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세계경제의 여파로 좋지 않은 우리 경제사정이, 가득이나 얇아진 내 주머니까지 영향을 준 것인가? 이번추석을 기점으로 바닥이 나버렸다.
그래도 긴 연휴로 이어진 이번 추석에는 '김영란 법' 시행이전에 조심스런 분위기 덕을 보았다는 생각도 든다. 약 400만명이나 되는'김영란 법' 적용대상의 부담 때문에 감사의 마음을 대충 전화로 때우고 말았으니 말이다.
검은돈의 위력을 매스컴을 통해 국민모두가 잘 알고 있는 때에, 명절날 선물보다 현금을 좋아하기는 부모님이나 조카들도 마찬가지다.
돈. 현금 .지폐. 화폐는 같은 말로 교환의 기능과 가치, 저장의 기능을 가진 자본주의에서 가장 으뜸으로 여기는 시장경제의 최고수단이며 그 위력은 상상 이상이다.
종이로 만든 화폐를 지폐라고 하는데 국가별 지폐 인물선정의 공통점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별로 국가와 민족을 대표하는 선현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지폐의 인물선정을 볼 때, 조선성리학을 기준으로 한 선현들의 인물이 많음은 한번쯤 새겨볼 필요가 있다. 지폐의 거래 빈도가 가장 많은 1,000원의 액면에 새겨진 퇴계 이황(1501∼1570)은 조선의 대표 사상가이자 교육자로 성리학의 기초를 세운 위인이며, 나아감과 물러남의 의미를 아는 영남학파의 영수로 이시대의 진정한 대학자였음은 역사책에서 공부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잘 모르고 지냈던 퇴계의 순수한 인간성에 대해서 고찰해볼 때 퇴계의 진정한 성정과 어짐을 보게 되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한걸음 더 들어가 천원짜리 지폐를 보면, 앞면 좌측의 명륜당 위에 있는 꽃은 매화이며, 매화는 선비정신을 나타내는 사군자 중의 으뜸이다.
사군자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가리켜 덕과 학식을 갖춘 사람의 인품에 비유하여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른 봄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먼저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매화에 대한 사랑을, 그가 평생토록 남긴 매화시를 추려 만든 매화시첩에서 알 수 있으며, 흩트려짐 없이 꼿꼿하며 준엄한 성품의 퇴계가 관기 두향이 선물한 매화 화분에 마음이 흔들렸을 정도로 매화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고도 유별났었다.
“격물치지”란 사물을 통해 이치를 깨닫는다는 말이다.
사물의 이치를 궁극에까지 이르러 나의 지식을 극진하게 이른다는 사전적 말이지만, 퇴계는 식물인 매화의 성장을 통해 생의 의미를 새기며 자신을 성찰하고 스스로 부끄럼 없는 학자로서의 성품을 거듭나게 하였다.
단양군수로 부임할 때 관기 두향과의 시간을 초월한 만남도 매화가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 하였을 것이다. 당시의 상처한 퇴계와 두향의 나이 차이는 무려30년이었다.
”매화는 고상하고 아담하여 속기가 없고, 추울 때 더욱 아름다우며 호젓한 향기가 뛰어나고, 격조가 높으며 운치가 남다르며, 뼈대는 말랐지만 정신이 맑고, 찬바람과 눈보라에 시달리면서도 곧은 마음을 고치지 않습니다. 이 매화와 함께 심신의 안정을 되찾아 단양고을을 잘 다스려 주십시오." 라고 전해져오는 두향의 당부는 오늘날 돈 때문에 문제가 되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회 각층의 저변을 미리 예측하며 한말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김영란 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사회상규 상 지금까지 문제시되지 않았던 접대, 청탁 등이 범법행위가 될 우려로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돈은 잘 쓰면 보약이고 못쓰면 독이라는 말과 같이, 옳고 그름을 분별하며 바르고 가치 있게 사용하여야 한다.
퇴계의 매화사랑이 주목되는 지금, 일부 타락한 공직자들 때문에 시행되는'김영란 법'이 공직의 업무수행 능력과 이상적인 관료상의 호칭인 청백리의 표상이 되는, 많은 공직자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으며, 인간관계의 매정함과 사회전반의 소비 위축으로 장기적 경기 침체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걱정도 된다.
하지만 맑고 투명한 사회를 위해 만드는 사회계약설의 부문인 만큼 진통은 있을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차분히 정착되리라는 믿음을 가진다.
무심코 지나친 1,000원의 지폐에서 퇴계의 심오한 사상을 엿보며 유언으로 “매화분에 물을 주는 일을 잊지”말라고 당부하신 퇴계의 기품을 신 도청청사에서 멀지않은 도산서원에서 찾아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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