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서민은 죽을 지경이다. 사상 최악의 전세대란 속에 급등하는 전월세 가격을 감당하기도 벅찬데, 지역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전월세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건강보험료까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보험료가 평균 17% 가량 올랐다고 한다.
지역가입자는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내는데, 재산에 전세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다른 소득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같은 집에 살고 있는데 전월세가가 올랐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전월세가 폭등이 건강보험료 폭등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어렵게 집을 소유하게 된 서민들은 전월세가 폭등의 여파가 없으니 안정된 가계를 운영할 수 있을까. 대답은 부정적이다. 정책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책 때문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이자는 더 높지만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또는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 예금 취급 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전월에 비해 6천억원 줄었지만,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1조 3천억원이나 늘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인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가계대출도 2조 5천억원 증가해 지난해 10월(2조 6천억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가계 대출이 늘었다. 한쪽을 누르니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집을 사라는 것인가, 말라는 것인가. 집이 있어도 죽을 지경, 집이 없어도 죽을 지경이다. 가계 부채가 문제가 되니까 대출금융을 규제해 서민금융의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결국 높은 이율의 부채가 늘어 상환능력은 떨어지고, 서민경제는 점점 악화일로를 걷는 악순환이 예상되는데도 정부는 이렇다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저축은행 영업정지의 후폭풍도 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대주주, 은행 경영진들이 회사 자산을 빼돌리는 사이, 서민들은 1%, 2% 더 높은 이자에 발목이 잡혀 하염없이 사태 해결만을 목을 메고 기다려야 한다.
무슨 사건만 터지면 상처받는 건 만만한 서민들이다.
지금도 전월세 오름새는 계속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제2금융권 가계대출도 점점 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장철은 다가오는데 배추값은 계속 오르고, 하루하루 기름값도 오른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빚은 늘어나고, 물가는 계속 치솟는다. 빚더미에 앉은 서민들은 점점 늘어나고 서민경제는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TV만 켜면 전화 한통이면 누구나 대출해준다는 대부업체 광고가 나오는 시대를 살고 있다. 당장의 생활이 급한 서민들에게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헤어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빠진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전화기를 들 수밖에 없다.
규제할 것은 풀어주고, 풀어줘야 할 것은 규제하는 우리의 금융정책을 언제까지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가. 한번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새 감각 바른 언론” - Copyrights ⓒ경북중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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