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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기고>
오지혜 금오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제12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 현장에세이 공모전’ 우수상 당선작
2011년 09월 19일(월) 08:25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문득,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직업을 떠올려보았다. 나는 사회복지사다.
작년 겨울,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졸아든 긴장된 마음을 안고 금오종합사회복지관에 입사했다. 대학 시절, 아동‧노인‧장애인 등 여러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하였지만 봉사자로서가 아닌, 직업인으로서 주체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꾀나 큰 부담과 긴장으로 작용했다. 종합복지관이라 다양한 업무가 있었고, 그 중 내가 맡은 업무는 지적‧자폐성 장애아동을 위한 발달장애아동 지원센터와 저소득 남성 독거노인을 위한 청춘요리사 그리고 평생교육센터, 청년직장체험이었다.

입사 첫 날, 나는 지적·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동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보다 덩치가 큰 아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혼잣말을 하던 아이, 손을 물어뜯으며 극도로 흥분하던 아이, 산만하여 자리 착석이 되지 않던 아이 등… 적지 않게 놀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놀라는 나와 달리, 아이들은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나를 안아주었고 금세 내 이름을 외워주었다. “오지혜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그 웃음 가득한 목소리에, 그 다정한 표정에 낯설고 걱정으로 가득 찼던 내 마음은 사르르 녹을 수밖에 없었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사회성훈련, 수영, 주말문화체험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비장애아동의 경우 10분이면 족할 일도 장애아동들의 경우는 꼬박 30분이 넘게 걸린다. 장애아동과의 활동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매번 깨닫는다. 처음에는‘옆에서 활동을 도와줘야지.’라고 생각했고 아이들이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직접 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고 기다려주자, 몇몇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기발한 작품을 만들거나 창의적인 생각을 표현하곤 했다. 물론 대부분 엉성한 작품을 만들어냈지만, 칭찬해주고 격려를 해주자 나날이 발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만나게 되었다. 의사표현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답조차 거의 없는 아이도 있지만, 행동으로 자신의 기분을 표현해줘서 소통하는 기분이 들 때면, 아이와 더 가까워짐을 느낀다.

다른 프로그램보다 외부 공공장소에서 진행되는 수영은 이동할 때, 바닥이 미끄럽기도 하고 물이 있는 곳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바닥에 드러눕는 등 돌발행동을 하는 아동들이 있어서 항상 긴장 속에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장애아동과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수영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아동들 중 한 아동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외견상으로는 비장애아동과 차이를 느낄 수가 없다. 행동 또한 반복된 연습을 통해 스스로 사물함 열쇠를 받고 탈의, 샤워 및 입실까지 가능했다. 평소와 같이 나는 이 아동을 포함한 여러 장애아동들의 탈의를 도와주고 있었고, 이 아동은 다른 장애아동들에 비해 속도가 빨라 먼저 탈의를 하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문제는 샤워실에서 생겼다. 갑자기 무언가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옆에 있던 비장애 어린 아동(수영장 이용객)을 주먹으로 때린 것이다. 장애아동은 조리 있게 상황을 분별할 수도, 힘 조절을 할 수도 없었고, 느닷없이 맞은 비장애 어린 아동은 서러움에 복받쳐 울음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수영장 이용객들이 장애아동에게 때린 이유를 물으며 나무라기 시작하였고, 장애아동은 자신이 한 행동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 채, 그저 귀를 막고 혼잣말을 하며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늦게 샤워실로 입실한 나와 봉사자가 상황을 알게 되어 주변에 장애아동임을 설명해드리고 울던 아이와 장애아동을 달래며 사과를 시켰다. 상황은 그렇게 종료되었지만,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장애아동과 함께할 때에는 한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는 긴장감과 시야 안에서 이끌어야하는 책임감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장애아동과 함께하면서 어려운 점이랄까? 이처럼 외견상으로는 장애아동인지 드러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동들이 외부에서 돌발행동을 하면‘멀쩡하게 생겨서 왜 저러나’ 나이에 맞게 해야 할 행동을 못함으로 인해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거나 꾸짖는 사람들이 있다. 겉으로 장애인임이 드러나야만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상황에 속이 상할 때가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고집을 부리거나 문제를 일으킬 때, 말을 듣지 않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아이들이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느꼈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이 좀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도 힘이 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내가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하고 욕심을 내서 오히려 아이가 힘들진 않을까’하는 걱정이 든다.
아동 전원이 결석 없이 모두 나오는 날에는 정말 정신이 없다. 하지만 장애아동과 함께 할 때는 웃을 일이 많아서 좋다. 아이들이 순수하게 웃을 때, 웃는 그 모습이 참 예뻐 덩달아 나도 웃게 된다. 업무로 걱정이 많아질 때, 이 아이들을 보면 찡그린 미간이 부끄러워 금세 풀린다. 웃음으로 대해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힘이 난다. 장애아동과 함께하면서 나 자신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좀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려하고, 따스한 단어를 사용하는 점이다. ‘발달장애아동을 맡지 않았다면 나의 마음가짐은 어떠했을까’생각해보면 더더욱 감사하다.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들은 장애아동 외에도 또 있다. 바로 청춘요리사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이다. 60대 이상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청춘요리사가 있는 요일이면 나는 얼굴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열 분의 어르신들은 저소득에 혼자사시는 남성 노인이시다. 사별로 혼자가 된 어르신, 이혼으로 혼자가 된 어르신, 처음부터 결혼을 하지 않은 어르신 등 혼자가 된 이유는 다양했지만, 요리경험이 거의 없어서 혼자서 식생활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셨다.
이런 어르신들과 수업을 함께하다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종종 있다. 얼마 전, 브로콜리볶음을 요리할 때의 일이다. 조별로 앉은 어르신들께 싱크대 위에 있는 재료를 아시는지 여쭈어 보았다. 브로콜리가 낯선 어르신들은 “양배추!”, “ 꽃봉오리!” 라고 의욕적으로 대답을 하셨고, 참여어르신들과 요리선생님, 봉사자를 포함한 모두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브-로-콜-리!” 입모양을 정확하게, 또박또박 큰 소리로 알려드렸더니, 열 분의 어르신들이 “브-로-콜-리” 라고 따라 하셨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외우기를 반복하셨다. 수업이 끝나갈 때쯤, 다시 한 번 “어르신~ 오늘 볶은 재료가 뭐였죠?” 라고 묻자, 양 손으로 옆머리를 긁적이며 금세 잊어버렸다며 배시시- 멋쩍은 웃음을 보이셨다.
파프리카를 보고는 “큰 고추같이 생겼는데 외국에서 건너온 것 인가보다.”, “피망 아닌교?” 라고들 말씀하신다. 생소한 재료들을 접하며 신기해하시고, 다듬는 방법을 익히신다. 주 요리에 곁들여 넣으니 색깔도 곱고 더 맛이 좋다고 이야기하실 때, 새로운 것을 접해드릴 수 있음에 괜히 뿌듯해진다.
낯선 재료의 이름을 수업이 마칠 때도 알려드리고, 몇 회기가 지나 같은 재료를 사용하게 되는 날이 있을 때면 반복적으로 알려드려도 정확하게 기억은 못하시지만, “지난달 요리할 때 봤다. 이름은 몰라도 싱싱하고 좋은 놈 고르는 법은 기억한다.” 라고 자신감 있게 말씀하신다.

