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수상 인형극
다시 하노이로 돌아와서 여행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베트남의 민속극인 수상 인형극을 관람하였다. 장소는 탕롱 물 인형극장(「升龍 水上木偶戱院」). 이 인형극은 예매하지 않으면 표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베트남에서는 인기가 있다. 나는 그냥 인형을 손에 끼워 조종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여기서 공연하는 인형은 대형 인형들이다. 배 위에 여러 사람이 타고 있는 것도 있고, 물고기, 용, 새, 모내기하는 장면, 궁중의 만조 백관이 열을 지어 가는 장면 등 다양한 인형들이 등장한다. 무대는 진초록 색 물이다. 물의 깊이가 깊은 것처럼 나타내기 위하여 물감을 푼 것 같다. 1시간 정도의 공연을 하였는데 내용은 짤막짤막한 단편극들이다. 처음 서두에는 우리나라의 깡깡이와 같은 베트남 전통 현악기를 비롯하여 몇 가지 타악기들로 구성된 합주단의 민속악을 배음(背音)으로 가수의 노래가 있고, 제2부로 수상인형극을 공연하였는데 극의 제목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깃발 퍼레이드 ② 인형극 소개 ③ 4마리의 金龍 ④ 소를 타고 피리 부는 소년 ⑤ 농부들의 밭갈이, 모내기 등 농사일 ⑥ 개구리 낚시 ⑦ 여우잡기, 오리 가두기 ⑧ 낚시 ⑨ 장원급제 ⑩ 사자춤 ⑪ 봉황춤 ⑫ 레러이왕과 황검호 전설 ⑬ 물위에서 노는 소녀 ⑭ 배 경주 ⑮ 공을 가지고 노는 유니콘 선녀춤 용, 외각수, 거북, 봉황의 춤. 수상 인형극이니 인형을 조종하는 배우들도 당연히 커튼 뒤 물 속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하루에 10시간 정도를 물 속에서 인형 조종을 해야 한다니 인형 조종 자체도 일이려니와 물 속에 서 있는 그 일도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았다.
10. 문화, 그리고 생활
“베트남에 가면 당신이 지금까지 보아온 오토바이, 앞으로 평생을 살아가면서 볼 오토바이보다 더 많은 오토바이를 보고 올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출근과 퇴근 무렵 하노이 중요 도로를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거리가 우리나라의 명동 번화가는 저리 가라이다. 거리를 꽉 메운 사람들. 그들이 전부 오토바이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참으로 장관이다. 아직 승용차 시대는 안 된 것 같고, 자전거 시대는 넘어선 과도기인 것 같이 보인다. 되짚어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으로 인한 탓인지는 몰라도 이 오토바이 시대가 없이 바로 승용차 시대로 옮아온 것 같다.
그들의 주거생활은 우선 외양에서 독특한 것이 있다. 그것은 길에 인접한 가옥은 한결같이 도로를 접한 거리가 일정하다는 것이다. 한 6∼7m는 될까, 고만고만한 건물의 폭이 그 이상도 이하도 없이 일정하다. 그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도로 인접권을 주기 위한 것이라 한다. 대신 뒤로는 20m든 30m든 무한정 나갈 수 있고 높이도 자유여서 몇 층이든지 올릴 수가 있다 한다.
나는 비교적 음식은 가리지 않아서 어디를 가든 음식 때문에 고생한 적은 없으니 그것만 해도 참 좋은 복을 타고났음에 틀림없다. 유럽에서, 미주에서, 중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북 내지 동남 아시아에서, 그 중에서 인도의 음식이 약간 걸렸지만 곧 적응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 캄보디아와 특히 베트남의 음식은 우리의 입맛에 꼭 맞는 맛을 내고 있다. 입을 개운하게 하는 얼큰한 맛이 좋고 여러 음식 가운데 쌀국수가 아주 맛이 좋다. 면발도 좋으려니와 여러 가지 양념이 일품이어서 나는 내리 다섯 끼를 이 쌀국수는 계속하여 먹으며 맛을 음미했다.
아오자이, 베트남 여성의 아름다움은 아오자이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가이더의 설명을 들으면 아오자이 한 벌을 맞추자면 여성의 몸의 스무 군데 이상을 잰다고 한다. 그만큼 몸의 곡선이 잘 드러나는 옷이면서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으로 여성의 미를 나타내는 베트남 전통의 옷이다. 그러나 우리 한복이 실용에 좀 불편하듯이 아오자이도 지금은 실용면에서 뒤로 밀리고 있다고 한다.
11. 에필로그
후진국 여행이 다 그러하듯이 베트남, 캄보디아의 여행은 유럽이나 미주 쪽처럼 다양하지는 않다. 과문(寡聞)하기는 하지만 캄보디아는 앙코르, 베트남은 하롱베이로 요약할 수 있고, 거기에 킬링필드, 톤레샵 호수, 바딘 광장을 삽입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앙코르와트와 하롱베이의 인상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잊혀지지 않을 좋은 체험이 될 것 같다. 前者는 인공적인 면에서, 後者는 자연적인 면에서이다. 어디를 가나 몇 날의 짧은 일정으로 수박 겉 핥기 식이지만 그래도 우리와 다른 문물을 접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답답한 일상을 잠시 접어 둘 수 있다는 면에서 여행은 참 즐겁고 의미 있는 일정(日程)이다.
한 가지 보탤 것은 문화재와 국력, 또는 그 나라 정부의 의식 문제이다. 어디를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앙코르와트에서도 왕의 집무실인 코끼리 테라스의 수호신 돌사자는 한결같이 꼬리가 빠진 불구자들이다. 사자의 힘은 꼬리에서 나온다 하여 후세의 침탈국(侵奪國)이 무참히 잘라버린 것이라 한다. 이와 같이 외세에 의해 훼손되는 일은 약소국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하롱베이 들머리에서 보는 광경은 그와는 다른 면에서 처참하다. 그 산들은 모두 석회석으로 되어 있어 시멘트를 만들 수가 있으니 이민족(異民族), 지배국(支配國)이 아니라 베트남인 자신들이 지금 계속하여 천혜의 보고(寶庫)를 결딴내고 있는 중이다. 3,000여 개나 있으니 아직 여유만만하다는 뜻인지는 모르지만, 남의 일이라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쨌거나 이번처럼 생각할 것이 많은 여로(旅路)를 주선해 준 한국정보통신대학 당국에 감사하고, 함께 한 외국어고, 과학고의 훌륭한 교장 선생님 일행을 만나게 된 것을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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