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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구미시의회가 정치력을 발휘하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
2014년 07월 09일(수) 13:20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법률이 보장한 지방의회의 주요 기능은 집행부 견제 성격의 예산심의, 행정사무감사, 조례 제·개정 등이다. 단순하게 보면 전문성을 갖추는 것 정도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 기능들이다. 전문성 확보는 시의원들이 주경야독으로 공부하고, 특히 벤치마킹을 열심히 하면 되는 주관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성만으로는 집행부를 견제하면서 시의회의 경쟁력과 위상을 높일 수 없다. 민선 단체장들이 재선·삼선을 위한 정책·예산상의 밀어붙이기식 무리수를 종종 두기 때문이다. 밀어붙이기식 정책·예산은 언론과 시민단체에 의해 논란으로 불거질 것이고, 이를 통해 시민들이 알고 지켜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정당 소속의 시장이라고 좌시하거나 봐주기 식으로 대처하면 시의회의 위상은 추락할 것이다. 이는 특정정당이 독점하고 있는 영호남지역 지방의회의 대체적인 현상이다.
 그에 비해 수도권처럼 중도·진보 등 다양한 야당의석 확대를 의미하는 ‘정치적 다양성’이 확보된 지방의회는 정당 간 경쟁이 자동화돼 있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고, 그만큼 위상을 갖춘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같은 수도권 지방의회 사례는, 집행부 견제 역량을 높이기 위해선 정치적 다양성을 확대해야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적인 구미지역에서의 정치적 다양성 확대를 통한 경쟁력 제고는, 정당공천제 폐지와 중대선거구 확대라는 제도개선과 시민들의 정치의식 변화가 받쳐줘야 가능한 객관적 영역이다. 야권후보단일화라는 쉬운 길이 유행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후보들의 주관적 의지보다 객관적 요인이 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구미시의회가 정치적 다양성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과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인내가 필요한 점진적 확대, 즉 ‘느린 변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처럼 구미지역 정치의 근본적 한계는 정치적 다양성 부족에 있다.
 이 같은 한계 속에서, 존재감이 별로 뚜렷하지 못한 구미시의회가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전문성·다양성·정치력 기준 구미시의회 현단계
(1)전문성 부족에 따른 행정사무감사의 한계
 올해 3회째인 구미국제음악제는 예산이 2억5천만 원인데 구미시 단일 문화예산으로는 가장 큰 금액이다. 이렇게 큰 예산이 들어가는 신규 문화행사의 경우, 구미시가 사전에 시의회에 설명을 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게 마땅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의회는 “관객이 적었다.”는 이유로 2회와 3회 예산심의와 행정사무감사에서 연속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관철하지 못했다. 구미국제음악제를 폐지해야 할 핵심 이유는 관객이 적었다는데 있지 않고, “‘짜깁기 프로그램’으로 편성한 음악제는 정규 음악제가 아니다.”는데 있다. 클래식 음악 저변이 부족한 지방중소도시임을 감안해, 시민들이 지루하게 느낄 전곡 연주를 포기하고 유명 악장만 연주하는, 찾아가는 음악회 같은 무료음악회 방식의 짜깁기 프로그램에 국제음악제라는 명칭을 붙여 무려 2억5천만 원이나 쏟아 붙는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구미시밖에 없다.
 2012년 행정사무감사에선 구미시 산하 유일한 연구기관인 구미시전자정보기술원의 낮은 장비활용도에 대해 지적했으나, 정작 중요한 중소기업 기술지원 실적에 대해선 접근하지 못했다.
