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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 - 오은별 - 카디자 윌리엄스
이강룡
시인(본지 논설위원)
2014년 03월 12일(수) 13:41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있다. 불우한 환경에서도 뜻을 세워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다. 이 속담에 깔린 뜻은 그 사회가 용이 될 만한 싹을 알아보고 환경에 관계없이 인재가 마음껏 커 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줄 장치가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면 자칭 타칭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는 우리 사회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환경인가 어떤가. 우연하게도 최근에 있었던 세 젊은이의 모습에서 우리의 풍토를 다시 한 번 진단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우리 빙상 체육계에서 버림 받은 안현수 선수의 경우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안 선수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에서 선수생활을 할 수가 없게 되어, 마침내 조국을 버리고 ‘귀화’라는 마지막 카드를 들고 산 설고 물 설은 러시아로 떠났다.
 안 선수를 맞은 러시아에서는 안 선수가 선수 생활을 하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도록 배려하였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안 선수를 챙겨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라는 특명을 내릴 정도였다 한다. 그 결과 안 선수는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 국기를 달고 새로운 조국에 세 개의 메달을 안기면서 화려하게 부활하였다. 행복의 척도를 물질로 재단할 수는 없겠지만 러시아 정부는 안 선수에게 고급 승용차외 아파트 외에도 보상금을 풍성하게 지급하고 지금은 러시아 선수단의 코치로 들어오기를 간청할 정도라 한다.
 안 선수와는 좀 차이가 있지만 우리 사회가 실력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경우가 오은별 학생의 경우이다. 은별 학생은 오른쪽 팔과 다리가 불편한 장애아이다.
 오른손을 쓸 수 없어 왼손으로 글자를 쓴다고 담임에게 매 맞고, 행동이 느리다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한국 생활을 견디다 못하여 초등학교 3학년을 채 마치지 못하고 뉴욕에 사는 이모 집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에서는 보조교사 한 분이 오 양을 전담으로 맡아 자신이 장애인임을 잊을 정도로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중학교에 입학하여 대천여중 3학년 때는 만해청소년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할 만큼 문학적 재질도 출중하였으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특목고에 진학하기까지 교사와 친구들의 편견과 차별을 견딜 수가 없어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어렵게 편입 시험을 치른 끝에 스타이브센트고교에 입학한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어렵기로 소문난 올해의 NYT(뉴욕타임스) 선정 장학생 시험에 합격하게 되었다.
 다음은 뉴욕의 홈리스(노숙자) 흑인 소녀로서 당당하게 하버드대에 입학하게 된 카디자 윌리엄스의 경우이다. 어머니와 둘이서 한 평의 누울 자리를 찾아 미국 서부의 여러 지역을 떠돌면서 12학년을 마칠 때까지 학교를 열두 번이나 옮겨야 했던 카디자는 이 역경을 뚫고 마침내 하버드대 학생이 되었다.
 그녀는 노숙자와 범죄자가 우글거리는 험악한 지대에서 별을 보고 잠을 잤지만 학교를 갈 때는 늘 머리를 반듯하게 빗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했다.
 성적이 좋은 그녀를 담임은 영재 프로그램 대상자로 등록 시켜 교육을 시켰고, 그녀도 이에 호응하여 새벽 4시부터 밤 11시까지 줄기차게 공부하여, 하버드를 비롯한 20여 군데의 명문대에 합격하게 되었고, 그녀는 하버드를 선택하였다.
 하버드에서 그녀를 면접했던 줄리 힐든 교수의 말 한 마디는 오늘날 미국을 이끌어 가는 힘이 여기에 있음을 느낄 정도로 정말 멋이 있었다. “카디자를 입학 시키지 않으면 제2의 미셀 오바마를 잃게 될 것이다. 당신들은 결코 그런 실수를 범하지 말라.” 줄리 힐든 교수의 면접기를 읽으면서 필자는 문득 우리나라 대학의 수많은 면접 뒷소문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입맛이 씁쓸했다.
 우리는 예로 든 세 젊은이 이야기를 통하여 한국과 러시아와 미국의 교육 풍토 내지 사회 풍토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국민소득을 높이 올리는 일이야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선진국의 척도는 막연히 좋은 집과 풍성한 먹을거리에 있지 아니하다.
 인재를 몰라보고 쫓아내는 나라와, 생명 본연의 고귀함을 인정하고 그 능력을 최대한으로 살려주는 나라, 다시 말하여 개천에서도 얼마든지 용이 날 수 있는 나라와의 차이, 이것 하나만으로도 후진국과 선진국의 단적인 차이를 금 그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중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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