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3 학생이 내년에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이 아이들은 2015년 개정된 교육과정으로 공부하게 된다. 이 교육과정은 토론과 협력활동 중심의 수업을 실시하게 될 것이다. 주입식 내지 암기식 학습을 지양하고 창의와 통합의 교육을 중시하는 수업을 전개하기로 짜여 있다. 진작 바뀌었어야 할 교육 방법이라고 본다.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 최고 지능지수(세계 2위)라는 명철한 두뇌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아직 노벨상 수상자 한 사람 내지 못한(평화상은 제외) 원인을 필자는 교육방법의 잘못에 있다고 믿고 있다. 그 예로 유태인은 우리보다 낮은 지능지수(12위)를 소유하고서도 민족 단위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이 기막힌 현상의 밑바탕에는 교육 방법의 차이가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가장 현격한 교육 방법의 차이점을 한 가지만 지적하자면 그것은 독서 방법의 차이이다. 저네들은 1000권의 책을 읽고 500권을 필사하며 1000회 이상의 독서 토론을 거친다 한다. 유태인의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적극적 토론 학습을 통하여 스스로 정답을 만들어 가는 교육으로 자라는 동안에 우리 아이들은 1-5번까지 진짜 답, 가짜 답을 나열해 놓고 정답 찍기 교육을 해 오면서 남이 만들어 놓은 정답을 찾아내기에 골몰하는 공부를 해 왔다.
마침내 저들은 대학에 입학하면 국가에 이바지할 공부, 자기가 평생 먹고 살 공부를 본격적으로 피터지게 스스로 시작하는 반면, 우리 아이들은 대학에 입학하는 그날부터 “지긋지긋한 공부여 나를 떠나라. 이제부터는 자유다.”를 외치며 놀이 문화에 심취하기 시작한다. 취업 또한 우수 학생일수록 국가 발전에 기여도가 높은 창의적 직업보다는 안정된 직종(공무원, 의사, 법관)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 우리의 씁쓸한 현주소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지금 중3 아이들과 그 학부모가 불쌍하게 된 것은 주무부서인 교육부 안에서 엇박자 놓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은 창의, 토론식 수업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과정에 따라 실시하면서 정작 이들이 치르게 될 수학능력시험은 기존의 5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에서 단 한 문제라도 틀리면 등급이 바뀌는 종전대로의 살벌한 시험을 치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수능이 그렇다면 학교 수업도 당연히 기존의 문제 풀이식 수업을 실시하든지, 아니면 학교 수업 형태에 맞춘 혁신적인 수능 문제를 출제할 계획임을 발표하든지 앞뒤가 맞는 정책을 펴는 것이 상식인데, 한 교육부 안에서 교육과정 담당과는 “우리는 열심히 연구했고, 교사 연수도 열심히 시켰다. 수능은 수능 담당과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기막힌 답변을 내어놓고 있다. 수시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형 방법도 다양해졌다지만, 어느 학부모가 수능을 무시하고 수시에만 올인할 배짱이 있겠는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진 교육부가 과별로 마음대로 따로따로 놀 양이면 그 위에서 조정을 담당한 실국장들은 무엇하려고 앉아 있으며, 장관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사람인가. 정책은 크든 작든 상식에 기초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 아이들은 다음해에는 또 다른 잣대의 교육 정책 때문에 재수(再修)도 하지 못하게 되는, 속칭 오도 가도 못하고 오동나무에 걸린 아이들이다. 국가는 무슨 권한으로 죄 없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이렇게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가. 이렇게 가지고 놀아도 되는 것인가?
더 슬픈 것은 이 아이들과 학부모의 대다수가 “수업 따로, 수능 공부 따로”라는 이 엄청난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순진하게도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교육을 착실히 받기만 하면 대학 진학은 해결될 것이라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상식이 실종된 시간 속을 지나가고 있다. 가장 신뢰해야 할 법원의 판결까지도 우리 같은 문외한이 보아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판결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고, 현직 판사가 공공연하게 “재판은 정치”라는 뜻도 모를 발언을 내뱉고 있다.
순수란 미명(美名)으로 포장한 외고집의 무리들이 사법부의 판결도 자기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대중의 힘을 몰고 가서 뒤엎으려 하고, 피의자의 인권은 다락 같이 높이면서 그 피의자에게 당한 피해자의 인권은 찾아보기가 힘 드는 것 같다. 대북 관계도 ‘핵 앞에는 핵밖에 답이 없음’이 명명백백한 답일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한 선명한 답도 내놓지 않고 있는 것 같고, 사색당파 싸움을 뺨칠 정도로 국가의 앞날이 존망지추에 놓였는데도 ‘내로남불’의 피 터지는 싸움에 여념이 없는 정치판의 모습, 한 나라의 안보를 책임진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국가의 안위가 걸린 중차대한 과제에 대하여 여과(濾過)도 조정(調整)도 거치지 않은 것 같은 자기 생각 중심의 말들을 마음대로 뱉아 내기, 등등등... 열거하자면 한이 없는 상식 밖의 일들이 국민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그리고 슬프게 하고 있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여행하고 있다. 국민은 지금 상식의 계절을 기다리기에 목이 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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