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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300석, 그 답변을 듣고 싶다
이강룡
시인, 본지 논설위원
2012년 03월 06일(화) 01:26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필자가 어릴 적만 해도 농토가 많은 집에서는 머슴을 들였다. 부농(富農)이면 두세 명씩의 머슴을 들여 일을 시키고 가을이면 그 보답으로 일정량의 곡식을 주었으니 이것이 곧 현재의 연봉이다.
 이 때 지급하는 곡식을 새경이라 하는데 머슴이 여럿인 경우에는 그 중 가장 일을 잘하는 머슴을 상머슴이라 하여 더 많은 곡식으로 보답하였다.
 그런데 같은 마을 안에서 다 같은 급의 머슴 중에서도 일을 잘하는 머슴이 있고 못하는 머슴이 있으며, 한 집안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머슴이 있는가 하면 꾀를 피우며 살살 농땡이를 치는 머슴이 있기 마련이다.
 몸을 아끼지 않는 머슴들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일이 잘되지마는 주인 눈을 피해 가며 농땡이를 치는 머슴은 하나라도 더 있을수록 주인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법이어서 그들에게는 새경 때가 되면 곡식이 아깝게 되고 결국 연말에는 해고를 명하기 마련이다.
 1948년 제헌국회의 의원 수는 200명이었다. 그 동안 더러 굴곡이 있긴 하였지만 대체로 증원을 계속하여 60여 년이 흐른 지금 제19대 국회에 와서 드디어 의원 300명 시대에까지 오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의원 수 증원의 주체가 이해 당사자인 의원들 자신이라는 데 있다. 다시 말하면 주인이 가계(家計)의 형편에 따라 몇 명의 머슴을 두어야 할 것인지 결정을 한 것이 아니라 머슴들이 담합하여 “우리 이번에는 머슴을 몇 명을 두기로 하자.”고 결정하여 주인에게는 그저 통보를 하는 셈인 것이다.
 백 보 양보하여 그런 결정을 내렸더라도 “지금의 숫자로는 뼈가 으스러지게 일을 하여도 너무 벅차니 이번에는 한 명 더 두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면 주인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일지만, 먹고 나면 머슴이 해야 할 일은 안중에도 없고 날이면 날마다 서로 엉켜 싸움질이나 일삼고 공중부양에 도끼로 문 부수기도 모자라 마침내 최루탄까지 터뜨려도 처벌은커녕 그런 일을 한 사람들을 향하여 박수치며 오히려 영웅으로 대접하는 머슴들이라면, 더욱이 그렇게 열심히 싸움질을 하려고 하니 숫자가 모자라 힘드니까 인원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면 어느 주인이 그 요구를 환영하며 들어줄 것인가.
 그런데 희한하게도 아랫동네머슴 윗동네머슴 할 것 없이 머슴의 숫자를 자기들 마음대로 늘리기로 결정을 다 해놓고 나서야 주인의 여론을 들어봐야 안다니 꼭 이야기를 들어야 알 정도로 생각들이 미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오랫동안 해외에만 살다 와서 가정의 사정을 정말로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주인으로서는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인구 3억에 면적이 우리나라의 100배인 미국에는 하원 의원의 수가 435명이다. 인구는 70만 명에 의원 1석, 면적은 22,590㎢마다 1석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국토의 면적은 미국의 1/100에 불과하며 인구는 1/6 정도의 나라에서 국회의원 300석에다 그것도 모자라 시-도에 오면 시-도의원, 시-군-구청에 가면 시-군-구의원들이 각각 가슴에 큼직한 배지를 위엄 있게 달고 국민을 위하여(?) 버티고 있다.
 지방 기초의원들은 본래 명예직이다가 지난 노무현정부에서 유급직으로 바꾸었다. 명예직이어도 서로 하려고 머리가 터지는 판인데 급여까지 지급하고 보니 그야말로 이제는 큰소리치며 대접받고 거기다 더하여 연봉까지 적지 않게 챙기는 멋진 직종이 되었다.
 나랏돈으로 생색내기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현실이다. 미국의 의원 산출 공식에 우리나라의 의원 수를 대입해 본다면 면적에 대비한 의원의 수 획정은 4-5명에 불과하니 아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인구에 대비한 선거구 획정으로 비교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의원 수는 70-80석만 있어도 충분한 것이 아닌가?
 잘 모르긴 하지만 의원의 수를 의원 자신들이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구의 획정은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된 기구에서 심의하여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객관적이고도 타당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한 명 더 쓰는데 들어가는 예산은 대략 32억, 그리고 은퇴 후엔 매월 120만 원의 연금을 지급 받는다 한다. 한 나라의 예산으로 보면 별 것 아니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금 우리는 예산보다 더 중요한 이유, 즉 주인의 눈으로 보기에 얼마나 머슴 본연의 의무에 충실했는가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18대 국회가 오는 5월 28일로 마무리되지마는 올해는 4.11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이미 종료된 것에 다를 바 없다.
 수많은 민생법안들, 중소기업대책법안, 국회선진화관련법안(몸싸움방지법)과 슈퍼에서도 간단한 약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비롯하여 국제경기대회지원법 등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하거나 국회의 추태를 방지하는 법안들은 이제 다시 폐기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서도 유독 재빨리 통과시킨 법안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의원 자신들의 지역구가 걸린 ‘밥그릇법’이다. 국민들의 눈은 의원 자신들의 생각처럼 어느 곳 선거구를 늘리고 어디를 줄이느냐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다만 미국의 경우 인구 70만마다 의원 1석, 국민들이 의원의 수가 많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27만 명마다 1석씩의 의원을 두는데 반하여 우리는 왜 16만 정도의 인구에 1명씩의 의원을 두면서도 그것도 모자라 기어이 300석까지 채워야 하는지 그 이유와 명분이 궁금한 것이다. 듣건데 북유럽 선진국 의원들은 우리나라의 의원들처럼 국가로부터 받아 누리는 혜택은 거의 없는 반면에 감당해야 할 업무는 너무나 벅차기 때문에 한 번 의원을 한 사람은 또다시 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한다.
 그런데 우리는 6선이고 7선이고 다선일수록 그 관록을 자랑하며 목숨이 붙어 있는 한은 시켜 주기만 하면 얼마든지 하고 싶어 하니 그 차이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혹 국가와 국민을 위한 본연의 직무보다는 고액 연봉이나 베풀어 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특혜에 대한 유혹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가뭄에 콩 나듯 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써온 이야기는 선진당의 박선영 의원처럼 목숨을 걸고 탈북자의 인권을 위하여 투쟁하는 분에게는 미안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동료 의원이야 죽든 말든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고 지금은 오직 나 살기에만 바쁜, 그 많은 촛불과 유모차부대를 선동하던 의원들, ‘희망버스’ 탑승의원들,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인권 탄압이라며 조목조목 따지며 시위의 선두에 서서 목숨을 걸면서도, 북한인권법과 탈북자들의 생명에 관해서는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시위 전문 의원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박 의원의 텐트 앞에 나타났다는 보도는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그들이 생각하는 인권이란 개념은 도대체 어떠한 것인지 참 알다가도 모를 아리송한 사람들에게 국민은 지금 의원의 수를 왜 300명으로 늘려야 하는지, 한 동네에 사는 국민들을 왜 이리 떼고 저리 붙여서 엉뚱한 남의 동네 후보자에게 선거하도록까지 만들어야 하는지, 그 저의(底意)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제18대 국회의원들의 진솔한 고백을 듣고 싶은 것이다.
남민정 기자  da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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