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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신의 계절
이강룡
(본지 논설위원)
2017년 05월 17일(수) 13:23 [경북중부신문]
 

ⓒ 경북중부신문
 배신(背信)의 사전적 의미는 ‘믿음과 의리를 저버림’이다. 배신은 사람살이에서 일어나서도 해서도 안 될 금기의 행위이다.
 그러나 인간 공동체가 존재하는 한 크게는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으로부터 시작하여 작게는 사사로운 생활의 현장에 이르기까지 배신은 끝없이 있어 왔고, 또 일어날 것이다.
 근래에 정치권에서도 여러 형태로 배신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본다. 정치권이야 본래 근성이 자신의 앞길을 위해서라면 배신을 떡먹듯이 하는 집단이기는 하지만 특히 선거철이 되면 그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익히 보아 왔다.
 그런데 ‘배신’이란 사실이 일어나는 원인의 현장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꼭 배신한 사람만 욕할 것도 아닌 성싶다. 기본적으로 배신하는 쪽과 배신을 당하는 쪽의 관계를 살펴보면 배신을 당하는 쪽이 갑(甲)의 자리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갑의 자리에 앉아서 을(乙)의 형편이나 처지나 요구 사항들을 무시하고 깔아뭉개다가 끝내는 ‘팽’ 시켜 버리는 경우,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현상의 배신이 일어나는 것이다.
 말하자면 배신의 계절을 몰고 온 책임을 굳이 지우자면 甲의 책임 쪽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甲은 가진 쪽(그것이 권력이든 재력이든 지위든)으로서 乙의 자리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수용해야 하는 쪽이다.
 그것을 나와 생각이 같지 않다고, 내 뜻을 따르지 않는다고 억누르고 윽박지른다면 그것이 올바른 해결 방법이 되겠는가.
 어차피 인생살이는 한 다리 건너면 남인데 하나의 공동체가 어떻게 일사분란하게 나의 입속에 혀같이 움직이기를 바라겠는가. 그것은 민주 사회에서 결코 바람직한 집단이 가야 할 길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집단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질수록 건강한 법이다.
 넓은 스펙트럼의 현장에서 지도자에게 쓴 소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언로(言路)를 열어 둠으로써 그 집단의 구조는 더욱 탄탄해질 것이고 그 능력은 날이 갈수록 업그레이드되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乙의 자리에 선 사람을 무조건 두둔하고자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나름대로의 자리에서 화평과 평화의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정말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인데 그것은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일이지만, 구성원은 각자가 궁극적으로 자신의 신념에 투철해야 하고 그 신념과 신념이 正과 反으로 맞부딪쳐서 더 높은 차원의 合에 이르도록 유도해 나가는 것이 지도자의 포용력이요, 능력으로 보고 싶은 것이다.
 철 지난 팔로우미 리더십(Follow me leadership)으로 ‘나를 따르라.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 있을 뿐이다.’를 외칠 것이 아니라, 렛츠고 리더십(Let's go leadership)으로 집단 속에 들어가 ‘일어나라 함께 가자. 내가 그 한복판에 서겠다.’고 외치는 민주적 리더십의 소유자를 보고 싶은 것이다.
 리더십이 어떻게 정립되어 있는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크게는 나라로부터 작게는 사사로운 단체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공동체가 건전하게 살아가느냐, 아니면 병든 단체로 휘청거리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다.
 새 정부를 맞아서 어제까지의 가치 체계 중 많은 부분을 쓸어내고 새로운 가치 체계로 재정립하려는 강한 욕구가 사회 전반에 급격하게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 역시 어제의 권력 쪽에서 보면 ‘배신’이요, 오늘의 권력 쪽에서 보면 ‘새나라 세우기’이다. 어느 쪽이건 ‘나는 다 옳고, 너는 다 그름’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正과 反이 맞부딪쳐서 더 높은 차원의 合에 이르도록 유도해 나가는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중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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