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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최중근의 세상 내시경] 지방대 출신은 루저인가
최중근 원장
탑정형외과
2011년 11월 15일(화) 01:31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지난주일 집사람과 이웃 부부와 함께 심야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었다.
 요즘 선량한 문제아가 진짜 남자를 만나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완득이’가 사람들을 웃고 울리고 있다. 필자 역시 담임 선생 김윤석과 불량학생 완득이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내내 웃다 울다를 반복하며 몰입했다.
 필자와 배우가 비슷한 연령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배우 김윤석의 캐릭터는 단순한 공감을 넘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걸핏하면 “얌마, 도완득”을 외쳐 기겁하게 하고, 제자 햇반이나 갈취하는 한심한 교사지만, 큰 영감과 깨달음을 선물하는 멋진 스승이자 멘토의 역할을 해낸 김윤석. 그런데 이 영화를 곱씹어 볼수록 그의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나는 김윤석이라는 한 인간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어졌다. 그의 내세울 것 없는(?) 이력 때문이다.
 그는 지방대 출신이다. 지방에서 대학을 나와 대학로 연극판을 기웃거리며 5년 넘게 반지하 생활을 했다는 김윤석. 하지만 그는 지금 그의 연기에 어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범접할 수 없는 연기자가 되어 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연기하면서 지방대 출신이라 설움 당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대, 동국대,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들이 대학로를 점령하고 있었던 당시, 같은 대학 선후배들끼리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던 그 시절, 그가 과연 기댈 곳이 있었을까. 하지만 그는 착실하게 실력을 쌓았고, 이제는 한국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물이 되었다.
 “대기오염으로 한 해 6만 명이 사망합니다” 환경오염을 경고한 공익광고의 카피다.
 “오늘 밤 누군가는 이 신문을 이불로 써야 합니다”
 말 한마디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사람. 그는 광고 천재 이제석이다.
 원쇼 페스티벌과 클리오 어워드 등 40여차례 세계 유수의 광고제에서 수상한 그는 사실 알고 보면 지방대 출신이다. 지방대 시각디자인과를 4.5 만점에 평점 4.47로 수석졸업했다고 들었지만 대학생 광고 공모에 한번도 입상하지 못했다. 졸업 후에는 광고대행사 수십곳에 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외면당했다.
 동네에서 간판 그리는 일을 하면 직장을 찾던 그는 결국 미국으로 건너갔고, 1년만에 수많은 국제광고제에서 수상을 거듭하면서 촉망받는 광고인이 됐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평가받지 못한 능력을 해외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한때 그의 선전을 소개하던 한 TV 언론에는 “루저에서 광고 천재로”라는 자막을 내보내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지방대 출신은 곧 이 사회에서 루저라는 말이다.
 집이 지방이라서,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서, 수능시험을 망쳐서, 하여튼 여러 가지 이유로 지방대학에 진학하는 순간 우리 사회에서는 루저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계속 루저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젊은 청년들의 구직대열이 끝이 보이지 않는 요즘, 서울 공화국에서 지방대 출신이 일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다행히 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승진이나 각종 기회에서 지방대 출신이 승승장구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시절이다.
 실력과는 상관없이 학교가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대학생 중 76%인 지방대생들이 차별과 불이익을 받고 있다. 하지만 차별과 불이익을 원망만 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루저가 되는 것이다.
 먼저, 실력이 통하는 세상이 건강한 사회임에 틀림없다. 이미 병든 사회. 하지만 여기서 지방대 출신들은 어깨가 더 무거운 것이다. 병든 사회를 치유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지방의대 출신이다. 실력이다 더 이상 지방대 출신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지 않다. 희망의 말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이 더해진다면, 자신의 스펙만을 믿고 안일하게 사는 사람들보다 지방대의 설움을 이겨내고 실력을 쌓은 이들이 인정받을 날이 분명 올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학 선택의 루저들이 인생의 루저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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