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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는 살인
김 교 상
2004년 09월 24일(금) 02:35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법무부범죄예방위원
김천지역협의회 회장
(본지 편집위원)

 현대의 소설 중에서 이유 없는 살인을 묘사한 작품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앙드레 지드의 `법왕청의 지도'에 나오는 라프가 디오다. 그는 기차 안에서 만난 처음 보는 사람을 아무런 이해 관계없이 밀어서 죽이는 것이다. 앙드레 지드는 무동기의 행위를 정면에서 탐구하고 있다.
 프랑스의 문호 모리악씨의 소설 가운데 `테레스테케에루'라는 것이 있다. 남이 보기에는 평화스럽고 유복한 가정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남편을 독살 하려한 한 여인의 비극을 그린 소설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 여인이 남편을 살해하려 했는지 동기가 없다. 평소에 남편을 미워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랬는가? 테레스 자신도 자기의 범행 동기를 확실히 말하지 못한다.
 다만, 매사에 감정이 없이 형식만 지키며 살아가는 그 남편의 눈에서 어떤 혼란을 보고 싶었다는 것이 그녀의 대답이다.
 정오의 햇볕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카뮈의 `이방인'도 제임스 딘의 그 유명한 `이유 없는 방황'은 또 어떠한가!
 현대생활은 그렇게 복잡한 것이다.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복합적이며 다양한 여러 가지 영향 속에서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현대문명과 사회는 빙산처럼 표면에 나타나 있는 것보다 바다 속에 숨어있는 쪽에 더 많은 의미를 두고 움직여 가고 있다. 지금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의 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은 그런 소설 속에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라는데 소름이 끼친다.
 현대 확인된 숫자만 해도 스무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엽기적인 살인 충격은 단순한 분노를 넘어서 우리들의 말문을 잃게 한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왜 그런 살인을 저질렀는지 그가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동기와 범행 목적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돈이 많은 사람이라서 범행의 대상이 돼야 했고 화려한 옷을 입었다 해서 돈이 많은 사람으로 알고 살인을 했다든가.
 또는 자기가 형무소 생활 하는 동안 집을 나간 아내가 지난날 출장 맛사지를 했다 해서 출장 맛사지를 하는 여자들만 골라서 살인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집나간 아내에게 원한이 있다면 그를 찾아 보복을 했다면(그래도 안되지만) 몰라도 자기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그 불쌍한 사람들을 아내와 직업이 같다 해서 마치 짐승을 잡듯 잔인하게 살인을 했다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확실치는 못하지만 IQ가 140이 넘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정신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란다.
 도저히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의 이유 없는 반항은 이유 있는 반항 이상의 사회문제가 아닐까 싶다.
 돈 때문이라면 그리고 사랑 때문이라면 옛날부터 있어왔던 일이 아닌가?
 그러나 이런 이유 없는 행동의 그 이유를 알아가는 것이 바로 오늘의 문제이며 그 사회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이 현대인들의 숙제가 아닐까 싶다.
 다만 범죄예방활동을 하는 한 사람으로 우리를 더 부끄럽게 하는 것은 그가 절도로 첫 번째 범행을 했을 때 나이가 18세였다고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이다.
 그때 누군가 그를 바르게 선도 했더라면 오늘의 이 엄청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관리자 기자  seok@ikw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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