서 베어라”고 했다.
 오 전시장은 이길 방법을 미리 헤아려 보지 않고 민심이라는 거대한 태풍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맞선 것이다. 병력과 사기 그리고 보급 등 모두가 열세인 그는 배수의 지을 선택했다.
 하지만 선거 주도권을 쥔 대다수 시민은 무상이라는 달콤함에 침묵했고, 야당은 나쁜 선거로 대항했다. 판세의 주도권을 상대방이 쥐고 있는 선거는 승패가 이미 결판이 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무모한 싸움이었다.
 전쟁과 선거에서의 승리자는 전리품으로 모든 것을 가져간다. 배수의 진을 친 오 전시장은 무엇을 얻었는가? 처절한 검투사로 기억 될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지킨 명분과 미래를 얻은 시장으로 남을 것인가?
 그러나 승리의 전리품을 가져 간 것은 안철수 바이러스 신드롬이다. 국민들은 새로운 변화를 바라고 있는 걸 보여 준 것이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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