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원들과 칠곡휴게소 관계자가 ‘아이사랑도서관’앞에서 기증 도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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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적지 않는다. 반납일도 없다. 책을 빌려도 되고, 가져가도 되고, 다 읽은 책을 다시 꽂고 가도 아무도 묻지 않는다.
고속도로 한복판에 이런 ‘이상한(?) 도서관’이 생겼다.
칠곡군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칠곡휴게소 안에 마련된 ‘아이사랑 도서관’이 그곳이다. 지난달 15일 정식 개관한 이 도서관에는 어린이 도서 약 3천 권이 비치돼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인 1,500권은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원들이 직접 기증한 책이다.
운영 방식은 파격적이다. 누구든 책을 꺼내 읽고, 가져갈 수 있다. 다 읽은 책은 다음에 들러 다시 꽂고 가도 되고, 자신이 소장한 책을 대신 두고 가도 된다. 대출 기록도, 반납 기한도 없다. 전적으로 자율에 맡긴 방식이다.
↑↑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원들이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 ‘아이사랑도서관’에서 책 상태를 점검하고 진열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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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는 일상적으로 찾기 어려운 공간이다.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원들은 가족 여행길에 잠시 머무는 이곳에 책이 머물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이 도서관을 구상했다.
회원들은 가정과 아파트 작은도서관 등에서 어린이 책을 모았고, 낡거나 부적절한 책은 제외한 뒤 깨끗하고 유익한 책만 선별해 정리했다. 분류와 진열, 책장 설치까지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개관 이후에도 도서관 관리는 이어지고 있다. 회원들은 한 달에 1~2회씩 현장을 찾아 책 상태를 점검하고, 새로운 기증 도서를 채워 넣는다. 회원 수는 200여 명에 이르고, 청소년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힘을 보탠다. 단순한 기증을 넘어, 지역 공동체가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살아 있는 도서관이다.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이 도서관은 가족 단위 이용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이들이 책을 꺼내는 동안 부모는 잠시 앉아 쉬어가고, 어떤 가족은 책을 몇 권 챙겨 가기도 한다. 칠곡휴게소의 풍경이 달라졌다.
↑↑ 회원들이 ‘아이사랑도서관’의 책장을 함께 정리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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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거장’은 단순한 휴게소 편의시설을 넘어, 고속도로라는 독서 사각지대에 문화 공간을 심은 전국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업을 하행선 방향과 동명휴게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명신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장은 “휴게소는 많은 사람이 오가지만, 책은 늘 소외된 공간이었다”며 “책 한 권이 아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회원들이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고속도로를 지나는 수많은 가족들에게 칠곡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문화의 정류장’이 되었으면 한다”며 “책 정거장은 칠곡이 추구하는 사람 중심의 인문학을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밝혔다.
임주석 기자 scent1228@naver.com “새 감각 바른 언론” - Copyrights ⓒ경북중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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