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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과 死
 꽃이 피는 것은 한때요, 지는 것도 순간이다. 이것을 현상이라고 한다. 꽃이 피고 지게 하는 것이 곧 본질인 것이다.
2005년 04월 19일(화) 05:17 [경북중부신문]
 
 돈으로 상징되는 물신주의가 세상을 휩쓸고 있지만, 이것도 순간이다. 그렇게 잘나가던 대우그룹도 바람이 휩쓸고 나니, 자리엔 이름없는 이슬만 머물 뿐이다. 레이건의 권세도 지고나니 허망이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선종을 하고나니 무일 뿐이다.
 이 세상에 생명만큼 중요한 것이 있으랴. 독재시절 감옥에서 일상을 보내던 시절, 시인 김지하와 시인인 고 김남주는 아침마다 창살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생명의 환희를 인식했고, 창문 틈새로 오롯이 싹을 틔어올리는 무명초의 생명을 보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이러한 일에서 비롯된 것이 김지하의 생명론이다. 대학생들이 분신자살을 하던 80-90년대, 분신을 비판했다가 그의 우군인 진보세력으로부터 변절자라는 삿대질을 받아가면서도 심지를 굳히지 않았던 김지하 시인의 생명론은 오늘을 가볍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가져다 준다.
 생명에 대해 진솔할 때 진실이 빛을 발하게 된다. 죽음을 만나거나 죽음에 진솔하게 다가설 때 물신주의는 피었다가 지는 꽃의 순간에 불과할 뿐이다.
 모든 인류도, 종교도, 국가도, 이념도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죽으면 일단 일개인의 현상은 마무리되고 만다.
 남을 증오하게 될 때, 돈벌이에 급급해 선량한 사람들을 억울하게 하게 할 때, 권세에 눈이 멀어 타인을 벼랑으로 내몰게 할 때, 한번씩은 죽음을 생각하자. 그렇다고 해서 쇼페하우어식의 허무주의자나, 니이체의 니힐리스트가 되자는 말은 아니다. 현상에 눈이 멀어 본질을 훼손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3대째 흥하는 집안 없고, 3대째 망하는 집안이 없다는 얘기가 있다. 돈은 돌고 도는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내가 남을 억울하게 해서 일확천금을 얻는다면 후세들이 훗날 복수를 당하게 되는 것이 살아감의 이치다.
 물신주의에 휩쓸리고, 명예와 권세에 눈이 멀어져가는 지금 이때, 먼산을 돌아보고 잠시 눈을 감고서 생명의 본질을 돌아보고, 자숙하는 시간을 우리 모두가 갖는다면 세상의 그림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관리자 기자  seok@ikw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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