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 전 스티브잡스가 애플의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장안에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 번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킨 이슈 1위는 33.3% 못 미친 '서울시의 무상급식 투표무산'일 테고 2위가 마침내 치열한 내전 끝에 반정부군이 트리폴리를 장악하고 '카다피 정권붕괴'를 선언한 것, 이어서 3위가 스티브 잡스 사임'이었을 만큼 정치와 전쟁만큼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신화를 만든 혁신의 아이콘이 물러났다는 점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족했다. 잡스의 사임으로 주식시장도 들썩였다. 최근 약진하고 있는 애플 주가가 급락하는 등 우려가 쏟아졌고, 경쟁사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호재로 작용했다. 사실 잡스의 퇴진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지만, 반향이 큰 것은 그만큼 그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 역사상 가장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CEO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원천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도무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를 뚝딱 만들어 내면서 현대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이처럼 잡스의 천재적 능력은 그가 만들어 낸 제품에서 입증됐다. 또한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비상함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내놓는 제품은 세상에서 유일했기에 소비자들이 열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만들어내는 제품만큼이나 그의 삶 자체도 범상치 않았다. 잡스가 입양아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아랍계 풍의 외모가 느껴지는 것은 그의 친아버지가 시리아인이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고, 친 어머니는 미국인 대학원생이이었다. 그러나 둘 다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돼서 태어난 지 1주일 만에 잡스 부부에게 입양되었다.
어린 시절에 그가 문제아였다는 사실도 익히 알려져 있다. 솔직히 그의 튀는 언행과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일거수일투족을 보면 짐작이 된다.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까지 무단결석과 정학을 수도 없이 반복했던 문제아 잡스는 마약까지 손을 댔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 하나만은 남달랐다는 것은 그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대학을 다니다 중퇴한 후 애플을 창업하면서부터 그의 천재성과 끼가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했고, 오늘날의 성공을 이루기까지 경영권 분쟁 등 우여곡절과 반전에 반전을 거쳐 그는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호 순위에서 9조원의 재산으로 11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부와 명예와 인기를 동시에 움켜잡은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늘 직원들에게 강조하던 말이 있다. "해적이 되자" 즉,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세상이 깜짝 놀랄 일을 벌이자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참 잡스다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삶 자체가 무적자 같았기 때문이다. 무법적이고 자유롭게 사고하는 혁명정신을 상징하는 사람으로 잡스만한 이가 또 있을까.
인재를 뽑을 때도 모범생은 사절했다고 한다. 게다가 해적들은 똘똘 뭉치는 팀워크에서도 최고를 자랑하지 않는가. 해적처럼 도전정신과 팀워크에 강한 인재를 선호했던 잡스는 어느 날 직원들에게 "Pirates! Not the Navy!" 라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선물로 줬다고 한다. 해군이 아니라 해적이 되라는 주문 역시 간결하고 애플 답다.
최근 비즈니스위크는 잡스의 사임을 두고 'Jobs's job isn't done'이라 표현하며 앞으로 잡스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지 않았지만, 나는 이것이 가장 아름다운 퇴장이라고 본다. 세계 최고 CEO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잡스이지만, 최근 과도한 에너지 소모로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고 있었던 만큼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오세훈 시장과 잡스의 퇴장을 절묘하게 비교해 꼬집기도 했다.
누군가는 잡스의 퇴장을 두고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멋진 표현을 했지만, 진심으로 나는 그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에 감사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새 감각 바른 언론” - Copyrights ⓒ경북중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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