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공대 신평동 부지활용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지역사회 지도력’이 혼란스럽고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7월 27일 구미시^한국산업단지공단^영남대학교^경상북도가 컨소시엄을 구성, ‘금오공대 신평동 부지 확보와 활용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이에 배제된 금오공대^경운대^구미1대^구미기능대 등 구미지역 4개 대학교의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금오공대의 교수협의회^직원협의회^총학생회가 대학본부와 별도의 조직인 금오공대 신평동 부지문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집단행동으로 맞서는 등, 악화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급진전됐다.
양해각서 체결 이후 김관용 시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처음으로 문제제기를 한 구미경실련은 7월 30일, 구미국가공단 혁신 클러스터의 주체가 돼야 할 지역대학교를 배제한 이유와 체결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이어 ‘구미시의 선 사과, 후 대안협의’라는 중재 방안을 제시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다음 날인 8월 12일 오전, 지역대학의 반발 이후 처음으로 금오공대 대표와 만난 김관용 시장이 지역 혁신클러스터 구성원(대학교)과 추진과정을 공유하지 않은 ‘불찰’에 대해 사과하고 더불어 금오공대 측에서 컨소시엄 참여방안을 제시하면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일단 금오공대 본부 측을 진정시켰다. 이날 예정된 시청정문 집회도 철회됐다.
그러나 공공기관(한국산업단지공단)에 의한 단독 매입방안을 핵심적인 요구로 내건 금오공대 3개 구성단체는 대학본부와 달리 이를 거부하고, 이날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후 이튿날 18일 시청정문 집회를 신고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구미상공회의소 중심의 지역사회 각계 시민대표들로 구성된 금오공대 구 부지활용 범시민대책위원회는 10일에 이어 17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금오공대 비대위원장도 참석한 이날 회의는 후반부에 상당한 의견 교감이 이뤄졌으나 결론은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것으로 끝났다.
금오공대 비대위원장은 18일 집회는 예정대로 교수 50여명을 비롯해 교직원과 학생 300여명이 참여하며, 강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시민대책위원인 필자는 회의가 끝난 후 범시민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임원단이 회의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4개항의 범시민대책위원회 결의사항을 통해 금오공대 비대위를 설득하자고 긴급 제안을 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18일 집회는 두 단체의 공동기자회견으로 대체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범시민대책위는 공대 비대위의 주장 중, 공공기관이 부지를 매입함으로써 양해각서의 구미시 부담금액 150억원의 지출을 막겠다는 충정에 공감했다. △다만, 범시민대책위는 양해각서가 비록 차선의 성과이지만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므로 일단 유지해야한다는 데 대해 공감했다. △따라서 범시민대책위는 양해각서를 유지하는 선에서, 제한된 일정기간 동안 금오공대 비대위와 함께 대 정부부처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8월 18일 예정된 금오공대 비대위의 집회는 정부부처로 하여금 지역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할 수 있으므로, 정부부처와의 원활한 교섭을 위해 무기한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범시민대책위원장과 집행위원장 등 임원단의 동의가 있었으며, 필자와 상공회의소 김종배 부장은 금오공대를 방문해 비대위원장을 만나고 비대위원회의에도 참석해 직접 설명하였으며, 이날 밤 11시 공대 비대위원장이 필자에게 범시민대책위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연락을 해옴으로써 18일 오전 10시 30분 시청 상황실에서의 기자회견이 마련됐다.
범시민대책위는 효과적인 정부부처 교섭을 위해 구미시의 요청에 따라 만들어졌다. 활동도 적극적으로 했다. 그러나 김관용 시장은 양해각서 체결과정을 지역대학뿐만 아니라 범시민대책위원들에게조차 알리지 않았다.
그래놓고 사고가 터지니까 허심탄회하게 사과하면 빨리 수습될 일을, 변명하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장기화시켰다. 위의 경과처럼, 사고는 시장이 치고 수습은 민간이 하는 꼴이 됐다.
그러나 금오공대 비대위는 기자회견 직전의 오전 9시 30분 학내보고대회 대회사와 기자회견장에 배포한 문건을 통해 “공공기관 만으로의 사업추진 노력이 필요하다는 우리의 주장에 대하여 구미시장 및 산업단지공단 혁신클러스터 추진단장이 공감함으로써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비대위는 구미시장과 추진단장의 용기 있는 결단에 진심 어린 찬사를 보내는 바이며,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라거나, 비대위원장이 공개석상인 기자회견의 인사말에서 “어젯밤 9시쯤 구미시장^구미혁신클러스터 추진단장^금오공대총장이 만나서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림으로써 집회를 취소하고 이 자리가 마련됐다…”라고 발표함으로써, 양해각서 체결의 당사자인 구미시장과 구미혁신클러스터 추진단장이 금오공대 비대위의 주장과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공감하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전날 밤 11시에 먼저 들은 필자는 공대 비대위원장에게 이를 공식화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으며, 비대위원장도 동의한 바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돌출해버렸다. 위에서 적시한 수준의 ‘공감’은 양해각서의 또 다른 주체인 영남대가 볼 땐, 구미시장과 구미혁신클러스터 추진단장이 금오공대 비대위의 주장과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동조’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다. 이에 대한 논의의 상대로도 대우받지 못한 영남대로선 ‘핫바지’가 된 기분일 것이다.
