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밤 7시, 도리사 극락전 마당 화엄석탑(보물 470호) 앞 무대에서 타악 퍼포먼스 ‘야단법석’ 초청공연이 열렸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 속에서도 1천여 명이 넘는 관중들이 모여, 가을밤 산사라는 매우 인상적인 공간에서 저마다 흥겨운 분위기에 빠졌다. 야간조명에 비친 모습이 더욱 빼어나 보이는 무대 곁의 보리수나무가 큰 역할을 한 이날, 출연진의 열기가 가을바람의 스산한 분위기를 단번에 눌렀다.
법고 소리에 매료돼
필자는 출연진 중 단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도입부와 종반부에 연주한, 특히 도입부의 강약을 오가며 거침없이 쏟아내는 역동적인 법고(큰북) 소리에 매료돼 버렸다.
“법고의 북소리가 마치 부처님의 설법과 같아서, 중생을 번뇌로부터 제도하기 위해 대군이 북을 치듯 진군한다는 것에 비유하여 부처님의 설법을 법고라고도 한다.”라는 말처럼, 필자는 몇 년 전 우연히 본 TV에서 흘러나오는 산사의 법고 소리에 귀가 번쩍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그 후 법고 연주가 실린 불교음악 CD를 구하여 가끔씩 들으면서 깊은 산사의 새벽 법고 소리를 직접 듣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했던 터인데다, 이날 연주가 CD보다 몇 배나 길고 현장공연이 주는 생동감 때문에 무아경에 빠져 버렸다. 바그너 음악을 웅혼하다고 열광하는 음악 애호가들, 법고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볼 일이다.
그런데, 도리사엔 범종각이 없다. 하루빨리 짓고, 불전사물을 특히 법고 소리를 자주 듣길 기대해본다.
구미축제, 불교예술 참여시켜야
도리사 홈페이지에 올려진 작년도 불교신문 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구미축제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강화 삼랑성축제, 부석사 화엄축제, 백양 단풍축제, 진주 남강 유등제 등, 사찰이 지방문화축제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하거나, 사암연합회나 지역사찰이 지역문화축제에 직접 동참함으로써 지역민과 함께 하는 문화축제의 한마당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는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지방축제에 불교가 녹아들고 있는, 또 하나의 지역혁신 사례들이다.
부석사의 경우 영주시와 공동 주최로 ‘부석사 화엄축제’를 연다. 주지 근일 스님의 법문, 김용옥씨 초청강연회, 화엄음악회, 화엄미술전, 선묘선다례 등이 펼쳐진다.
도리사를 지역대표
문화공간으로 활용해야
문화축제의 성패는 장소와 인적자원의 수준이 좌우한다. 도리사는 더 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한 지역의 대표적 랜드마크이다. 이번 음악회를 통해 도리사가 먼저 지역대중에게 산문을 열었으므로, 이젠 구미시가 도리사를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대책을 세워 화답해야 할 차례이다.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공원 수요가 날로 늘어나는 오늘날, 오래된 절의 대부분은 도심의 인공 공원과 비교할 수 없이 빼어난 공원이란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경관이 수려한 사찰을 공공자원으로 활용하는 경우, 구미시가 오히려 투자대비 이익이 된다는 뜻이다.
신라불교성지라는 역사성에다, 천년고찰에 걸맞은 나무와 숲, 직지사도 갖추지 못한 전방 조망과 서대 조망 등, 도리사는 시민문화, 여가공간으로서의 가치가 탁월하다. 수려한 자연에 문화의 옷을 입히면 생명력과 가치가 훨씬 높아지고, 도리사의 랜드마크도 보강된다. 대중과 동떨어진 전통문화 보존주의, 이젠 접자. 무엇보다 천년고찰은 지역 역사의 폭과 시민의식의 다양성, 역동성 측면에서 첨단 디지털 도시라는 구미시의 이미지와 너무나 잘 어울리면서, 보완할 것이다.
80년대에 이례적으로 사찰을 노동자집회 공간으로 개방했던 부천 석왕사가 90년대 이후 사회복지와 외국인노동자 지원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경우처럼, 구미지역 사찰들도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조응해야 한다. 지금 구미시민들의 요구는, 복지와 문화향수권 신장이다. 지역 불교계의 변화를 기대한다.
관리자 기자 seok@ikwb.co.kr “새 감각 바른 언론” - Copyrights ⓒ경북중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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