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가 976m인 데다 가파른 지형 때문에 반복적인 접근이 쉽지 않은 금오산. 그러나 가파른 만큼, 바위가 많은 산과 어우러진 다부진 골격의 역동적인 산세는 흘린 땀을 한순간에 잊게 한다.
금오산은 구미를 걱정하는 얘기 중에 “7만여 명이나 되는 구미공단 종사자들의 재충전 휴식공간이 금오산 밖에 없다.”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36만 구미시민들과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가장 시민친화적인 공간이다.
효선이와 미선이가 일등공신
이토록 시민친화적인 금오산을, 그것도 정상까지 연중 100번 이상이나 등산했다는 쉰 세 살의 구미 토박이 시민도 아직까지 정상 봉우리인 현월봉의 꼭대기를 밟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1953년에 미군통신기지가 현월봉을 차지하면서 군사시설제한구역 철조망을 세워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정상을 밟지 않은 등산은 찝찔하다. 그동안 금오산 정상을 찾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이 올해 안에 그치게 됐다. 지난 3월 15일, 부지반환 민원에 따른 한·미 합동 실사를 위해 금오산 미군통신기지를 방문한 국방부와 미군측 관계자가 지역사회 각계의 ‘금오산정상 미군통신기지 미사용 부지 반환’ 요구를 수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구미시·국방부·미군 간의 실무협상이 곧 진행될 예정이며, 그에 따라 꼭대기 지점에 세워져 사용중인 통신탑의 이전 여부 및 반환 받을 부지의 규모가 결정될 것이다.
경북중부신문에서 지난 2월 9일 “1991년 10여 명의 상주 군인이 철수함으로써 무인통신기지로 바뀐 지 14년째 폐시설물이 방치되고 있는데 대한 구미시의 무관심”에 대한 지적과 함께 “훼손된 환경에 대한 미관정비”를 문제제기한 지 36일 만에, 구미경실련에서 2월 14일 미관정비 차원을 넘어 “사용하지 않는 부지의 반환”을 국방부와 미군에 요구하는 첫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미사용 부지반환 시민운동’을 시작한 지 불과 31일 만에, 뜻밖의 빠른 성과에 대해 구미시민들은 2002년 6월 13일 꽃다운 나이에 미군 장갑차에 압사한 여중생 효선이와 미선이에게 먼저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효선이와 미선이의 압사사건에 대한 국민적인 항의 촛불시위의 여파로, 미군에 대한 한국민의 민원을 처리하는 미군측의 기준이 ‘가급적이면 조기 수용’하는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실제 필자가 칠곡군의 왜관 캠프 캐롤 미군부대 관련부서 공무원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효선이와 미선이의 압사사건 이후 부대 안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의 농성에 대해 즉각 수용한 경우가 있었으며, 사건 이후 미군의 민폐행위 단속이 대폭 강화돼 부대입구 술집 매상이 뚝 떨어졌다고 한다.
지역협치의 본보기 사례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이 같은 미군측의 변화를 지역문제에 적절하게 결합시켜 지역의 시민운동으로 조직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의 경우 중앙언론이 아닌 지역언론에서 문제의 단초를 제공하고, 시민단체가 이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면서 시민운동으로 조직하고, 지역 안팎의 여러 언론에서 집중보도를 함으로써 시민여론을 형성해 내고, 주민 대의기관인 시의회와 구미시뿐만 아니라 지역국회의원까지 발빠르게 적극 결합하는 ‘깔끔한 모양새’를 갖췄다. 기존의 주류 시민운동 형태인 ‘네거티브(부정적인) 시민운동’과 대비되는 ‘포지티브(긍정적인) 시민운동’의 성공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같은 탄력적인 대응으로 미군측으로부터 “사용하지 않는 부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어차피 명분이 부족하니까, 더 이상 여론이 확대·악화되기 전에 반환 협상을 빨리 시작하자”라는, 부지반환요구 수용 방침을 수월하게 이끌어 냈던 ‘금오산 정상 되찾기’ 사례는 지방분권과 자주적인 지역자치 시대에 특별히 요구되는 민관 지역자치 즉, ‘지역협치(local governance)’의 좋은 본보기 사례가 될 것이다. 지역협치는 지난 2월 ‘예·결산 심의 사전 시민공청회’ 등 의정쇄신 방안의 핵심으로 시민단체가 시의회에 문제제기 했던 개념이며, 이번 사례가 바로 지역협치가 현실화된 구체적인 모습이다!
2002년 대통령선거를 전후로 지방사람들은 지방분권 시대라는 기대감에 다들 약간은 들떠 있지만, 결국엔 지역에 살고 있는 각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어 스스로 계획을 짜고 실행해야 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회피할 수 없다. 이론과 경험이 모자라 큰 손실이 생길 경우, 중앙집권 시대엔 정부에 하소연하거나 지역정치인의 로비를 통해 어느 정도는 메울 수 있었다. 그러나 지방분권 시대엔 계획과 실행뿐만 아니라,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지방자치단체가 져야 한다는 게 철칙이다. 말 그대로 ‘자주적인 지역자치’ 시대이다.
이처럼 “우리끼리 잘 하는 게 보다 중요한” 자주적인 지역자치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지역협치 방식의 포지티브 지역운동’이 특별히 요구된다. ‘금오산 정상 되찾기 학습경험’이 이러한 요구에 적극 활용되는 본보기가 되어, 지역자치와 지역통합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관리자 기자 seok@ikwb.co.kr “새 감각 바른 언론” - Copyrights ⓒ경북중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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