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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술의 길, 의술의 길
이강룡
본지 논설위원
시인
2013년 10월 01일(화) 13:29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사람은 누구나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다만 그 시한이 얼마나 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병원에 가서 무거운 병이 들어 당신은 길어야 6개월, 또는 3개월 등의 판정을 들을 그 때를 비로소 시한부 삶이라 이른다.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이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생각하며 이 땅에 사는 동안에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하여 온갖 부정부패, 중상모략을 서슴지 않는다.
 문득 예기치 않은 날 아무도 피해 갈 수 없는 길이 손짓하고 있음은 생각지도 아니하고.
 나는 군 생활 3년간을 군 병원에서 근무하였다. 군의학교에서 의술의 기초를 배우면서 히포크라테스를 듣고 “의술은 인술”이라 들었다.
 ‘지혜의 상징인 뱀이 감겨 있는 히포크라테스의 의술의 막대기에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의 날개가 달린’ 견장을 달고, 막연한 대로 ‘의술과 인술’의 거리를 생각하며 군 복무를 마쳤다.
 오늘날 병원의 현실, 특히 적지 않은 대형 병원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영혼의 마지막 보루가 종교 시설일진데 몸의 그것은 병원이다.
 그런데 그 마지막 보루에 들어갈 입장료에 해당하는 수가(酬價)가 환자가 보기에는 높은 것 같은데 병원은 항상 적자 경영이라고 울상을 짓고 있다.
 바깥에서야 속사정을 세세히 알 수가 없지만 사회는 이를 용인하는 데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여수 애양병원 김인권 원장의 인터뷰가 있었다. 잘 나가던 S의대 출신으로 명예와 부가 약속된 자리를 다 버리고 나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서 신명을 바쳐 일했다.
 그리고 지금은 나환자가 줄어듦에 따라 인공관절 수술을 대체 진료과목으로 개설하였다.
 나환자들을 돌보던 시골의 작은 병원이 지금은 인공관절 수술의 전국적 메카로 떠오르게 되었다. 쉽게 말하여 기적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 이 일은 전혀 기적이 아니었다.
 그는 KBS 간판 프로에도 나오기를 몇 번이나 고사할 정도로 인터뷰를 쑥스러워 했다.
 매스컴에 나옴으로써 자연히 미화되는 자신을 경계해서였고 그 시간이면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할 수 있다는 의사 본연의 의무에 충실해서였다. 그 병원은 특진 같은 제도는 아예 없을 뿐 아니라 치료의 순서는 나이순으로 정한다고 한다.
 원장 자신이 많이 할 때는 하루에 30여 명의 환자에게 시술하고 있다 한다.
 그 와중에도 좋은 재료를 싸게 보급하고 직원의 보수 또한 다른 병원에 비하여 적게 줄 정도로 절약형 병원 경영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해도 지금은 병원을 더 크게 새로 지을 수 있을 정도로 남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의술과 인술의 거리는 얼마쯤인가? 의업(醫業) 종사의 첫 자리에서 엄숙히 뇌이던 히포크라테스선서는 지금 어디쯤인가?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겠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인술을 베풀겠노라.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며…,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人道)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의술이 인술로 승화되게 하는 해답은 그 분의 인터뷰 속에 간명하게 들어 있다.
 히포크라테스선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관건(關鍵)을 한 마디로 줄여 말한다면 ‘본질의 실천’이다.
중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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