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민단체인 구미경실련이 대구시와 자매결을 체결해 구미공단의 정주여건을 개선하자고 제안을 했다.
구미경실련은 우선 2014년 12월 대구권광역전철망(구미∼대구∼경산) 개통을 계기로 을 지향하는 공동인식과 ‘대구가 잘 돼야 구미도 잘 된다’는 상생의 신뢰를 바탕으로 을 체결, 대구시의 교육·문화 인프라와 인적 역량을 활용해 구미공단 연구기술인력과 시민·청소년들의 교육·문화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자고 밝혔다.
다음은 구미경실련이 제안한 내용이다.
구미공단이 국가산업단지 1단지가 착공된 1969년 이후 41년, 탄력을 잃어 몸이 무거운 40대 중년의 피로 증세가 구조화되고 있다. 삼성·LG 등 대기업의 연구기술인력 수도권 유출, 대기업 해외투자 확대, 지속적인 중소기업 모듈 공장 해외이전, 중소 협력업체 구인난 장기화, 대-중소기업 임금양극화 심화와 법정최저임금 영세협력업체(비정규직) 고용비중 증가, 고용 감소와 고용 없는 성장 등 한국경제의 굵직한 문제들의 완벽한 축소판이다. 다행히 4단지에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져 일부 손실보상 역할을 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고용효과가 떨어지는 업종들이어서 시민들의 불안감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구미공단 대기업 연구인력 수도권 유출, 이젠 대안을 말하자
지난 2007년 100억원을 투입한 가운데 착공 5개월 만에 중단된 연구원 5천여명 규모의 삼성전자 구미기술센터(지하4층, 지상20층, 건축비 3천억원) 문제는, 이달 초 이 부지에 고용인원 450여명 규모의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건축해 삼성카메라 창원공장을 유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조용히 넘어간 이 문제는 구미공단 수출의 60% 안팎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더 이상 구미에 연구개발(R&D) 인력에 관한한 ‘의미 있는 투자’는 확실하게 접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반성과 대안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를 기점으로, 구미공단 대기업들의 연구인력 수도권 유출 문제를 걱정하는 말보다, 이젠 정말 치열하게 대안을 말하는 방향으로 전문가와 시민들의 지혜를 모으는 자구노력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소협력업체도 이탈, 정주여건 문제는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 1∼2월 구미공단 수출지표가 올라갔는데,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월드컵 수요에 따른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의 수출량 증가 때문이다. 이 같은 일시적 고용수요에 대해 구미시가 대안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중소협력업체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구미에서 사람을 구하지 못한 중소협력업체들은 차량운행비용을 추가로 들여가면서 대구시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실제 구미시는 국내외 기업유치 노력에 비해 중소협력업체의 구인난에 대해선 뚜렷한 대안을 못 찾고 있다. 오히려 구미시와 시의회는 2003년, 영세기업 지원과 난개발을 막기 위한 건교부의 ‘준공업지역 아파트건설 불가’ 지침을 무시하고 ‘준공업지역에 아파트 17층까지 건축허용’이라는, 일부 시의원 특혜성 도시계획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주택과 공장이 함께 들어서 저임금 인력수급이 용이한 준공업지역이 대폭 축소되고 아파트 건축으로 공장임대료가 올라가면서 칠곡군과 대구로 빠져나가는 중소협력업체들이 증가했다.
이처럼 구미공단 정주여건 문제는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협력업체들도 정주여건 부족으로 구미를 떠나고 있고, 인력수급도 차량운행비 등 웃돈을 지불하면서 대구에 의존하고 있다. 저임금노동자들도 정주여건 때문에 구미보다 대구를 선호하는 현실에, 여건만 되면 공장을 대구로 옮기겠다는 중소협력업체 기업인들의 생각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기업유치보다 어려운 정주여건 개선, ‘대구-구미 동일생활권’ 구축을 필요로 하는 기업 현장의 소리 들어야
올 1∼2월 일시적 구인난을 톡톡히 경험한 중소협력업체 사장들은 구미경실련이 물꼬를 튼 2014년 12월 대구권광역전철망(구미∼대구∼경산) 개통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차량운행비를 들이지 않고 대구의 인력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삼성과 지역 4개 대학교 연구인력 1천여명 중 97% 이상이 찬성한(구미경실련, 2007년 설문조사) 것과 똑같은 반응이며, 이들은 국토부가 승인하지 않은 사곡역 정차를 구미시장과 국회의원들이 성사시켜줄 것을 한결같이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구미공단 기업 현장에선 상권 대구이탈을 불안해하는 상인들 선거 표 때문에, 전철 사곡역 유치와 ‘대구-구미 생활권통합’에 소극적인 시장과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이제 구미공단 기업인과 시민들은 수도권규제완화에 따른 대기업신규투자 수도권 이탈, 대기업 연구원 수도권 유출, 중소협력업체들의 구인난이라는 학습효과를 통해 정주여건 부족이 ‘구미공단 문제의 핵심’이란 사실을 폭넓게 인식하고 있다. “정주여건 개선이 기업유치보다 어렵다.”는 명제도 구미만의 독특한 경험의 산물로 기록해도 무방할 것이다.