어르신들은 직접 만든 음식을 포장해가시면서 위생봉지에 조금씩 싸서 나에게 건네주신다. “저 주지 마시고, 어르신들 더 많이 싸가세요.” 라고 말씀드리면 봉지 매듭까지 묶어, 나누어 먹자며 손에 쥐어주신다. “저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아서 맛있는 음식 먹을 날이 많아요. 그러니 우리 어르신들~ 더 많이 드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라고 힘차게 말씀드린다. 수업이 마칠 때면 항상 감사하다며 한참이나 어린 내게 고개 숙여 인사해주시고 존대를 해주시는 어르신들께 오히려 고개 숙여 감사드리게 된다. 사실 내가 진행 비용을 제공한 것도, 요리강습을 한 것도 아닌데 이런 감사의 인사를 받을 때면, ‘내가 이런 인사를 받아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도시락이나 밑반찬 배달에 의지하기보다는 거동도 가능하고, 배우고 익힐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옆에서 말로 지지해드린 것뿐인데….

적은 소득으로 재료를 구매하기가 부담스러워 영양가 있는 식생활을 해결하기도, 건강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어르신들이 프로그램 시간에 배운 요리를 집에 가서 응용해서 스스로 해서 드셨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보람차다. 어르신들의 결점보다는 강점에 주목하고, 나의 지지가 어르신들의 잠재력을 끌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어르신들이 “요리방법을 몰라서 혼자서는 음식 준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점차 시장을 보며 좋은 재료를 고를 수도 있고, 또 수업이 있는 날에는 이렇게 포장까지 해서 가져가니 끼니를 거르지 않게 되어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아주실 때면, 정말이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수업을 통해 만든 음식이 완성되면 서로 자랑하시며, 자신이 속한 조에서 만든 음식을 먹어보라며 한 젓가락씩 먹여주신다. 마치 친할아버지가 손녀를 대하듯 편안하게 대해주심에 그저 행복하다.

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하면 실무자가 이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있지만, 이용자에게서 받는 것도 분명히 있다. 사회복지사로 현장에서 일한 지 9개월 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배운 것과 경험한 것이 꽤 많다는 생각에 왠지 속이 든든해진다. 누군가 나에게 사회복지사가 된 이유를 물어 번지르르한 말로 이유를 대어보자면, 수없이 많겠지만 스스로조차 만족할만한 답을 찾기란 어렵다. 바다를 길어다가 퍼 담는다한들 내 것이 될 수 없다. 풍덩 빠져들 때 내 것이 되듯, 현장에 빠져들어 진심을 다해 일하고 싶다. 그것이 분명 몇 년 후 내게 커다란 힘이 될 것 같은 믿음이 든다.
정재훈 기자  gamum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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