 두 가지 사례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데 따른 피상적인 예산심의와 행정사무감사의 한계를 드러낸 경우이다. 물론 이 같은 한계는 구미시의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북도의원들도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북테크노파크와 대구경북연구원 행정사무감사에선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길은 있다. 관련 전문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탐사’ 수준의 행정사무감사가 가능하다. 문제는 구미상공회의소와 지역 대학을 방문해 지역경제와 구미시전자정보기술원에 대해 자문을 구하고, 지역 문화계 인사를 만나 구미국제음악제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시의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시의원들이 지역사회 전문가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국의 ‘탐사 지방의원’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꼭 챙겨야 할 방법이다. 매일신문 기자 출신의 황이주 경북도의원(새누리당)의 도립 경도대학 행정사무감사 자료는 진보언론으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2)시장과 같은 특정정당 의석독점에 따른 ‘봐주기’식 심의와 예산낭비
 구미시는 공장과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따르는 개발수요가 많은데, 그만큼 대형 예산낭비 사례도 많은 편이다. 정치적 다양성 부족에 따른 ‘봐주기’식 불철저한 예산심의가 초래한 예산낭비 불명예 사례이다.
 1997년 구미시의 출자금 25억원과 융자금 146억 8천만원으로 설립한 구미원예수출공사는 구미시 공기업인 구미시설공단에 흡수돼 존폐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마당이고, 380억원을 들여 2010년 준공해 엑스코에 위탁운영하고 있는 구미코(구미컨벤션센터)엔 매년 19억원 가까이 지원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다. 엑스코의 한 임원은 “엑스코처럼 전시회를 유치해야 수입이 되는데, 회의 장소 대여로는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82억 5천만원을 들여 2011년 개장한 구미시승마장도 인건비 지원을 빼고도 매년 4억원이나 적자이다. FTA 대응 차원의 중장기적 대안으로는 검토 가능하지만, 현단계 제반 조건으로는 시기상조인 셈이다. 전국적으로 흑자를 기록하는 지자체 설립 공공승마장은 단 한 곳도 없다.
 물론 구미원예수출공사 설립에 대해 당시 연규섭 시의원이 반대했거나, 구미시승마장 설립에 대해 시의원들이 문제제기 하는 등 시의회의 견제가 없었던 게 아니다. 문제는 대형 예산낭비 사례가 우려되는 사업의 경우, 시의원 1인 시위라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민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시장과 독점적 다수 시의원들이 같은 정당의 식구들이기 때문이다. 제 식구 봐주기 식 예산심의에 따른 혈세 낭비는 결국 죄 없는 시민들이 부담하게 됐다.

(3)지역현안 갈등조정 회피에 따른 정치력 부재
 정치인의 리더십 구축의 결정적 요인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상충하고 있는 지역현안에 대한 갈등조정 능력이다. 지역현안 갈등조정 능력이 정치력의 핵심이다. 그런데, 구미시의원들은 지역갈등 현안으로부터 도망가거나 침묵하는데 익숙하다. 선거표에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1년 구미시소상인연합회가 주도한 봉곡동 대형아웃렛 입점 반대 집단민원은 100명, 400명, 200명, 100명 등 4차례의 시청 앞 집회를 열었으나, 해당 지역구 시의원 3명은 전원 합의로 불참했다. 할 수 없이 필자가 찬조 연설을 했다. 대형아웃렛 입점에 대해 대체적으로 80% 정도의 주민들이 찬성하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상충하는 상인들 입장에선 “자영업을 살리겠다.”는 선거 공약과 해당 시의원들을 불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년부터 진행형인 구미경찰서 이전 문제 역시 자기 지역구 사유지에 유치운동을 펴는 일부 시의원 주도 집단민원과, 시유지와 교환해 경찰서 부지를 시민문화복지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시민단체(구미경실련)의 공공성이 충돌하고 있지만 시의회는 침묵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구미시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 집단민원에 대해 구미시의회는 구미시에서 올린 2차례의 동의안을 보류시키는 것으로 견제 의지를 보였으나, 조사위원회 구성 등 시의회가 갈등을 풀어보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은 아니다. 풀어오라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2. 구미시의회가 정치력을 발휘하려면
 시의회(시의원)에 대한 주요 평가 기준은 전문성·다양성·정치력인데, 전문성은 개별 시의원들이 인적자원 네트워크를 조직해 활용하거나 벤치마킹하기 나름이고, 정당 다양성은 정당공천제 폐지와 중대선거구제 확대 등의 제도적 문제와 유권자들의 의식변화 등이 맞물린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지역현안 갈등조정과 합의도출’에 대한 능력 발휘를 통해 시의회의 정치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구미시의회에 제안한다.
