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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이강룡
시인, 본지 논설위원
2012년 05월 15일(화) 01:30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정권 말이면 예외 없이 반복되는 권력층의 부정부패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정권의 말기에는 제발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가 나타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그러나 그 소망은 ‘행여나’ 했지만 ‘역시나’여서 이번에도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들의 비리에 대한 보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
공수래 공수거(空手來空手去)!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다. 이승 하늘과 이별할 때는 10원짜리 동전 한 푼 가져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닥치는 대로 재물을 끌어 모으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평생을 쌓아온 재물과 명예를 함께 진흙 속에 묻어 버리고 쓸쓸히 철창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들이 우리를 착잡하게 한다. 또한 많이 모으기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던 재물은 오히려 가족들 간의 시기와 질투와 싸움의 근원이 되곤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우리를 답답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성직자가 밤새도록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며 자기의 돈이 아닌 신도들의 헌금이나 시주 돈으로 도박판을 벌였다는 이야기, 공적인 종교시설을 자신의 사유재산처럼 세습하여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모습들, 대형차, 고급차를 예사로 타고 다니며 이해관계로 편을 갈라 싸움질을 마다하지 않는 수법들이 세속인의 일상사를 뺨칠 정도로 타락한 생활을 하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성직자들의 행태가 그것이다.
 성인이 아닌 이상 인생이 어떻게 한 점 티 없이 살 수야 있겠는가. 살다 보면 의도적이건 무의도적이건 작고 큰 죄를 범하기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그 이름이 사회적으로 막중해질수록 그 이름의 값어치 또한 무겁게 되는 것이니, 그들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을 때 사회적 지탄 또한 크게 받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정말 가치 있게 사용하는 사람 또한 점점 많아지고 있음은 우리 사는 사회를 살맛나게 하는 부분이다.
 그 좋은 예가 관정 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하여 사재 8000억 원을 기부한 이종환 명예이사장의 경우이다. 그는 지난 2000년에 사재 10억 원을 쾌척하여 장학재단의 기금을 마련하고 2002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4640여 명의 학생에게 838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여 지난 10년 동안에 해외 박사 171명, 석사 150명을 배출하였고, 지금도 142명의 학생들이 해외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게 하고 있다. 그분의 지론이 ‘滿手有空手去’ 즉, 손에 가득 쥐어 봤으니 비우고 떠나리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관정 장학금으로 공부하는 학생 가운데서 장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걸 보고 싶다.” 는 소망을 피력하였다. 실제로 지금 그의 도움으로 공부한 사람들 가운데서는 국내외 대학에서 촉망받는 교수로, 또는 WTO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니 그의 소망이 현실화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믿어 본다. 우리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분들이 어찌 이종환 이사장뿐이겠는가. 한 평생을 바느질로 번 전 재산을 장학금으로 쾌척한 할머니, 자장면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한 분, 아예 기부 그룹을 형성하여 움직이는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 무명 인사들이 저마다의 이름값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공기를 훈훈하게 하거나, 대중으로 하여금 희망을 가지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해 줌으로써 직책의 이름이든 자연인의 이름이든 그 이름값을 충실하게 해 내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지도층’이란 이름을 부쳐주어야 한다. 높은 자리에 앉아 남들 위에 군림한다고 지도층이 아니다. 천문학적인 재산을 가졌다고 하여 ‘지도층’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저 권력층이요 부유층일 뿐이지 지도층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참다운 지도층,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스스로 실천해 가는, 멋지게 이름값을 하는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참다운 선진국으로 세계에 우뚝 서게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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