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예순 돌이 되는 해이다. 상당한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전쟁이 얼마나 참혹하고 무서운 것인지 몸소 체험해 보지 못한, 세칭 전후세대(戰後世代)가 회갑을 맞는 해이다. 이와 함께 연말 대선(大選) 후보군의 면모를 살펴보아도 이제 전후세대가 나라의 리더로 자리 잡게 될 것 같다. 종군(從軍)의 경험이야 있든 없든 간에 전쟁의 현장을 몸으로 직접 겪어본 사람과 서책(書冊)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체험한 사람과의 사이에는 전쟁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상당하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지금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서해 교전이나 연평도 폭격 사건에 대한 태도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 눈앞에 폭탄이 떨어져서 국토가 불타고 있는데도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는가 하면 심지어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도리어 원인 행위자인 북한을 편들고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리가 지금 대처하고 있는 사회주의 세력이 얼마나 위험한 세력인지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그들도 우리 민족’이라는 막연한 동정심, 해이한 안보관이 도(度)를 넘은지는 오래되었다. 좀 심하게 말한다면 내가 직접 당해 보지 않으니까 전쟁을 그저 불꽃놀이 행사쯤으로 보는 통탄할 시각도 적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후보군에 속한 사람들과 정당의 이름을 내 건 집단 가운데도 이와 비슷한, 지극히 편향된 안보관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눈앞에 활보하고 있는데도 다수의 국민들이 이를 별로 위험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지극히 위험해 보이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나라의 리더가 전후 세대로 교체되는 전환기에서 나라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조건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첫째의 가치관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우리나라처럼 바로 코앞에 지구상에서도 유일하게 봉건주의 세습왕조의 지독한 사회주의 세력과 대처하고 있는 국면에서는 대통령 한 사람의 대 사회주의 관점(對社會主義觀點)이 어떠하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실로 중차대한 사안이다.
둘째는 소통의 리더십, Let's go leadership이 체질화된 사람이어야 한다. 이는 민주시민으로서 함께 살아가며 화합을 이룰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자질이다. 자기는 항상 지고지선(至高至善)이며 상대방은 항상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잣대로 사람을 재고 판단하며 자기에게 반대하는 세력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은 민주시민의 리더로서 일차적 자질에서 탈락의 대상이다. 반대 세력을 품을 능력이 없어 자기편만 끌어안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졸병들에게만 둘러싸여 일을 해 나가다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따르라’는 Follow me leadership으로는 필경에는 공도동망(共倒同亡)의 구렁텅이에 함께 빠지게 되는 것을 고래(古來)의 역사가 너무나 잘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셋째는 인사가 만사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전두환 대통령 이후로 우리나라의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있다. 아들, 딸, 아내, 형님, 동생, 심지어는 사돈의 팔촌까지도 부정의 대열에 가담하여 호의호식하다가 쇠고랑을 찼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측근과 친인척의 부정부패에 대하여 가차 없이 엄벌하겠다.”고 맹세하듯 약속했다. 그러나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측근과 친인척들이, 어떤 대통령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부정과 부패에 가담하였다. 그 결과 지금도 명예스럽지 못한 모습으로 살고 있거나,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어 있으면서도 그 불명예를 그냥 떠안고 있음은 대한민국 현대사 가운데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의 하나이다. 간절히 원하기는 이번이야말로 부정과 부패로부터 초연하게, 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는 그 첫 번째의 멋있는 대통령을 보고 싶은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통령들이 그 방법을 몰라서 이렇게 불명예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방법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치욕적인 모습들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부정과 부패의 달콤한 맛을 과감히 물리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제 문제에 대한 바른 시각,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다방면에 걸친 국내의 산적한 난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 등 다른 중요한 요목들도 많고 많겠지만 이 모든 것은 일단 차치(且置)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차세대의 리더를 선택할 때 위에 제시한 세 가지만큼은 가장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사안이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정재훈 기자 gamum10@hanmail.net “새 감각 바른 언론” - Copyrights ⓒ경북중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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