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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최중근의 세상 내시경] 무너지는 상아탑
최중근 원장
탑정형외과
2011년 11월 01일(화) 01:45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최근 주요 대학들이 비인기학과에 대해 연이어 폐과 결정을 내리고 있다.
 국어국문학과, 물리학과, 문예창작학과, 가정교육과 등이 대학에서 사라질 지도 모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 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낮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대학이 취업을 위한 등용문이 되어버렸는가.
 이러한 대학 구조조정의 이면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 평가가 주 요인이라고 한다. 지난 9월, 교육과학기술부는 43개 대학을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했다. 이 43개 대학들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는 부실대학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선정 기준에 대해 대학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유는 너무 획일적인 잣대라는 것이다.
 미술, 음악, 무용 등 예체능 계열이 전체 입학정원의 32.6%를 차지한 서울의 한 대학은 이번에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되어 부실대학으로 판정받았다. 전체 취업률이 44.2%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체능계열의 평균 취업률은 10∼15%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전체 평균을 깎아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교과부의 지표에 예체능 계열의 특수성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졸업 뒤 창업을 하는 경우도 취업률에서 제외된다. 결국 미술을 전공한 후 공방을 차린다던가, 피아노를 전공해 피아노학원을 하는 경우는 취업률에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대학 평가를 위해 취업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반면에 학생들을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아는 기업에 인턴으로 취업시킨 뒤, 월급을 학교에서 지급해 부실대학을 면한 대학도 있다.
 교과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것이 월급을 대신 내주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이런 편법을 낳은 것이다. 부실대학을 면하기 위한 편법은 이 뿐만이 아니다.
 교과부의 지표에는 전임교원 확보율도 포함되는데, 한 대학은 전임교원 44명 가운데 35명은 전임강사, 9명은 조교수, 그리고 정교수와 부교수는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전임교원 가운데 50% 이상이 연봉 1000만원도 안 되는 저임금이거나 이름만 올려놓은 유령교수라고 한다.
 연봉 1000만원도 안 되는 저임금을 받고 있는 교수에게 제대로 된 수업을, 수준높은 학문연구를 과연 기대할 수 있을까.
 대학은 학문과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했다. ‘상아탑’이란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보면 상아탑이란 ‘속세를 떠나 오로지 학문이나 예술에만 잠기는 경지’라고 되어있다. 이런 상아탑에 취업률이나 교원 숫자 등의 지표로 평가기준을 들이댄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일까.
 필자가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대학생은 선택받은 소수의 권리였다. 이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대학에 갈 수 있을 정도로 대학은 많아졌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선택의 문이 넓어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런 평가지상주의로 순위를 결정하는 환경에서 순수한 학문의 전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모든 대학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 대학은 이미 ‘편법의 전당’이 되어가고 있는 이 와중에, 대학이야말로 학문과 진리의 상아탑으로 남아있길 바라는 필자의 바람은 지나친 욕심인 것일까.
남민정 기자  da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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