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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舟, 김윤환 전의원 별세 - 영욕의 킹메이커...빈 배로 떠나다
 " 이 세상 내 것이 어디 있나, 쓰다가 버리고 갈 것을 ..." 18일, 나뭇잎이 바람을 비켜갈 수 없듯 생명의 한계 앞에 숙연하게 머리를 숙인 (고) 김윤환 전 의원의 상여는 가파르게 불어오는 겨울 바람을 가로지르
2003년 12월 22일(월) 04:02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빈배로 온 허주, 겨울이 지나고 다시 겨울이 올 무렵이면 육신은 흙 속으로 사라져 갈 것이고, 영혼은 금오천 천변의 목련꽃처럼 피고 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는 추억과 함께 후인들의 가슴을 적실 터이다. 빈배는 빈배로 갔다.
 2000년 4월 13일 16대 총선을 불과 4일 앞둔 4월 9일, 신평으로 향하던 기자가 구미관광 호텔 앞에서 허주를 만났다. 훤칠한 키에다 두명의 대통령과 한명의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내며 카리스마를 그려내던 잘생긴 얼굴에는 불안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 화신에 다름 아니던 권력이 첫사랑처럼 떠나간 후 열에 받쳐 민국당을 창당한 그였다., 막상, 천하를 주름잡던 이회창씨와 사생결투를 하려다보니, "실탄이 모자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던 사연을 알고 있던 기자로서는 허주가 외롭기 그지 없었다. 그 때 허주는 " 공기가 안좋아, 안좋아"라는 여운을 남기며, 봄바람이 숨어드는 구미관광호텔로 훤칠한 키를 드리 밀었다. 취재진을 실은 차 앞으로 만개하던 벚꽃이 얼마나 얄밉던지, 그리고 상면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2004년 12월15일 오전10시 50분 일산 국립암센타에서 허주는 생명을 조여오는 신장암의 집요한 요청을 수락하고 세상을 떴다. 우연이었을까. 그날, 한때의 허주를 울려놓았던 이회창씨는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대검 중수부에 앉아 있었다. 제1야당 총재에서부터 대통령 후보에 오르는 동안 천하를 호령하던 이회창씨는 허주라는 버팀목이 없었던들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회창씨는 16대 총선에서 허주를 배제시킴으로서 은혜를 배신으로 답했다. 마지막 남은 생명이 죽음을 재촉하면서 고통으로 맞서던 얼마 전, 피폐한 몰골의 허주를 찾은 그 이회창씨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미안 합니다."
 그러나 허주는 흐려오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가벼운 미소만 지었을 뿐이었다고 한다. 배신의 아픔에 빨려들며 스스로의 생을 재촉했을 지도 모를 허주의 미소는 무엇이었을까.
" 이 세상 내 것이 어디 있나, 쓰다가 버리고 갈 것을 ..."
 1932년 6월7일 선산읍 장천리에서 태어난 허주는 경북고, 경북대의 학력으로 조선일보에 입사하고, 1975년 편집국장에 오른다. 이듬해인 1976년에는 오상교육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1979년 10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동향의 박정희 대통령이 비운을 맞던 해였다. 이후 허주는 2003년 12월15일 별세하기까지 23년의 세월 동안 역사의 전면에 서왔다. 5선의 국회의원에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물론 당대표와 정무장관을 세차례나 역임했고,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을 만들고, 오늘의 이회창을 만든 그였다.
 한반도 자락자락에 한 서리고, 슬픔 서린 인생의 편린들을 뿌린 김삿갓 처럼 분단역사의 구석구석에다 정치의 숨결을 불어넣으며 한 시대를 호령하고 풍미하던 그였다. 어쨋거나 박정희 대통령 이후 구미가 낳은 최고의 거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는 바로 구미사람이었고, 이제 우리는 그의 육신이 묻힌 장천땅을 품어안고 살게 된 것이다.
 구미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간혹 허주가 장천에 있는 별장에 들를때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러나 16대 총선 패배후 장천의 별장은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들 때처럼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고 인근 주민들은 전한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증표였고, 갈수록 사악해지는 인간사 속에서 인간의 사랑은 한계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증거해 주는 사건이었다. 그랬기에 18일, 선영으로 향하는 상여를 끌고 밀며 사람들은 그리움과 회한의 눈물을 흘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허주의 구미사랑은 남달랐다.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의 자리에 앉아있으면서도 구미사람이 1천2백리길 서울을 찾아올라가면 공식행사 참석도 뒤로 미루던 그였다.
 구미시와 선산군 통합 열기가 한창 무르익던 1994년 3월 당시, 본지와의 특별 대담을 통해 허주는 일부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 선산 구미 통합은 문화 유산이 중심체인 선산과 물질 문화의 중심지인 구미가 함께 공존공생하는 가운데 최선의 효율성을 지향하자는 것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는 현실로 귀결됐다. 자칫 물건너갈 듯하던 통합 움직임에 허주의 힘의 없었다면 수출200억불을 자랑하는 오늘의 구미시를 장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들여다보면 구미지역 어디에도 허주의 고민이 숨겨들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1공단 건설이라는 첫삽을 뜬 후 향리 출신 박대통령이 서거하면서 그 뒤를 이은 이는 바로 허주였다. 이후 2,3공단은 물론 현재 조성이 한창 진행중인 4공단이라는 현실이 있기까지는 허주의 힘이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데 지역주민들은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 결과가 바로 전무후무한 단일 기초 단체로서의 2백억불 수출인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강동과 강서를 잇는 남구미대교, 박정희 체육관등 대형사업은 물론 저 시골 농부의 한숨이 소리없이 흐르는 농로 확포장에 이르기까지도 허주의 숨결은 살아 있다고 지역주민들은 회고한다.
 간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남은자는 말을 한다. 허주가 없고 보니, 공단의 미래도, 농촌 사정도 먹장 구름 속에 갇힌 우울 덩어리라던 구미시민들의 회고는 그의 역할이 지역민들의 가슴에 얼마만큼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증거해 주는 사례들이다.
 " 영욕의 킹 메이커, 배신으로 종말을 맞은 한시대의 정치인, 배신을 한 이로부터 눈물의 사과를 지켜본 인간인 허주" 그는 이 모든 역사들을 후세들의 가슴에 남겨두고 빈배로 떠났다.
 허주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건 영원한 권력도, 영원한 승자도 없다는 것, 배신한 자는 결국 피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다는 교훈이다. 하지만 18일, 박희태 의원등 정치인과 김관용 시장등 지역 기관단체장, 세상이 변해도 인심은 지순한 지역주민등 1천여명의 전송대열을 돌아보며, 선영으로 향하는 허주를 실은 상여는 아귀다툼으로 살아가는 속인들에게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 구름에 달가듯 살아가십시오. 권력도, 부도, 명예도 한때의 꿈일 뿐입니다."

 * 19342년 6월7일 선산 장천 출생 * 경북고, 경북대 영문학과 졸업 * 1975년 조선일보 편집국장 대리 * 1976년 오상교육재단 이사장 * 1979년 10대 국회의원 * 1981년 한국 의원연맹 간사장 * 1987년 대통령 비서실장 * 1988년 정무제1장관 * 1988년 민정당 원내총무 * 1990년 민자당 원내 총무 * 1991년 민자당 사무총장 * 1995년 민자당 대표위원 * 1996년 신한국당 상임고문 * 1998년 한나라당 부총재 * 2003년 민국당 최고위원 * 2003년 12월 15일 신장암으로 별세
 
〈김경홍기자kim@kbjungbu.co.kr〉
관리자 기자  seok@ikw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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