 구미시는 경북에서 ‘논란’, ‘갈등’ 등의 제목의 언론기사가 가장 많은 도시이다. 인구가 10만이나 많은 포항시보다 많다. 이는 역설적으로, 시의회로선 정치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굴러 온 호박’ 같은 기회로 받아들이고 대응해야한다. 시의회도 그만큼 갈등조정 의정활동으로 바빠지고 시민들의 신뢰가 쌓이면서 정치력이 강화되고, 정치력이 뛰어난 시의원들도 다수 배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역현안 갈등조정을 통해 정치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어떤 협상원칙을 일관된 활동 기준으로 정할 것이냐가 ‘절반의 성공’일 정도로 가장 중요하다. 가장 널리 활용되고 검증된 협상원칙인 구동존이(求同存異)를 활동 기준으로 삼아야한다.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한다.”는 구동존이 협상원칙은, 1955년 주은래가 실용주의 중국외교 전략으로 확립한 이래 세계 외교가의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정파 구별 칸막이 의정활동을 벗어난 실용주의적인 소통과 합의도출 방법이다. 한국에서도 여야와 보수·진보를 불문하고 갈등조정과 합의도출에 가장 널리 적용하는 협상원칙이다. 독일처럼 극좌·극우 양극단은 배제하면서 정책노선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양보와 타협을 전제로 성립하는 공존의 리더십이다.
 구동존이 협상원칙 아래 전국의 다양한 지역현안 갈등조정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지역의 각계 전문가 자문을 구하는 과정을 통해 웬만한 갈등은 시의회 스스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구동존이의 적용 대상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럴 경우엔 정면 돌파의 용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갈등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정당과 시의회가 작동을 하지 않으니까 시민단체가 대체 역할을 하고 있는 게 구미지역의 현실이다. 이는 정당정치 활성화에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현안 갈등에 대해 선거표 유불리에 연연하지 않고 개입하는 용기, 갈등을 풀어내고 합의를 도출해내는 능력을 발휘하지 않고선 결코 정치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시의회 내부의 갈등조정도 구동존이 협상원칙과 공존의 리더십 외엔 답이 없다! 권력은 나누고 공유해야지, 독점하고 독선하면 미움을 받기 마련이다. 모든 독점과 독선은 갈등과 불행의 씨앗이다.
 2014년 하반기엔 새로 출범한 제7대 구미시의회의 정치력 시험대가 널려 있다. 구미시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 집단민원과 구미경찰서 이전 공공성 문제 외에도, 선산 교리 2지구 공동주택 매입주선 의무 동의안 문제, 구미시설공단 이사장 임명 ‘관피아’ 견제 문제(2014.9), 소규모 행정동 통합 및 불합리한 행정구역 조정 문제, LG CNS 열병합발전소 건립 문제, 롯데백화점 구미입점 집단민원 문제,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 문제 등이 대기 중이다.
심학봉 국회의원이 6.4 지방선거 때 활용한 북구미IC 신설 사업처럼, 국·도비 지원 없이 순수 시비로만 350억원을 투입해야하는 대형 신규 사업은 반드시 시의회와 사전 논의 후 발표하도록 견제함으로써 시의회의 정치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견제를 넘어 견제와 대안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지역현안 갈등 현장은 견제와 대안이 요구되는 현장이다. 시의원 활동을 기반으로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지역현안 갈등에 적극 개입하는 용기와 합의도출 능력 발휘가 첩경이다. 구미경실련은 이러한 인식을 분명히 하면서 실천하는 시의원, 시의회와 적극 연대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중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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