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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책임질 사람의 자리
이강룡
시인(본지 논설위원)
2014년 05월 01일(목) 13:43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지난 16일 아침 진도 앞 바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온 나라가 초상집 분위기이다. 시간이 감에 따라 탑승자 476명 가운데 구조자 174명 외에는 실종자 전원의 생명에 대한 희망이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사람을 구하기 위한 작업이 끝나면 다음 단계인 선박 인양 작업에 들어가게 될 것 같다. 매스미디어에서도 이 사건의 실황을 가감 없이 보도하기 위해 연일 정규 프로그램을 중지하고 사실 알리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 사건이 터지면 우리는 항상 그 때마다 사건이 인재(人災)냐 천재(天災)냐를 두고 왈가왈부한다. 그러다간 대부분이 인재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자면서 일단락을 짓는다. 그리고는 곧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더냔 듯이 잊어버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이 기본적인 것만 해결되면 적어도 ‘인재’에 의한 대형 사고는 한결 줄어들 것이다. 그것은 바로 책임질 자리에 앉은 사람의 책임지는 자세이다. 지금까지 소위 인재에 의한 대형사고 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다한 일은 거의 없다. 아니 그 자리에 앉은 사람 자신이 사건을 만든 주범(主犯)인 경우가 더 많았던 것이 현실이다.
 책임지는 자리는 필연적으로 권력과 부(富)와 명예가 따르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책임 있는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그 막중한 책임은 회피하고 자리를 향하여 날아오는 권력과 부와 명예의 혜택 누리기에만 연연하다가 급기야는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불쌍한 모습을 수없이 보아왔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사건의 핵심에 선 사람은 선장이다. 그에게 주어진 권력과 부와 명예야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마는 그 책임은 막중하였다. 여객선에 탄 전 승객들의 목숨을 책임진 자리가 아닌가?
 그렇다면 당연히 승객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휘하 선원을 감독, 독려하여 승객 구출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 기본 중에서도 기본일 터인데 보도를 보면 일부 자발적으로 희생정신을 발휘하다 고인이 된 승무원을 제외하고는, 선장을 비롯한 대다수 승무원들의 현장 대처 모습이 보는 사람을 너무 실망하게 하였다. 좀 더 빨리 좀 더 책임 있게 대처했더라면 수많은 생명을 구조할 수 있었을 텐데 그 골든타임에 그들은 자신의 생명을 구하는 데만 분주하였다.
 논란이 되었던 공무원의 자세, 더욱이 본연의 임무인 입법에는 아랑곳없이 싸움질만 일삼던 국회의원들이 사건의 현장에는 재빠르게 뛰어가서 브리핑하라고 고함치는 얄궂은 모습도 가관이었다. 눈을 돌려 보면 이 나라에서 잘못 가고 있는 모습들은 끝이 없다. 가장 정직하고도 신성해야 할 종교계 지도자들조차 부정부패의 진흙탕에서 구르고 있으니 일반 사회인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세상 것 생각지 말라면서 자신들은 사회의 명예에 탐닉하여 세상이 부리는 얄팍한 상술에 꼭두각시가 되어 춤을 추고 있는 가련한 모습들이나, 책임지는 자리를 위해서라며 실상은 권력과 명예와 부를 누릴 생각에만 눈이 어두워 서로 싸움질을 일삼는 모습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따지고 보면 누가 누구에게 용기 있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너나 나나 얄팍하고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이니.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한계라고 탓하면서 이 사건 또한 이렇게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바라건대 이제는 정말 개인이 책임질 것은 개인이, 사회가 책임질 것은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특별히 이번 사건에서 부모를 잃은 가운데 단원고등하교 학생에 의해 구조된 여섯 살 박이 어린아이는 대한민국이 훌륭히 키워서 이 나라가 그래도 살만한 나라임을 증명하는 상징적 인물로 서게 해야 한다.
 대통령의 말대로 이번에야말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벌 받을 사람은 벌을 받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의 규율이 서릿발처럼 서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망(懇望)해 본다.
 첩첩이 둘러싸인 우리의 메너리즘을 깨뜨리고 기필코 바른 사회를 만들어 내는 일이 단 하나뿐인 생명을 버린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일일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때라 하였으니, 이제 내가 책임져야 할 중심에 서 있지는 않은지, 내가 지금 앉은 자리에서 무엇을 책임져야 할 것인지, 그리고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인지를 깊이 자성(自省)해 보아야 할 때이다. 그 길이 결국은 우리 모두가 진정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중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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