양해각서는 구미시^산업단지공단^영남대가 각각 150억원을 출연해 감정가 647억원을 장부가격인 443억원에 매입하고 정부가 건물 리모델링 비용 162억원을 지원하여 신평동 부지를 구미공단 혁신 클러스터 거점센터로 만든다는 내용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지역발전에 크나큰 기폭제가 될 전망이어서 구미시민들의 큰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는 현안이다.
시민들의 기대가 큰 대형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영남대에 대한 ‘지역대학과 관련이 없는’ 구미시민 다수의 평가는 “지역대학을 배제시킨 것은 잘못이므로 지금이라도 기회를 줘야하지만, 영남대의 참여는 일단 환영할 일이다.”라는 데 대해 거의 일치하고 있다.
그에 비해 구미시와 범시민대책위의 애초의 요구였던 공공기관인 산업자원부 산하 산업단지공단이 단독으로 매입하는 방안에 대해 이미 ‘불가’ 방침을 밝힌 정부방침에 ‘재도전’하는 격인 금오공대 비대위의 주장은 그 성과를 장담할 수 있는, 양해각서 체결 당사자인 영남대의 반발과 이탈을 방지하면서 무한정 추진할 수 있는 ‘보장성 보험’이 아니다.
누굴 막론하고 책임 있는 사람이라면 영남대가 이탈해 양해각서가 깨지고, 지역대학이 15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공공매각 자체가 무산됨으로써 교육부의 원안대로 일반 매각되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역발전이 지체되고, 시민들의 비난과 책임추궁이 쏟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바로 이점 때문에 범시민대책위와 구미경실련은 “양해각서는 최선은 아니지만 중요한 차선의 성과로 평가하며… 양해각서를 유지하는 선에서… 제한된 일정기간 동안만 정부부처와 교섭…”이란 원칙을 강조했으며, 심지어 금오공대 비대위조차 공공기관에 의한 매입이 안 될 경우에 대비해 ‘제4 방안’(영남대와 지역대학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김관용 시장이 12일 금오공대 대표들에게 제시한 방안을 수용하는 내용)을 세워놨음을 17일 범시민대책위 회의와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금오공대 비대위의 주장은 불투명성을 안고 있음을 스스로 시인할 정도로 한계가 있으므로, 영남대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 동조하겠다는 게 범시민대책위의 방침이다. 이 정도의 유연성 발휘도 범시민대책위가 양해각서 체결의 당사자가 아닌 자유로운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에 비해 구미시는 책임 있는 양해각서 체결 당사자로서의 신용을 지키는 모습을 견지함으로써 영남대의 이탈을 막아야 하는 책임 때문에, 운신의 폭을 극히 제한적이고 신중하게 구사해야한다.
그러나 금오공대 비대위가 구미시장과 혁신클러스터추진단장의 공감을 ‘공식화’한 데 이어, 기자회견에 참석한 구미시담당공무원도 공개석상에서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라고 가세함으로써 금오공대 비대위와 구미시는 앞으로 전개될 영남대와의 신경전에서 결정적인 패착을 뒀다. 양해각서는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타당한 근거 없이 깰 경우 도덕적 비난이 따른다.
이를 근거로 영남대가 “양해각서 체결 당사자인 구미시가 먼저 신용을 저버렸기 때문에 영남대는 취소할 것을 검토하겠다.”라는 말 한마디만 하면, 지역사회는 한순간에 불안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남대가 ‘흔들기’를 시도하면, 금오공대 비대위와 범시민대책위는 정부부처와 교섭 한번 못하고 분열될 수 있다. 38만 규모의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현안이 도로무익이라는, 여름 한철 국지성 소나기 같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영남대는 그동안 ‘영남대 특혜설’과 지역대학 배제에 대한 불편한 여론 때문에 코너에 몰려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 영남대는 핫바지가 된 게 아니라, 금오공대 비대위^범시민대책위와 구미시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을 갖춘 역전의 카드를 거머쥐게 됐다!
그러나 명분상 구미시^산업단지공단^금오공대 비대위^범시민대책위 모두 영남대에 덜미를 잡힌 꼴이 됐지만, 영남대가 쉽게 압박 카드를 내밀지는 않을 것이다. 구미공단이 대구^경북 최대의 산학협력 지역이기 때문에 구미시를 의식해야 할 것이며, 양해각서 체결의 당사자인 구미시와 경상북도의 시장과 도지사가 모두 영남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금오공대 신평동 부지활용 논란은 국내수출을 주도하는 구미시에 걸맞지 않은, 혼란스럽고 실망스런 지역사회 지도력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측면에서의 색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부처와 각계로부터 “자신이 체결한 양해각서를 지역사회에 관철하지 못한, 지도력에 문제가 있는 시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김관용 시장의 지도력에 대한 여론주도층의 냉정한 평가와 충고, 김관용 시장 스스로의 지도력 혁신의지가 가장 시급하다.
지역발전과 38만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행정지도의 권한에 있어서 김관용 시장의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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