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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최중근의 세상 내시경] 장애인 요양보호사
최중근 원 장
탑정형외과
2011년 10월 11일(화) 02:04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의 영예를 차지한 한국 영화, '시'를 기억할 것이다. 60년대를 풍미한 배우 윤정희가 실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작품이었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돌보며 근근이 끼니를 잇고 사는데, 노인 역할은 실제 뇌졸중으로 쓰러져 투병생활을 한 원로배우 김희라가 맡아 현실감을 더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목욕시켜 주고 돌봐주는 사람들을 '요양보호사'라고 부르는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새롭게 생긴 직종이다.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이론과 실기, 현장실습 교육 등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딸 수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내심 불편했던 것은 아무리 나이든 노인이라해도 여성 요양보호사가 목욕까지 시켜주는 것은 너무하다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이었다.
 우리나라 남성 요양보호사의 수는 현재 태부족이다.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우리나라도 치매, 중풍 등 중증질환 노인들이 늘면서 '요양보호사'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남성 보호사의 수는 턱없이 모자란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전국의 요양보호사 중 약 92만 명이 여성인데 비해 남성은 고작 8만 여 명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화에서처럼 몸이 불편한 남성 장애인을 여성 보호사가 목욕시키는 일이 다반사인 것이다.
 아무리 몸이 불편하고 도움이 필요하다 해도 여성에게 알몸을 보이는 것은 수치스러울 수밖에 없다. 만일 남녀의 상황이 반대였다면 당장에 대책이 마련됐을 터인데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이들 요양보호사야말로 수족 같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하지 못한 국가 정책으로 인해 방문요양제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한번쯤이라도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을까 의구심이 든다. 과연 그들이 내 가족이라고 한다면, 이런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을까.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남성 요양보호사의 수는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여성 보호사에 비해 남성 보호사가 턱없이 적은 것은 일단 낮은 임금에 원인이 있다.
 지난해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조사를 보면 방문 요양보호사 절반이 월 60만 원 이하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지금의 방문요양제도 아래서는 요양보호사가 집안 청소까지 하고 있어 남성보다 여성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처럼 후진적인 장애인 복지정책은 아직도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남자 자원봉사자들이나 공익 근무요원들이 대신 남성 장애인들의 목욕을 돕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간호와 목욕 등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부문의 예산을 40% 증액하고, 지원대상도 3만 명에서 5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기대치에는 못 미치지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할 일은 노인·장애인의 '장기요양보험제도'를 국가 부담제도로 속히 전환하는 일이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선진국들은 이미 국가 부담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요양 보호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오죽하면 이들을 '그림자 노동자'라고 부를까.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도록 대우해 주어야 한다.
 반값 등록금이나 무상급식, 무상보육도 중요하지만, 소외된 곳에서 절실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약자들의 고통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과연 그들이 '당신 가족이라면 그리 하겠소' 라는 질문을 다시금 던져본다. 정부는 속히 장애인들과 그림자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는 오늘의 정치권을 향해 당부하고 싶다. 지금이야말로 무엇이 더 우선순위인지를 분별하는 지혜와 판단력이 필요한 때이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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