◇대구시 활용과 상생의 관점에서, 모든 칸막이를 없애자
기업유치보다 어려운 정주여건 개선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리는 ‘대구-구미 생활권 통합’이 구미공단 정주여건개선의 핵심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구미공단 연구인력과 기업인들의 요구가 그렇다는 것은 위에서 증명했다. 40만 중소도시 규모의 구미시 재정으로 250만 광역대도시인 대구시 수준의 정주여건을 독자적으로 만드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스스로의 힘으로 불가능하면 대구의 교육·문화 인프라와 인적 역량을 활용해 구미시의 도시경쟁력을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 대구 역시 구미공단과 구미시민들로부터 가져가는 수입규모가 막대해 상호의존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이처럼 대구시에 대한 활용과 상생의 관점에서 ‘행정통합’만 뺀 대구시-구미시 간의 모든 칸막이를 없애고, 대구시를 구미시의 생활권으로 만들어야 한다. 구미시가 하기 싫어도, 2014년 12월 전철이 개통되면 구미시민들은 스스로 알아서 그렇게 할 것이다. 불과 40㎞(북대구IC-구미IC) 떨어진데다, 구미공단 고용인원 20% 안팎이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현실에서 전철까지 개통된다면, 구미는 ‘대구-구미 생활권통합’ 시대로 자연스럽게 변모될 것이다.
◇초일류기업이 선도하는 구미공단의 지속가능성, 광역대도시 수준의 정주여건 개선 여부에 달렸다
정주여건 개선을 통한 구미시의 살길은 ‘대구 활용론’이다. 우선, 구미시의 도시경쟁력과 정주여건에 비해 휴대폰·LCD·디지털TV 등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삼성과 LG가 40만 중소도시인 구미시에 있다는 것 자체가 과분하다는, 시민들의 일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대구-구미 생활권 통합’이라는 큰 틀에서, 250만 대구광역시와 40만 구미시가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교육·문화 교류협력 협약 등 다방면의 생활권통합 정책개발과 협력 시스템을 만들어 서울시-부천시처럼, 대구-구미 동일 생활권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40만 지방중소도시의 이미지를 탈색시키고, 내용상 ‘300만 광역시’와 같은 이미지로 도시의 매력과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격상시키는 것만이, 우수연구기술인력을 구미로 유인하고 시민 생활만족도를 높이는 ‘지속가능한 구미공단’의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건축비만 440억원이 투입된 대구오페라하우스 등 대구시가 운영하고 있는 공연장만 16곳이나 되는데다, 국비와 시비를 들여 ‘공연 문화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대구시는 500억원 규모의 국립국악원 분원인 국립대구국악원 유치, 2천 500억원 규모의 대구공연아트센터 건립, 건축비만 390억원이 들어가는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2012년 준공), 리모델링 비용만 500억원을 투입하는 시민회관 재개관, 두류공원 왈츠의 숲 조성사업 등 대구시 전체에 걸쳐 공연문화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대형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구미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고, 절대 불가능한 문화 인프라들이다.
이 같은 대구시 문화 인프라를 구미시 문화 인프라처럼 활용하자는 것이다. 대구시 역시 운영이 가장 활발한 수성아트피아의 연간수입이 9억 1천만 원으로 연간예산의 15%에 그치는(2009) 등, 모든 공연시설이 운영적자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에 구미시 등 인근 지자체와의 공동마케팅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대구시는 문화시장 확대 효과를, 구미시는 정주여건 개선 효과를 통해 상생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연간 5회 구미공연, 박수근 전시회 공동유치, 두 지역축제에 예술단 파견공연과 셔틀버스 운행 등 가능성은 활짝 열려있다. 구미가 끌려가는 것만은 아니다. 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2008) 구미공연에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 등 대구 저명인사들이 구미문예회관을 찾았듯이, 오는 23일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공연에도 대구의 음악애호가들이 구미문예회관을 찾을 것이다. 교류공연, 공동제작, 공동공연, 공동전시회를 통해 구미 문예단체의 역량도 높일 수 있다.
구미교육청과 김천교육청은 2006년 교육혁신을 위한 네트워크 협약을 체결했다. 인적 역량과 시설인프라 공유, 유치원·초·중학교 교육자료 공동 연구 개발, 우수교육 프로그램 공유, 각종 강사요원과 대회 심사·평가 위원의 교류 등 인적·물적 자원을 공동 활용하고 교류함으로써 두 교육청의 발전에 필요한 모든 사업에 상호 협력하는 길을 열었다. 이 같은 사례를 응용한 두 지자체 간의 교육시설과 프로그램 교류도 정주여건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철 개통은 대구시의 고용인력과 문화·교육자원 활용에 있어서 ‘결정적 수단’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구미공단의 고질적 문제인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긍정적인 방향의 시책 수립을 구미시에 제안한다.
임주석 기자 scent1228@naver.com “새 감각 바른 언론” - Copyrights ⓒ경북중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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