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다 메이커' '정책 게릴라' 얼핏 보면 참신한 별명들 같다.
심지어 요즘 젊은이들 비속어로 '오지라퍼'(오지랖이 넓은 사람)라는 별명도 붙었다.
모두가 최근 한 사람에게 집중된 것인데 다름 아닌 주인공은 바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곽승준 위원장이다.
몇 년 전 그가 '밤 10시 이후로는 학원수업을 전면 금지'하는 쇼킹한 사교육 대책을 들고 나왔을 때도 학원가가 발칵 뒤집혔다.
이번에는 '연기금 주주권 행사를 강화해 대기업을 견제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자 재계가 발끈했다.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까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본인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데 그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내친 김에 구체적 안을 세우고 공론화에 들어가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과연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기업이익의 최후 보루를 지키는 주주로서 기업의 편법증여나 편법상속,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의 불법을 감시하고 시장원리가 작동하도록 수익률 제고에 앞장서는 것은 지극히 마땅한 얘기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 접근은 매우 우려스럽다. 그 궁극적인 목적이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대기업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고환율, 저금리에 감세정책까지 펴면서 정부가 기업의 편에 섰지만 정작 기업들은 그렇게 불린 파이를 나눠주는 데 인색했다. 정부가 힘을 싣고 있는 동반성장이나 일자리 창출에서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만일 그런 이유로, 정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기 위해 연기금의 주주권을 행사한다면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모양새는 정부가 대기업들에게 '착한 기업이 되라'는 압박을 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동반성장하고,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올려주고, 이익이 남으면 나눠주라는 제스처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정부가 요구한 것은 '돈 잘 버는 기업'이 되라는 것 아니었나?
이 두 가지는 상충되는 개념이라 현실적으로 양립할 수 없음이 자명한데 기업으로선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만의 하나, 순수하게 정부의 의도하는 바가 연기금의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그 이상도 그 이 하도 아닌 오로지 그 목적이라고 해도 타이밍이 좋지 못하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듯이 시점상 누가 봐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순수성을 의심받기 딱이다.
결국은 이도 저도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대기업 길들이기라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이번 방침을 철회하는 것이 맞다.
물론, 주주권은 이미 법적으로 행사되고 있는 것이므로 보다 명확히 말하자면, 가이드라인을 뚜렷이 세우는 것이다.
주주권이 다른 정치적 의도로 악용될 수 없도록 오로지 주주들의 이익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을 막고 수익률을 명백히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는 행위에 한해서만 행사될 수 있도록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새 감각 바른 언론” - Copyrights ⓒ경북중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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