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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문을 잘 쓰려면
이 강 룡
2005년 08월 16일(화) 03:37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경북외국어고 교장
본지 논설위원


 최근에 부쩍 논술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 6월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에서 2008학년도 입시부터 논술고사, 특히 통합형 논술고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이다. 이에 따라 갑자기 논술 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학교에서도 논술 강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부심하고 있다. 논술 능력은 중요하다. 하버드대 학생에게 소원을 물었더니 상당수의 학생들이 거침없이, “논술을 잘하는 것”, “good writing” 등의 답을 했다고 한다. 논술은 그들에게도 그만큼 지상(至上)의 과제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지난 날 우리의 과거 제도에서도 논술의 능력으로 급제를 판가름했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우리나라처럼 객관식 시험은 아예 찾아볼 수 없고, 미국에서도 그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SAT 점수와 내신 성적이 비슷할 경우에는 에세이 능력이 당락을 좌우한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A레벨 시험에서는 대부분 과목이 90% 이상 주관식이고, 서술 내지 논술형 문제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오래 전부터 적어도 국어 실력은 글 한 편 지어 보게 하면 판가름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해 왔었다. 정답3, 4, 5번을 찍는 것으로 그 사람의 논리력, 사고력, 분석력, 추리력이 어떠한지 종합적으로 측정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주제를 주고 글을 한 편 짓게 하면 그 속에는 그 사람의 사상, 감정, 논리력, 사고력, 추리력, 분석력, 심지어 문장력을 비롯하여 자잘한 문법적 지식에 이르기까지, 거기에는 그 사람의 국어 실력이 오롯이 담겨져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면 그 동안 이 중요한 시험을 왜 등한시하고 배제해 왔는가? 그것은 객관도 때문이다. 논술문을 채점하게 되면 채점자의 견해와 사상과 감정에 따라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는 주관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막을 수 있는 객관적 잣대를 마련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온 나라가 논술 열풍 앞에서 허둥대고 있다. 그러면 여기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가? 있다면 어떤 길이 있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논술은 허둥댄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어느 족집게 교사가 하루아침에 머릿속에 집어넣어 주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정말 책임 있고 능력도 있는 강사라면 모르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한 달에 수십만 원씩을 검증도 되지 않은 학원 강사에게 밀어 넣기보다는 차라리 그 돈으로 좋은 책을 사주라고 권하고 싶다. 학생도 부모도, 하루아침에 만점짜리 논술 능력을 얻으려는 일확천금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 필자도 그 동안 논술 능력 배양을 위한 글을 쓰고 대입 수능 문제집을 편찬하기도 하였지만, 논술로 온 세상이 떠들썩한 시국을 맞아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몇 가지 해법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폭넓은 독서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빨리 논술 능력을 키워야지.’라는 욕심과 다급한 마음은 금물이다. 차분하게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가 지은이의 정신 세계에서 함께 유영(遊泳)하는 기쁨을 만끽하라. 그러다 보면 어느새 책을 가까이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될 것이다. 책을 읽는 데는 혼자서 읽는 것도 좋고 그룹을 지어 읽는 것도 좋다. 그룹을 지어 읽을 때는 같은 책을 여러 사람이 읽는 방법, 각기 다른 책을 읽는 방법이 있는데 방법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둘째로 읽은 책의 내용을 친구나 선생님, 부모님에게 이야기해 보자. 책을 읽고 나면 읽은 내용을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생기게 마련이다. 그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 그것이 바로 논술의 시작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 내가 이 이야기는 못했네. 이 부분은 좀더 자세히 했어야 되는데. 여기는 참 재미있었고 이 부분은 내 생각과는 좀 달랐네.’ 등의 다양한 생각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좀더 체계 있게 말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것이 논술 능력의 발전 단계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독후감을 발표하는 데는 한 그룹이 같은 책을 읽고 발표하게 되면 같은 책에 대한 다른 사람의 견해를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다른 책을 여러 사람이 읽고 발표회를 가지게 되면 한꺼번에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셋째로 자, 그러면 이제 이야기한 것을 글로 써 보자. 그런데 이 단계는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 아니하다. 말로는 꽤 잘하다가도 펜을 들라 하면 그만 한 줄도 못쓰고 끙끙대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평소에 쓰기 버릇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쓰기 버릇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기 쓰기이다. 친한 친구, 사랑하는 사람에는 글을 잘 쓰지 않는가? 그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부담 없이 차례도 없이 무조건 ‘써 보기’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쓰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글의 문맥을 따질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글의 묘미를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넷째로 그러면 논술 능력의 향상은 가르치는 사람도 필요 없이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가? 그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데, 자신의 의견을 말로 하거나 글로 써서 발표하는데, 중간중간에 좋은 선생님의 지도조언이 있고 지은 글에 대한 적확(的確)한 첨삭이 있으면 그 걸음이 빨라질 것이다.
 다섯째로 요즈음 인구(人口)에 회자되고 있는 통합형 논술을 잘하자면, 어리석은 말 같지만 무엇보다 학교 공부에 충실해야 한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필요한 과목의 공부를 게을리 하고 마치 대입의 길이 따로 있는 양 생각하여 한 눈을 팔다가는 십중팔구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여섯째로 학교의 수업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누누이 대두되고 있는 말이지만 이제는 정말 단순 암기식 지식 집어넣어 주기 수업은 지양되어야 한다. 특히 인문 사회 과목일수록 그 중요성은 심각하다. 토의와 토론 수업을 비롯하여 학생들의 논리력, 사고력, 분석력, 추리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수업 방법 창출에 힘을 쏟아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글을 잘 쓰는 자리에 이르게 되는 편한 길은 없다. 중국 송나라의 구양수가 말한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은 지금도 불변의 진리이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권한다. 빨리 좋은 논술을 쓸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곳이 없는지 바깥으로만 떠돌지 말고 그 시간에 좋은 책을 많이 읽어라. 읽고 나서 이야기하라. 그리고 많이 생각하는 버릇을 길러라. 그 길만이 논술을 잘하는 지름길이다.
 눈을 크게 뜨면, 논술을 잘하는 것은 나라가 잘 사는 길과 직결된다. 쓰지 못하고 말 못하는 사람이 많으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대입을 진원지로 하여 불기 시작한 논술의 열풍이 우리의 후대들로 하여금 논술을 잘하게 되는 길로 승화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관리자 기자  seok@ikw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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