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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거의엘리포레어린이집, '고사리손 모내기' 실시
흙에서 배우는 놀이, 그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
김은숙 원장 "작은 경험이 아이들의 미래를, 더 나아가 우리의 공동체를 풍요롭게 할 것"
2025년 08월 11일(월) 10:39 [경북중부신문]
 
“선생님, 이게 진짜 벼예요?”
아이의 두 눈은 반짝였고, 고사리손은 아직 서툴렀지만 단단한 의지를 품고 있었다.

ⓒ 경북중부신문
도심 한복판, 아파트 단지에 자리한 어린이집 바깥놀이터. 커다란 통 속 흙 위로 작은 모가 하나씩 심어졌다. 손끝에 전해지는 차가운 흙의 감촉은 아이들에게 낯설지만 매혹적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배움이 그 순간 시작되었다.

ⓒ 경북중부신문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도심 속 모내기’를 진행했다. 콘크리트 건물과 자동차가 빼곡한 도시에서 흙을 만지고, 씨앗이 아닌 모를 심는다는 건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다.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으로 질문을 쏟아냈다. “왜 물을 넣어요?”, “이 벼가 자라면 밥이 돼요?” 그 물음 앞에서 나는 다시 깨달았다. 유아기의 교육은 지식을 채워 넣는 일이 아니라, 질문을 품도록 돕는 일이라는 것을.

며칠이 지나자 모를 심어 놓은 통 안에서 작은 생명이 꿈틀거렸다. “우와, 올챙이다!” 아이들은 환호했다. 그 작은 생명은 아이들에게 자연의 신비를 열어 주었다. 우리가 준비하지 않은, 그러나 가장 값진 선물이 찾아온 것이다. 아이들은 올챙이를 돌보는 데 몰입했다. 그 순간 놀이와 배움은 경계가 사라지고, 세상은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되었다.

ⓒ 경북중부신문
놀이는 아이가 세상을 해석하는 언어다. 우리의 원훈, ‘놀이가 배움이 되고, 배움이 놀이가 되는 어린이집’은 바로 이 장면에서 빛난다. 아이는 몸으로 세상을 만나고, 감각으로 자연을 이해한다. 흙을 만지는 손끝에서, 물을 붓는 작은 동작에서 아이는 ‘돌봄’과 ‘기다림’을 배운다. 벼가 자라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생명의 순환과 자연의 질서를 경험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놀라운 변화는 교사가 아닌 아이 자신이 만들어 낸다.

ⓒ 경북중부신문
우리 어린이집에는 또, 다른 작은 정원이 있다. 현관 옆에 심어 둔 블루베리 나무 다섯 그루는 구미블루베리협회와의 협약으로 지원받았다. 처음 도착했을 때 나무는 앙상했고 생명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함께 흙을 고르고, 빗물통에서 모은 물을 빈 페트병으로 만든 재활용 물뿌리개에 담아 나무에 물을 주었다. 작은 물뿌리개로 조심스레 물을 주는 모습은 마치 생명을 돌보는 작은 손길 같았다.

시간이 흐르자 앙상했던 가지에 연둣빛 잎이 돋기 시작했고, 마침내 열매가 맺혔다. 아이들은 블루베리 열매를 보고 또, 한 번 감탄했다. 그 열매를 함께 따서 맛보는 순간, 아이들은 생명의 신비와 수고의 결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심지어 새들도 나무에 찾아와 열매를 함께 나눠 먹었다. 우리는 아이들이 집으로 몇 알씩 가져가 가족과 나누도록 했다. ‘함께 먹는 기쁨’은 나눔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심어주었다.

이 경험은 단순한 원예 활동이 아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삶의 실천이며, 환경 교육의 출발점이다. 빗물 재활용, 페트병을 활용한 물뿌리개, 생명을 살리는 작은 손길… 아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지속 가능성’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몸으로 배우고 있었다.

ⓒ 경북중부신문
예전에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했다. 지금 우리는 그 정신을 어린이집에서 이어가려 한다. 교사와 부모,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연대는 아이의 성장을 더욱 단단하게 한다. 이번 ‘도심 속 모내기’와 블루베리 가드닝 프로젝트는 아이·부모·지역이 함께 만들어 가는 축제였다. 부모는 아이와 흙을 만지며 웃었고, 지역 주민은 발걸음을 멈추고 함께 응원했다. 이 풍경 속에서 나는 확신했다. 교육은 결코 한 기관의 일이 아니며, 모두가 함께해야 완성된다는 것을.

빠르게 변하는 도시에서 자연과 연결되는 경험은 사치가 아니다. 그것은 아이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감각이다.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 햇살과 바람, 그리고 흙의 냄새 속에서 아이는 성장한다. 놀이는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가장 본질적인 길이다. 흙 위에서 시작된 작은 경험은 아이의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언젠가 큰 숲이 될 것이다.

ⓒ 경북중부신문
진정한 교육은 지식을 주입하는 일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몸으로 배우고, 세상과 연결되는 길을 열어 주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아이들이 심은 모와 블루베리 나무를 바라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연둣빛 줄기마다 아이들의 웃음이 겹쳐진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이 작은 경험이 아이들의 미래를, 더 나아가 우리의 공동체를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임주석 기자  scent12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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