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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는 축복일까? - 해학에 비친 老年의 비애
이 강 룡
시인, 본지 논설위원
2012년 01월 31일(화) 01:42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GAG 1. 마누라가 밖에 나갔다가 시무룩해서 돌아왔다. 남편이 왜 그러느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던 마누라. “남들은 다 자유롭게 놀고 있는데 나 혼자만 당신이 살아 있어서 일찍 왔다”.
 GAG 2. 두 노인이 만났다. 둘이 다 눈두덩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노인 1: 자네는 왜 눈두덩이 그 모양인가? 노인 2: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밥 짓지 않는다고 마누라에게 얻어맞았다네. 노인 1: 자네는 그래도 행복하네 그려. 나는 간밤에 죽지 않고 아침에 다시 눈 떴다고 맞아서 이렇다네.
 GAG 3. 어느 할머니의 개그. 집에 두고 다니자니 사고 칠 것 같고, 데리고 다니자니 짐스럽네.
 인간 백 세 시대가 오고 있다. 며칠 전에도 TV에서 102세 할머니가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운동을 씩씩하게 하는 것을 보았다.
 역사를 거슬러 오르면 인간의 수명은 단명하여 60세에 회갑잔치를 하고, 70년을 누리면 중국의 詩仙 두보가 曲江詩에서 읊은 “人生七十古來稀”를 줄여 古稀라 하며 잔치를 베풀어 장수를 축하하였다. 구약 성경의 창세기에서는 무드셀라의 969세를 정점으로 보통 수백 세를 살았지만 이후 인간의 수명은 차차 짧아져서 신약 시대에 오면 ‘인생 칠십에 강건하면 팔십’이라 하였으니 창세 시대를 제외하면 요즈음처럼 장수를 누린 시대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다. 성급한 일부 과학자들은 벌써 인간 1000세 시대를 입에 올리고 있으니 어쩌면 창세기 시대가 재현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인간 백 세 시대가 과연 진정한 축복이기만 한 것일까? 수명의 연장이 정말로 행복하기만 한 것일까? 잠시 위의 세 가지 개그에서 보았듯이 오래 사는 일이 오히려 고통의 연장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인간의 수명이 확연히 늘어가고 있는 지금이 노년의 행복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잠시 우리 주위를 둘러보라. 자식들이 걱정 없이 잘 살고 있는데도 누추한 방 한 칸 세를 얻어 요즘 같은 한겨울을 전기장판 한 장에 의지하여 추위에 떨며 외롭게 살고 있는 노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문명의 발달과 함께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인가? 지금으로부터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3,4대의 대가족이 한 집에 살며 어른으로부터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배우고, 사랑과 배려의 마음을 은연중에 키워가던 그 체험적 윤리교육의 현장을 이제는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결코 생활환경 전체가 비문명적이던 그 시대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아니다. 지금은 삶의 걸음이 그렇게 느리다가는 굶어죽기 십상이다. 다만 우리가 계승해야 할 정신과 버려야 할 비 문명적인 일들을 취사선택하는 눈이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 눈이 없으면 ‘전 시대의 것은 모두 나쁜 것’으로 치부하여 도매금으로 청산해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되기 때문이다.
 인생 백세 시대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일에서 은퇴한 뒤 남은 날을 얼마나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침대에 누워 물리적인 목숨만 부지하는 날수, 자식들로부터 버림받고 골방에서 다리 웅크리고 쓸쓸하게 혼자서 보내는 연수(年數)는 결단코 삶이란 햇수에는 넣을 수 없는 시간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너도나도 서로 질 새라 무슨 복지, 무슨 복지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민이 수긍할 만한 예산 준비 없이 복지하겠다고 떠드는 사람들은 정당이 아니라 나라를 망치려는 사기꾼 집단에 불과하다. 그들의 허망한 말잔치에 속아 자신의 노후를 위한 준비를 게을리 하면 앞에 예로 든 개그가 나의 현실이 될 수 있다. 길어진 수명이 진정한 축복의 시간이 되도록 자신의 건강, 지성, 영성 관리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장수가 오히려 재앙이 될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문수진 기자  et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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