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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죽을 판\', 자치단체는 `행사 판\'
잘나갈 때는 ‘내 탓’ 안 될 때는 ‘기업 탓’
말로만 ‘기업하기 좋은 도시’ 선전
2008년 11월 04일(화) 05:25 [경북중부신문]
 
 “원자재 가격 상승에 고환율까지 이제 더 이상 견딜 여력도 없습니다. 거래처는 판매부진으로 자금회수도 되지 않고 직원들 급여는 줘야하고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지난 23일 공단에 만난 기업인 A씨(52)는 최근의 심경을 한마디로 “이제 그만 하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에서 이런 말이 나올 지경이니 다른 지역은 어떨까?
 대구에서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는 B씨(43)는 “지난 해 구미에서 국내 중견 건설업체의 홍보 대행 사업을 했는데 신문사나 방송사 같은 거래처에는 결제가 다 됐지만 우리처럼 힘없는 회사는 아직도 결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해당 건설업체가 부도가 난 상태라 수 억 원에 이르는 결제대금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이 상태라면 회사 문을 닫는 건 시간문제”라고 힘든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 달 22일 원평동 모 식당에서 만난 사업가 C씨(38)는 “기업은 고환율에 원자재 가격상승 등으로 허리가 휘다 못해 부러질 지경인데 구미시는 매일 같이 축제와 같은 소모성 행사에만 매달려 기업이 죽는지 사는지 안중에도 없다”며 “이런 곳이 어떻게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고 말할 수 있느냐?”며 불만을 성토했다. 그는 “외국기업을 유치하든지 수출실적이 좋을 때면 자치단체나 정치인들이 서로 내 공 인양 떠들어 대면서 정작 지금처럼 도산위기에 몰려 힘들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내가 기업인이라는 사실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달 22일, 23일 이틀 동안 구미공단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인 6명을 만났지만 그들로부터 ‘희망의 빛’을 찾긴 힘이 들었다. 긴 한숨과 희뿌연 담배 연기만이 그들이 처한 현실을 대변해 줄 뿐이었다.
    

지원시설 부재 기업만 골탕
기업 도로, 환경문제 개선 요구에
관계기관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


 기업인들의 이 같은 목소리를 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들은 과연 듣고 있는 것일까?
 지난 달 14일 구미상공회의소에선 구미시, 구미경찰서, 한국수자원공사 등 기업 지원기관 관계자와 중소기업 실무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미국가산업단지 제4단지 교통환경 개선회의가 열렸다.
 기업을 대표해서 나온 실무자들은 도로, 환경문제 등 고충사항을 털어 내 놓았지만 정작 현장에는 해당 부서의 책임자가 아닌 주무 담당자가 대신 자리해 의견을 청취하는 선에 머물렀다.
 일부 사안에 대해선 사전에 답변을 회신했지만 정작 기업인들이 요구한 중요 사안에 대해서 ‘내부 검토’ 내지는 ‘관리권 이양 후 조치’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놓았다.
 회의를 주제한 구미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회의 때 담당부서 과장이나 책임자가 참석하는 것이 관례 였다”며 “이날 행사에선 주무 담당자가 참석해 의견을 청취하고 갔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금융위기와 함께 찾아온 국내 경기 악화에 맞물려 대부분 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을 감안 한다면 관계기관이 경각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이 같은 고민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역의 한 시의원은 지난 26일 지역 단위의 행사장에 참석해 “자치단체의 일부에서 마저 ‘이 어려운 시기에 소모성 행사를 너무 많이 하는 것이 아니냐?’ 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경제는 어렵고 기업은 문 닫을 상황에 처해 있는데 사회 곳곳에서 소모성 행사만 일삼고 있으니 기업인들이 곱게 볼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 했다.
 이에 대해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 운전자금 규모를 보다 확대해 자금 압박에 따른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여기에 기업이 내야하는 지방세와 국세 같은 세금납부를 유예 하는 등 기업 애로개선을 적극 개선하는데 자치단체가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구미를 방문한 김성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은 “최근 외환시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앞으로 원화환율은 상당 폭 하락할 전망이어서 금융시장이 안정세로 돌아 설 것으로 보이지만, 실물경기의 불확실성으로 구미지역 중소기업체의 경우 향후 2∼3년은 어려움이 예상 된다”고 말해 지역 중소기업의 경영난은 지속될 전망이다.
 기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들의 관심은 요원하기만 하다.
정재훈 기자 gamum10@hanmail.net
김정숙 기자  chindy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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